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더 빠른 속도로 한반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

제주는 2일 마이삭이 근접하면서 비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은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20m 이상을 기록해 항공기 운항이 모두 결항됐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 이후부터 태풍 강도가 ‘매우강’에서 ‘강’으로 변경,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은 3일 새벽 경남 거제와 부산 사이 지점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상청과 해외 주요 기관의 태풍 이동경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기상청은 마이삭이 이날 저녁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다음날인 3일 새벽 경남 남해안에 상륙, 동쪽 지방을 거쳐 같은날 아침 동해 중부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태풍이 북한에 다시 상륙한 뒤 중국 청진 서북서쪽 육상으로 올라가 점차 소멸하겠다고 전망했다.

이대로면 마이삭은 역대 두번째 재산 피해를 준 2003년 태풍 ‘매미’와 유사한 경로를 밟게 된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 주요 기상 관련 기관은 기상청보다 약간 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예보했다.

미국태풍경보센터(JTWC)는 마이삭이 여수와 남해 사이로 들어와 우리나라 중앙을 관통해 북한을 거쳐 중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영남지역과 동해안 인근 도시를 지나는 기상청의 태풍 예상 이동경로와 달리 수도권이 태풍의 직접적인 위험 반경에 들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역대 가장 큰 재산 피해를 낳은 2002년 태풍 ‘루사’에 더 가까운 경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공신력 있는 기상청들이 자주 오보 논란에 휩싸이는 등 날씨는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다. 날씨를 어떻게 관측하는지, 날씨를 관측하는 건 왜 어려운지 등을 BBC 기상센터의 닉 밀러 기상과학자에게 들어봤다.

날씨 예보 방법

날씨 예보는 현재 날씨와 대기 상태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모으는 데서 시작한다. 세계 각국의 기상관측소 110여개에서 수집된 온도·압력·습도·풍속과 같은 자료가 각국으로 보내지고, 해당 국가에선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날씨를 관측한다. 슈퍼컴퓨터의 관측력은 자료를 얼마나 빨리 분석하는지에 달렸다.

여기까지가 기계가 할 일이었고, 그 다음은 인간의 영역이다. 기상학자는 슈퍼컴퓨터가 분석한 예보가 실제와 맞는지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한다. 필요하면 수정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예보를 내놓기도 한다.

날씨 예측이 어려운 이유

엄청 복잡한 대기의 특성 때문에 그렇다. 한 예로 바다에서 생긴 아주 작은 기상 현상이 육상의 날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대기는 방대하고 복잡하게 구성돼 그 모든 부분을 정확하게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기상 관측에는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기상 관측에는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기상 관측에는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난히 예측이 힘든 특정 기상 현상도 있다. 구체적인 어떤 장소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 건 더 어렵다. 소나기와 같은 국지적 기상 현상이 정확히 어디에서 발달할지 예측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어떤 이는 소나기를 예상했는데 비가 오지 않았을 경우, 일기예보가 잘못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조금만 벗어난 곳에선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는 곳도 있다.

‘내일 날씨 어때’질문이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

“내일 날씨는 어떨까”라는 이 간단해 보이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다. 전 세계의 많은 기관들은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날씨를 관측한다. 그 결과 어떤 이는 밤 9시 넘어 비가 올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이는 자정 이후에 비가 온다는 예측을 하기도 한다. 기상 예보를 방송하는 미디어 회사들이 어디서 기상 정보를 구하는지에 따라서도 차이점이 생긴다.

여기에 최근 휴대전화 앱 시장의 성장으로 날씨 앱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생기는 기상 정보 차이도 있다. 앱 회사들이 가져다 쓰는 날씨 정보의 출처 또한 다양하기 때문.

또 궁극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로 표현된 날씨 정보를 해석하는 데엔 인간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비 올 확률이 30%라면 어떤 앱 회사는 어찌 됐든 비가 오는 거라 판단해 우산 표시를 달아 두지만, 다른 회사는 그래도 건조할 확률이 70%기 때문에 구름 표시만으로 날씨를 표현한다.

앞으로는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기상정보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좀 더 광범위한 기상 현상을 데이터화할 여지가 생겼다. 이 데이터들은 더 복잡한 기상 예측 방정식에 추가될 것이고, 그로 인해 신속한 국지적인 기상 예측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점으로 인해 미래엔 좀 더 정확한 날씨 예측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일기 예보 창시자도 괴로워해

100% 완벽하진 않지만, 일취월장한 현재 예보의 정확성을 보고 무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법한 인물이 있다. 바로 그날의 날씨를 미리 알려주는 일기 예보를 세계 최초로 시작한 영국의 로버트 피츠로이 제독이다. 영어로 예보를 뜻하는 ‘forecast’라는 단어는 그가 만들어냈다.

그는 현재는 찰스 다윈의 그 유명한 진화론을 나오게 한 탐험선, ‘HMS 비글호 선장’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살아 있을 땐 다른 이유로 더 유명했다. 1860년대 대중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선구적으로 날씨 예보를 시작하면서다.

피츠로이가 지금의 영국 기상청의 전신인 ‘무역부 기상부서'(Meteorological Department of the Board of Trade)를 설립한 1854년에는 일기예보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해상 무역에 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좀 더 정확한 풍향 정보가 필요했지만, 당시엔 구름의 모양이나 동물의 행동 변화 등을 바탕으로 날씨를 점쳐보는 게 다였다.

그러나 당시는 기상학 이론의 발전으로 일기 예보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19세기 초 인간은 바람이 저기압 지점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휘몰아치는 걸 알게 됐고, 날씨 차트를 만들어 움직이는 대기를 시각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 변덕스러운 날씨를 예견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당대 분위기. 1854년 영국의 한 하원의원이 과학 발달로 인해 곧 런던의 날씨를 “24시간 전에” 알 수 있다고 하원에서 제안했을 때 하원은 웃음바다가 됐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피츠로이는 대규모 난파사고 같은 인명 피해를 줄일 것이라는 희망으로 일기 예보 개발에 착수해 1861년 타임스지가 그의 첫 일기 예보를 싣게 된다. 하지만 그의 예보 자료는 실제와 다른적도 많아 이에 대한 불만도 쌓여 갔다. 일기 예보를 보내는 매체인 전보 사용료 또한 비싸다 보니 ‘굳이 비싼 돈 주고 맞지도 않는 일기 예보를 알아야 하나’라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아일랜드 신문인 ‘코크 이그재미너'(Cork Examiner)에는 이런 식의 불만이 접수되기도 했다. “어제 2시에 피츠로이 제독이 강풍이 불 거란 내용의 예보를 전보로 보냈다. 그런데 이 강풍은 전보를 받기 12시간 전에 이미 완전히 종결됐다. 뭐 이럴 줄 알았다면 피츠로이 제독이 (비싼) 전보 말고 우편으로 예보를 보냈겠지만.”

오보로 대중의 조롱 대상이 돼 괴로워하던 그는 1865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일기 예보 창시자의 인생은 허무하게 끝났지만, 그는 기인이 아닌 선구자라고 영국 기상청 데임 쥴리아 슬링고 수석 과학자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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