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1일 사임했다](https://c.files.bbci.co.uk/BAA5/production/_127618774_5cddff17-11a0-4777-9fe8-0d3fdf9c52e3.jpg)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하지만 그가 파산신청을 하고 뱅크먼-프리드가 CEO직에서 물러나는데 8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회사 재정 관리에 대한 연방 기관의 수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인터넷엔 뱅크먼-프리드 CEO(30)가 바하마에 있는 사무실 책상에서 화상으로 인터뷰한 영상들로 넘쳐났다.
그런데 일부 영상에선 산만하게 달까닥거리는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5년 만에 억만장자가 될 수 있었는지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와중에도 이 클릭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분명 뱅크먼-프리드 CEO의 손에 들린 마우스에서 나오는 소리다.
“클릭, 클릭, 클릭.”
마우스가 쉼 없이 빠르게 달까닥거리고, 뱅크먼-프리드 CEO의 시선 또한 컴퓨터 화면 주위를 맴돌고 있다.
물론 인터뷰 영상을 통해 뱅크먼-프리드 CEO가 컴퓨터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순 없지만, 그가 이전에 올린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작년 2월 트위터에 “나는 전화 통화 도중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것으로 유명(악명) 높다”고 적었다.
이번에 사임한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실제로도 게임광으로 잘 알려져 있다.
뱅크먼-프리드 CEO는 거의 100만 명에 가까운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에게 자신은 회사 2곳을 운영하고 하루에도 수십억 달러를 거래하면서 지친 마음을 판타지 팀배틀 게임을 하며 달랜다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어떤 이는 도박을 하지만,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다”는 것이다.
![[출처: FTX]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또한 '스토리북 브롤'이라는 비디오 게임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올해 3월 게임 개발자를 데려오기까지 했다](https://c.files.bbci.co.uk/12FD5/production/_127618777_aa6b5fee-3768-4e7a-b759-53704cadc323.jpg)
이번 주 뱅크먼-프리드 전 CEO의 암호화폐 제국이 극적인 방식으로 몰락한 지금, 그의 게임 사랑과 관련된 또 다른 일화가 온라인에 다시 등장했다.
미국의 대형 벤처 캐피털인 ‘세쿼이아 캐피탈’의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투자팀과 중요한 화상회의 중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별다른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CEO의 회의 태도가 어떻든 간에 세쿼이아 캐피탈이 FTX에 투자한 금액은 2억1000만달러(약 27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 세쿼이아 캐피탈은 FTX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는 한편 FTX에 대한 투자금을 손실 처리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 때 기업가치가 320억달러에 달했던 뱅크먼-프리드 전 CEO의 제국이 무너지면서 큰돈을 잃은 투자자는 세쿼이아 캐피탈뿐만이 아니다.
FTX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로, 등록된 이용자만 12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대형이나 일반 투자자 할 것 없이 이제 고객들은 FTX에 묶인 자금을 언제 돌려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한편 FTX의 아찔한 몰락만큼이나 뱅크먼-프리드 전 CEO 또한 리스크와 성공 등 그 자체로 극적인 스토리를 써 내려 간 인물이다.
뱅크먼-프리드는 명문대인 미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를 부자의 길로 이끈 건 학생 기숙사에서 배운 교훈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뱅크먼-프리드는 대학 시절 “효과적 이타주의” 운동에 매료됐다고 회상했다.
효과적 이타주의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많이 미치기 위해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설명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사회에 선을 다시 베풀기 위해 먼저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이에 금융권에 취업하기로 결심했다.
뉴욕의 투자사인 ‘제인 스트리트’에서 짧게 주식 거래를 배운 뱅크먼-프리드는 이내 지루함을 느끼고 비트코인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그는 거래소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 비트코인 가격이 저렴한 곳에서 사서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 되파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한 달간 괜찮은 수익을 맛본 뱅크먼-프리드는 2017년 몇몇 대학 친구들과 함께 ‘알라메다 리서치’라는 암호화폐 거래 회사를 세웠다.
뱅크먼-프리드는 처음엔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 은행과 국경을 넘나들며 어떻게 송금을 유리하게 할 수 있을지 몇 달에 걸쳐 완벽한 기술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3달 가량이 지나고 팀은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1년 전 팟캐스트 ‘잭스 존스 & 마틴 워너 쇼’에 출연한 뱅크먼-프리드는 “우리는 정말 끈덕지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계속 노력하면서 “새로운 장애물을 만나면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했고, 우리 시스템이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면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그 장애물을 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2018년 1월 무렵이 되자 뱅크먼-프리드의 팀은 하루에 100만달러를 벌었다.
당시 어떤 느낌이었는지 묻는 미 CNBC 기자의 질문에 뱅크먼-프리드는 이론적으로나 자신이 생각해낸 방법론적으로나 “성공하는 게 당연했다”면서도 “마음속으론 매일 깜짝 놀랐다”고 답한 바 있다.
코인 트레이딩 플랫폼인 ‘FTX’까지 세우며 더 주목받게 된 뱅크먼-프리드는 작년 공식적으로 억만장자의 자리에 오른다. FTX는 하루 거래량이 100억~150억달러에 이르는 등 전 세계에서 2번째로 큰 규모의 거래소로 성장했다.
![[출처: Twitter]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트위터에서](https://c.files.bbci.co.uk/F5A1/production/_127618826_c1519ae1-1570-4161-8c99-cf2564d7b818.jpg)
올해 초 기업 가치 320억달러를 기록한 FTX는 미식 축구장의 명명권도 따내고 현역 미식 축구 선수인 톰 브래디와 같은 유명인들의 투자도 받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는 동안 뱅크먼-프리드도 트위터를 통해 일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주로 사무실 책상 옆에 빈백을 두고 잠을 청한다는 뱅크먼-프리드는 직원 옆에서 자신이 자는 모습을 찍어 공개하기도 하고, 어느 새벽엔 “잠이 오지 않아서 사무실로 돌아간다”고 적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달 B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 출연해 “지금까지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주장하는 등 막대한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그의 꿈도 원활하게 실행되는 듯했다.
한편 뱅크먼-프리드가 자선단체에만 손을 내민 건 아니었다. 지난 6개월간 ‘암호화폐의 왕’ 뱅크먼-프리드는 ‘암호화폐의 백기사’라는 또 다른 별명도 얻었다.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해부터 이른바 ‘크립토 윈터(가상화폐 시장의 겨울)’가 본격화하고 있었다. 이에 업계가 전반적으로 주춤하는 동안 자금난에 처한 가상화폐 업체에 수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백기사’로 떠오른 것이다.
뱅크먼-프리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왜 위기에 빠진 가상화폐 업체를 돕냐는 질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어느 한쪽이 큰 고통에 빠져있는 건 누구에게도 좋지않다” 면서 “그리고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당 인터뷰에서 부실 암호화폐 회사를 돕기 위한 용도로 20억달러 규모의 예비비를 마련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주 뱅크먼-프리드는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자신의 기업과 고객을 구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를 돌아다녀야만 했다.
코인 업계 미디어인 ‘코인데스크’가 뱅크먼-프리드의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산 상당 부분이 같은 계열사인 FTX가 발행한 ‘FTT’라는 토큰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도하면서 FTX의 재정 건전성에 대해 걷잡을 수 없이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또 FTX가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금 조달을 위해 고객들이 트레이딩 목적으로 예치한 자금을 대출해줬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추가 고발까지 나왔다.
그렇게 혼란이 가중되던 중 FTX의 주요 경쟁사이자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FTX와 연동된 모든 자산을 매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종말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팔로워 750만 명을 거느린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가 트위터를 통해 “최근 폭로된 일을 고려할 때” 바이낸스가 보유한 FTX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출처: Getty Images]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는 경쟁자인 뱅크먼-프리드와 트윗으로 논쟁을 벌였다](https://c.files.bbci.co.uk/495D/production/_127618781_58e27320-fe9d-40b7-846f-cefc6e749ccc.jpg)
이에 크게 동요한 고객들이 FTX에서 수십억 달러를 인출하면서 뱅크런 사태(대량 인출 사태)가 촉발됐다.
고객들의 자금 인출은 중단됐고, 유동성 위기에 몰린 뱅크먼-프리드는 긴급하게 투자를 받고자 노력했다. 그 와중에 바이낸스의 인수설이 제기됐으나, 바이낸스는 이내 FTX를 인수하겠다는 초기 제안을 철회했다.
바이낸스 측은 “고객 자금을 잘못 운용하고 미 연방 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보도되며 결정을 번복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루 뒤 결국 FTX는 파산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파산 신청 사실을 밝히면서 트위터를 통해 “재차 말씀드리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정말 유감”이라면서 사과했다.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이번 결정을 통해 투명성, 신뢰, 거버넌스를 일으킬 수 있길 바랍니다.”
뱅크먼-프리드는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에 충격받았다”고도 적었다.
충격받은 건 암호화폐 시장 또한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2년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그리고 FTX와 그 유명한 창업자까지 몰락하는 상황에서 다음엔 누가, 무엇이 몰락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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