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중간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집권당(민주당)이 선전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여부와 관련해 내년 초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무덤’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달랐다. 어느 쪽이든 ‘압승’은 없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하원을 내주는 대신 상원을 지켰다는 평가다.
수치상으로는 공화당의 승리다. 하지만 상하원 석권을 모두 노렸던 만큼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기존 정부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견제하며 뒤집기를 시도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지만 의석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그 영향력은 미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다소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선 재도선을 기정사실화하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친트럼프’ 성향을 내걸고 출마한 공화당 후보 상당수가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트럼프 측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 NBC 방송은 현지시간 9일 “2024년 대선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두 명이 탐색전을 시작했다”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는 약화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 7일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오는 15일 화요일에 매우 큰 발표를 할 것”이라며 대선 재출마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출처: Reuter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9일 워싱턴에서 2022년 중간선거 결과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기자회견을 열었다](https://c.files.bbci.co.uk/B97F/production/_127578474_8a8cab9d7b73a830771d00ab274bbd30a32ae9080_0_1157_6961000x600.jpg)
바이든에 힘 실려… 북한에 어떤 영향?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아시아 정책을 놓고 집권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 간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조건 없는 대화’로,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BBC에 “기본적으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따라서 북한을 철저하게 억제하고 봉쇄해야 한다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이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그의 재선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의 재선을 기대했던 북한도 실망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북미 간 훈풍이 불었던 2018년과 같은 상황의 도래를 기대했겠지만, 선거 결과로 그런 기대를 접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중간선거는 2년 뒤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성격으로 평가된다.
박 연구위원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북한은 다음 대선까지 핵∙미사일 기술을 최고조로 높여놓을 것”이라며 “북한의 협상 카드는 커져있을 것이고, 설령 협상이 되지 않더라도 강화된 핵미사일 능력을 손에 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에는 7차 핵실험 버튼을 누르지 않았지만 언제든 분명 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북한의 도발이 올해 수준으로 전개되면서 한반도 긴장도 고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미국도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9일(현지시간) 미 중간선거 투표 종료 직후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미국은 곧장 규탄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북한이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중 경쟁 심화… 한국에 더 큰 영향?
미 중간선거 결과가 오히려 지역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우세하다.
![[출처: Reuters]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1월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가상으로 대화하고 있다](https://c.files.bbci.co.uk/1079F/production/_127578476_b8c9cd72a4838530f8ef5a641250281d85d8d1870_259_4965_27931000x563.jpg)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국방 및 외교적으로 더 집중하게 되면 미중 갈등이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향후 2년 간, 즉 다음 미국 대선까지 지금과 같은 미중, 미러 구도는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 분산돼 있는 미국의 국방 예산이 향후 인도∙태평양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국 반응에 따라 역내 긴장 고조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미중 갈등이 더욱 가속화되면 한국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처럼 난처한 상황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고 지금처럼 현 정부의 대중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경우 한중 관계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당시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을 마치고 한국에 왔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지 못했다. 또한 한국 정부 관계자 없이 입국하면서 ‘의전 홀대’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권력서열 3위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김 센터장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느긋하게 있기 보다는 좀 더 빨리 발을 맞춰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것을 외교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발표할지,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형중 연구위원 역시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정책 대상은 중국”이라며 평가했다.
이어 “향후 미국의 대중 정책에 대한 중국측 반응을 통해 북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렇다면 북한의 대외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식으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간접적인 영향력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중 경쟁이 고조되면 북중 관계는 더욱 밀착될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대남-대미 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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