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에서는 매해 수만 건의 강간 범죄가 일어나고 그중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다.
최근에는 델리 경찰이 86세 할머니를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30대 남성을 체포한 일이 있었다.
델리여성위원회(DCW) 스와티 말리왈 위원장은 BBC에 지난 7일 저녁 이 남성이 집 앞에서 우유 배달부를 기다리던 할머니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가해 남성은 할머니에게 오늘은 배달부가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우유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는 믿고 따라온 할머니를 인근 농장으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성폭행 후 몸에 불 붙여진 인도 여성 ‘생명 위독’ ‘스마트폰 때문에’… 확산되는 성범죄 영상 인도에서 발생한 강간 살인사건에 성난 여론
할머니는 계속 울면서 ‘나는 당신의 할머니뻘이다’라며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저항하려다가 무자비하게 구타 당하기도 했다.
근처를 지나던 동네 주민들이 울음소리를 듣고 할머니를 구조했고 가해 남성은 경찰에 넘겨졌다.
8일 자택에 있는 피해 할머니를 찾아간 말리왈 위원장은 할머니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할머니 손은 온통 주름투성이었어요. 할머니가 겪은 일을 들으면 충격을 받을 겁니다. 얼굴과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질 출혈도 있다고 하셨어요.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계셨습니다.”

말리왈 위원장은 “그 남성은 인간이 아니다”라며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그는 “델리 고등법원장과 시 부지사에게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서 6개월 안에 교수형을 집행해달라고 편지를 쓰고 있다”고 했다.
인도에서는 지난 2012년 12월 물리치료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이 델리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등 각종 성폭행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 여학생은 며칠 뒤 부상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범인 중 4명은 지난 3월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사건 이후 인도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성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도 국가범죄기록원에 따르면 2018년 인도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은 경찰에 신고된 것만 3만3977건이다. 15분마다 한 번꼴로 성폭행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러나 신고가 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실제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사건만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차 운전자가 환자를 성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달에는 13세 소녀가 사탕수수밭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이 눈이 도려내지고 혀가 잘린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했다.
지난 7월에는 6세 여아가 납치돼 성폭행 당했는데 가해자는 아이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눈에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여성 운동가 요기타 바야나가 지적하듯 어느 연령대도 성폭행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인도 성폭행에 반대하는 사람들(Pari)’이라 단체에서 생존자들과 일하는 그는 “생후 한 달 신생아와 60대 여성 피해 사례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인도는 델리 버스 성폭행 사건 이후 전 세계적인 분노가 일자, 잔혹한 성범죄의 경우 사형까지 가능하게 한 새로운 법을 도입했다. 당시 인도 정부는 이런 사건들을 심리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법원을 설립하겠다고도 약속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바야나는 “여성과 소녀 보호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여야 하는데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고 있으니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정부 치안 관련해 줄곧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내부 치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싶습니다. 여성과 소녀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바야나는 수년간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강간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구하는 편지를 100통 이상 썼지만, 답변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모디 총리는 왜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까요?”
앞서 모디 총리는 후보 시절 선거 유세를 하면서 델리를 “강간의 수도”라고 했었다.
2014년 총리 취임 이후, 성폭행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듯했다.
같은 해 첫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그는 성폭행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특히 아들 가진 부모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잘 키울지를 조언을 했다.
모디 총리는 이 연설에서 “이러한 강간 사건에 대해 들을 때마다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라고 했다.
“집집마다 부모들은 딸들이 외출하면 어디로 가는지, 언제 돌아올 것인지 수없이 질문하고, 딸들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알려달라고 당부를 해야 합니다”
모디 총리는 “그런데 아들에게는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만나는 친구들이 누구냐고 물어보곤 하나요”라며 “결국 성폭행 가해자도 누군가의 아들”이라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도 사회에서 총리의 발언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성폭행은 증가했다.
모디 총리는 2018년 “인도의 딸들이 정의를 얻게 될 것”이라는 트윗을 날린 일을 제외하곤 대부분 침묵을 지켰다.
바야나는 성폭력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은 없다며 경찰, 사법 개혁, 경찰과 변호사의 보다 큰 감수성, 더 개선된 법의학적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성인지와 사고방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정부나 지자체 단위에서도, 성폭력 방지를 위해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야나는 공공장소에서 코로나19 관련해서나 마약 등에 대해서는 여러 경고 게시물이 있었지만, 성폭력 문제를 근절하자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모디 총리가 자주 말하는 “딸을 교육하고, 딸을 보호하세요”라는 구호를 봅니다. 하지만 ‘아들을 교육하고, 딸을 보호하세요’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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