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유연한 근무 형태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원격 근무 등이 점점 흔해지면서 '비선형 업무 시간' 또한 더 이상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https://c.files.bbci.co.uk/BACD/production/_127612874_a98d5c6b-f01c-4a16-8989-d183d60f19e7.jpg)
아침부터 저녁까지 쭉 이어지게 근무하는 대신 하루를 몇 시간 단위의 블록으로 쪼개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유연하고 비선형적인 근무 형태에 대해 알아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업무 시간’이라고 하면 출근 후 아침 9시부터 점심을 먹고 오후 5시나 6시까지 이어지는 시간을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상식마저도 뒤바꿔 놓았다. 지난 2년여간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언제 일하고 언제 일이 끝나는지의 개념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코로나19로 업무의 형태가 여러모로 바뀌면서 다양한 업무 패턴이 생겨났다. 이 중에는 ‘비선형 업무 시간’도 있다.
‘비선형 업무 시간’이란 전통적으로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시간에 근무하는 형태다. 다른 동료들과 ‘출근’한 시간은 다르지만, 하루 24시간 동안 업무 시간을 분산해 유연하면서도 집중적으로 업무를 해낼 수 있다.
이러한 근무 형태를 통해 근로자들은 고정된 근무 시간에 삶을 꿰맞추는 대신 자신의 삶을 중심에 두고 업무 일정을 짤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비선형 업무 시간’을 채택한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그러나 유연한 근무 형태 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원격 근무 등이 점점 흔해지면서 ‘비선형 업무 시간’ 또한 더 이상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리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밤늦게 집중력을 발휘해 업무를 끝마치거나 이른 아침 먼저 출근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든지 깨닫지도 못한 사이 이러한 근무 형태를 실천하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기업과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이 정도의 자유를 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 새로운 세상에서, 특히 몇몇 분야와 직업에서 ‘비선형 업무 시간’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업무 형태엔 무수히 많은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단 특정 요소나 조치가 뒷받침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출처: Getty Images] 비선형적인 업무 시간은 자녀의 시간에 맞춰야 하는 부모 직장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https://c.files.bbci.co.uk/459D/production/_127612871_0e66ec5b-84ba-410e-a0d7-3dc7808e9474.jpg)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
‘비선형적 업무 시간’은 코로나19에 따른 최신 유행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완전히 새로운 개념만은 아니다.
이러한 업무 시간이 논의된다는 것은 산업화 이전 시대엔 인간이 어떻게 일했는가를 되돌아보는 의미를 지닌다. 과거 인간의 전형적인 노동시간은 동이 틀 무렵부터 해 질 녘까지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거나 밥을 먹거나 낮잠을 잤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하면서 사람들이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하자 엄격한 주 5일제 및 주 40시간 근무 시간 제도가 생겨났다는 게 미국의 컨설팅 기업 ‘맥킨지 & 컴퍼니’의 아론 드 스멧 선임 파트너의 설명이다.
이러한 하루 8시간 근무 형태는 공장이 아닌 사무실 환경에도 그대로 이식됐다. 기술과 사회 통념, 사회 규범이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나인 투 파이브(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근무는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드 스멧 컨설턴트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이러한 전통적인 관념이 변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고 유연하게 근무하면서도 여전히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선형 업무 시간’은 다양한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다. 룸메이트들과 함께 산다면 다른 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싶을 것이기에 아침 6시부터 먼저 일을 시작한 후 오후에 일찍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아니면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침부터 근무하다 오후가 되면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자녀가 잠이 든 이후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렇듯 저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스케줄을 원한다.
로라 지우쥬 런던 정치경제대학 행동과학 조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근로자들이 유연한 근무 방식에 익숙해졌고, 이에 따라 ‘비선형 업무 시간’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모두가 다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퇴근하는 형태에서 벗어나면 통근 시간을 아낄 수도 있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시간엔 좀 더 단순한 업무를 할 수도 있으며, 운동도 많이 하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돈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유연성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높아진다. 정해진 시간에 8시간 내내 일하는 형태에서 벗어나면 직원들은 자신의 하루를 블록으로 쪼개 자신의 업무 리듬에 맞는 형태로 블록을 배치할 수 있다.
지우즈 교수는 “이러한 ‘비선형 업무 시간’의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자신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개인이 쥐게 된다는 점”이라면서 “그리고 자신이 가장 생산성이 높은 시간에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우즈 교수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지’가 아니라 ‘업무를 제대로 끝마쳤는지’에 중점을 두게 되는 것이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목표 및 비전 설정에 책임을 지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지는 직원 개인에게 달린 것” 이라면서 ‘비선형 업무 시간’을 통해 결과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드 스멧 컨설턴트는 이러한 업무 형태가 지식 사회에서의 업무의 본질과 부합한다고 언급했다.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에 업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력이나 들인 시간이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라 ‘최고의 결과를 내놓는가’의 문제가 됐다”는 드 스멧 컨설턴트는 “업무의 본질이 바뀌면서 근로자가 어떻게 일할지 최적화하고자 하는 방식도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드 스멧 컨설턴트는 ‘비선형 업무 시간’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선 일정한 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상식적인 시간에서 너무 동떨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중 일정 시간은 모든 직원이 다 함께 일하는 ‘공동 업무 시간’으로 설정한다든가 해서 아이디어 회의 등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필수적인 장치를 추가하면서 ‘비선형 업무 시간’ 모델이 복잡하게 느껴지고, 이 때문에 일부 고용주들은 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드 스멧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아무리 지식 사회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협력해야만 하는 일은 여전히 있다”는 드 스멧 컨설턴트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일정을 혼자서만 결정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다. (그렇게 되면) 함께 하는 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는 무질서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 Getty Images] 어떤 이들은 늦은 밤에 집중적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반면 아침 시간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https://c.files.bbci.co.uk/108ED/production/_127612876_7d2c4a11-1038-453b-94b9-bb1cb2629753.jpg)
장기적인 전망
사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덮치기 이전에도 많은 근로자들은 정해진 근무 시간 외에도 남아 일을 계속하거나 퇴근해서도 업무 이메일을 보내는 등 약간은 ‘비선형 업무 시간’ 모델에 따라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이러한 업무 형태는 복잡한 출퇴근 길을 겪으며 ‘나인 투 파이브’까지 일하고 난 뒤의 사실상 무급 초과 근무 형태에 가까웠다.
기업에서 ‘비선형 업무 시간’을 좀 더 공식적으로 도입한다면 과업과 비선형 업무 시간 간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드 스멧 컨설턴트는 번아웃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기술이 발달했기도 하고, 팬데믹으로 규범이 달라지면서 일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정 관념이 느슨해졌다.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완벽한 조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업무 시간 모델을 채택한 기업은 대부분 테크 분야다. 예를 들어 유연한 근무 시간제를 채택한 스타트업에선 기존 대기업에 비해 비선형 모델을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 시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모델은 보편화될 가능성도 있다. 올해 7월 ‘맥켄지’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만3382명 근로자 중 40%가 직장의 유연성을 필수적인 요소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지우즈 교수는 “이제 사람들은 다양한 업무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좋아하는 방식도 각자 다르다”면서 “기업이 이렇게 달라진 사회와 차이를 인식하고 적용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론 인재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드 스멧 컨설턴트는 기업 또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비선형 모델을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선형 모델을 채택하면) 근로자들은 업무량이 많아도 예전처럼 퇴근도 못 하고 사무실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아들의 축구 경기 등을 놓치는 일도 없죠. 집에 업무를 들고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난 뒤에 다시 이어서 하면 되니까 말입니다. 업무와 삶을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비선형 모델에 따라 근로자들이 일하면)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며 감동적인 업무 성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에서 유연하게 근무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비선형 업무 시간’은 새로운 시대의 하이브리드 근무나 원격 근무 패턴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도 있다.
드 스멧 컨설턴트는 “어쨌든 미래의 업무 형태는 비선형적일 것”이라면서 “생산성과 효율성, 웰빙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의 리듬을 찾아야 할 때”라며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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