중국에선 설 연휴를 맞아 여행 건수가 20억 건 이상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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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설 연휴를 맞아 여행 건수가 20억 건 이상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중국 공항에 내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보호복을 입은 관계자들도 없고, 정부가 운영하는 격리소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특수 플라스틱 칸막이가 설치된 버스도 없다. 아직도 주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에서 코로나19가 현재진행 중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상한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PCR 음성 결과지를 제출해야 하며, 승객들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건강 진단서 양식을 작성 및 제출해 임시 QR 코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착륙 직후 및 입국 심사 직후 QR 코드를 스캔한 뒤 그렇게 중국 땅으로 걸어가면 된다.

언론인인 나는 특별 허가증을 받기 위해 1시간가량 기다려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대기 중인 다른 기자와 나는 출입국 관계자와 긴 대화를 나눴다.

그날은 공항 관계자들이 근무복 위에 ‘다바이(큰 흰색)’ 보호복과 신발 커버, 비말 차단용 투명 얼굴 보호 가리개 등을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첫날이었다.

괜찮았냐는 우리의 질문에 그 직원은 “그렇다,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토끼의 해를 맞아 춘제(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직원은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새로운 여행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하는 등 앞으로 몇 주간 출입국 관리 직원들은 무척 바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에 고수하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대부분 폐지하면서 여행 관련 제한도 대부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춘제를 맞아 많은 중국인이 오랫동안 미뤄왔던 친구 및 친지 방문을 위해 비행기 및 기차표를 서둘러 예매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해외에 나가지 못한 중국인들도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곧 중국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의 코로나19에 대한 태도는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의 엄격한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러한 극적인 변화의 촉매제가 됐다.

이미 그전부터 중국 내부에선 오랫동안 불만이 축적됐으나, 거리로 나온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임 및 공산당 권력 포기를 외치기 시작하자,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중국 정부 또한 버티기 어려워진 것이다.

홍콩 여행 허가증 및 여권 발급 사무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Reuters
홍콩 여행 허가증 및 여권 발급 사무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그렇게 대규모 집단 코로나19 검사, 도시 규모의 봉쇄, 중앙 집중식 격리 정책 등이 사라지면서 현재 중국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대도시의 의료시설은 곧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SNS에선 산소 공급 장치에 의존하는 고령층 환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병원 복도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 내 실제 사망자 수는 알려진 바 없다. 중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간접적으로 다른 질병을 유발해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이는 공식적인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으로 집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기에 중국 국민들조차 자국의 공식 사망자 통계를 믿지 않는다.

BBC가 만난 어느 여성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당시 장례식장이 포화상태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상당함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생전 시어머니를 병원에 모시기 위한 구급차도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또 사망하신 후에도 시신을 안치할 곳이 없어 시신으로 가득 찬 방바닥에 둘 수밖에 없었다.

또 중국 정부가 시신을 안치하기 위해 냉동창고를 임시로 개조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화장장을 이용하는 데만 해도 1주일이 걸렸다는 이 여성은 인터뷰 도중 장례식장으로부터 유해를 안치할 납골당 위치를 전달받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어느 병원의 모습. 이처럼 병원들은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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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의 어느 병원의 모습. 이처럼 병원들은 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지금 중국에서 감지할 수 있는 이 역설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기란 어렵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심하게 앓은 사람들도 있는 반면, 국경 재개방으로 들뜬 이들도 있다.

당국은 많은 지방과 도시에선 감염 정점이 이미 지났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미 춘제를 맞아 대규모 이동이 시작됐다. 여행용 가방과 가족에게 주기 위한 선물을 든 수많은 사람이 기차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수천만 명이 여행길에 올랐으며, 이번 연휴 기간 이동 건수는 20억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젠궈먼 지역 내 작은 견과류 가게에서 일하는 53세의 여성은 코로나19 이후 한 번도 춘제 기간 고향에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1년 내내 열심히 일했다”는 이 여성은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시는데 어서 뵙고 싶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내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춘제에는 가족들도 다시 만나 새해맞이 타종을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이 여성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회복했다. 각각 84세, 77세인 아버지와 어머니 또한 회복하셨다고 한다. 이 여성은 이제 다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한편 몇 걸음 더 걸어가면 나오는 국숫집에선 50대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국숫집 직원인 이들 부부는 아직 사장이 휴가 날짜를 정해주지 않아 고향인 동부 안후이성에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3년간 고향에 가지 못했다.

“코로나19 기간 돈을 많이 잃었지만 월세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계속 일해야만 했죠.”

이들은 올해 고향에 가고 싶을까.

“물론”이라는 이들은 “고향에 가고 싶지만 그럴 돈이 없다”고 말했다. 부부 중 아내는 자신들이 일하는 식당이 몇 달간 매장 내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80대와 90대라는 이들 부부의 부모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까.

남편은 “분명히 감염되셨을 것”이라면서 “고향 마을엔 코로나19 테스트 키트가 없어서 (확인은 못 했지만) 부모님께서 몸이 불편하고 열이 나며 기침이 난다고 했다. 다행히 약을 먹고 회복하셨다”고 설명했다.

한편 식당 밖에서 만난 어느 여성은 베이징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여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있던 이 여성은 감염 후 회복했으나, 재유행의 물결 속에서 또 한 번 감염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렇지만 길을 따라가다 만난 어느 남성과 그 아들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베이징에 관광하러 왔다는 이들 부자는 아직 감염된 적 없지만 걱정되진 않는다고 했다. 고향이 허난성 중부 정저우라는 이 남성은 자신의 조부모 또한 감염 후 회복했다며 곧 고향으로 가 춘제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국에선 여러 모양의 토끼 장식이 이곳저곳 달려있다. 귀엽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의 이 토끼들은 현재 중국에 퍼지고 있는 낙관주의를 상징하는 듯하다.

지난 몇 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던 중국인들은 다가오는 토끼의 해엔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누가 더 나은 시대를 기대하는 이들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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