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너무나도 달랐던 2015년... 출마를 선언하고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던 트럼프
[출처: Getty Images] 너무나도 달랐던 2015년… 출마를 선언하고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던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연속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미국 전 대통령이 낙선 후 백악관 재탈환을 시도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좌관은 이번 출마 발표와 선거 운동이 2020년보다는 2016년 당시와 더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권력을 잃은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내세우며 적대적인 좌우 정치 기득권 세력을 무너뜨리려 할 것이다.

2016년 트럼프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공화당 경선 후보를 물리친 다음 민주당의 3기 연속 백악관 장악을 노리던 힐러리 클린턴을 간발의 차로 이겼다.

믿을 수 없는 성과였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트럼프의 강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 성과였다.

트럼프는 풀뿌리 보수주의자에게 중요한 문제를 판별하는 독보적 감각을 갖고 있다. 예측 불가한 선동적인 스타일로 뉴스를 장악하고 경쟁 후보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는다.

충성스러운 지지 기반이 있으며, 평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미국인까지 투표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트럼프 집권 4년이 지나자, 많은 지지자가 공화당에서 요직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운동이 험난해 보이는 이유가 있다.

1. 발목을 붙잡는 정치 경력

8년 전 트럼프의 정치적 배경은 백지였다. 공직자로서의 행적이 없었기 때문에, 유권자는 희망과 바람을 트럼프에게 투영할 수 있었고 트럼프는 수많은 약속을 할 수 있었다. 이를 반박할 만한 공직자로서의 과거 실책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재임 4년 동안 세금 감면과 형사사법 개혁 등 주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지만, 눈에 띄는 실패도 있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의료 개혁을 철회하지 못한 무능력을 기억할 것이며, 거듭 약속하고도 결실을 맺지 못한 인프라 투자도 기억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코로나 팬데믹 대응도 여러 방향에서 공격받을 수 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트럼프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해 온 한편, 우파 중 일부는 트럼프가 정부 차원 대응을 너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2. 1월 6일의 그림자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 남긴 정치적 성과를 내세우기 전에 각종 관례를 깨뜨렸던 퇴임 과정과 1월 6일 미국 의사당 폭동에 미친 영향에 대해 변호해야 할 것이다.

지지자들이 최루탄 연기 속에서 트럼프 현수막을 흔들며 의사당에 난입하고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중단시켰던 그날의 모습은 기억에서 지우기 어렵다.

이번 중간선거는 1월 6일 사건은 물론 그에 앞서 몇 주 동안 이어진 트럼프의 발언과 행보가 여전히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했다.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불복을 전폭 지지했던 많은 공화당 후보가 중간선거에서 패배했다. 이들은 공개적 불복 주장을 펼치지 않았던 다른 주의 공화당 후보보다 저조한 결과를 냈다.

3. 법적 송사

트럼프의 강력한 재출마 의향을 두고 여러 이유가 회자되는데, 그중 하나는 법적 문제다. 광범위한 정치적 보복이 가미된 여러 형사·민사 조사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각종 송사가 홍보에 이용될 수도 있으나,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곤경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조지아주의 선거 개입 형사사건 조사, 뉴욕주에서 트럼프 그룹에 제기된 사기 의혹 민사 사건, 성폭행 혐의와 관련된 명예훼손 소송, 의사당 폭동 개입 및 퇴임 후 기밀문서 취급에 대한 연방 조사에 대응 중이다.

이러한 조사로 뉴스 헤드라인이 도배될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나마 선거 운동 계획을 중단해야 할 본격적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잘 풀리더라도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라면 막대한 벌금이나 징역형이 선고될 것이다.

4. 더 강력해진 상대

8년 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젭 부시 당시 플로리다 주지사와 맞서야 했다. 그러나 젭 부시는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방대한 선거 자금과 유명한 명문가란 명성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젭 부시는 이민·교육 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정서와 보조를 맞추지 못했고, ‘부시’라는 성은 공화당에서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2024년 출마를 원한다면, 이번에도 플로리다 주지사와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론 디샌티스 현 플로리다 주지사는 젭 부시와 달리 주지사 재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는 공화당 핵심 지지층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직 더 큰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론 디샌티스의 정치적 유명세가 높아지고 있다.

디샌티스의 출마 여부나, 공화당 경선 후보자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디샌티스가 나선다면 트럼프의 재도전을 원치 않는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합의가 형성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지명 획득에 필요한 대의원 수를 모으기 전에 트럼프 저지 확률이 높아지도록 디샌티스를 선택하는, 일종의 이분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5. 떨어진 인기

트럼프의 출마 선언 전날, 한 보수 단체는 트럼프와 론 디샌티스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아이오와·뉴햄프셔의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서 디샌티스가 트럼프를 두 자릿수 차로 앞섰다.

아이오와·뉴햄프셔주는 공화당 후보 지명 과정 초반에 투표를 진행한다.

디샌티스는 플로리다에서 26%, 12월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진행되는 조지아에서 20% 차로 트럼프를 앞섰다. 이 모든 주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이전 조사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번 중간선거 출구조사에서도 트럼프의 인기는 저조했다. 대통령직 확보를 위해 본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주요 주에서도 결과가 비슷했다.

뉴햄프셔에서 트럼프의 재출마를 원하는 유권자는 30%에 불과했고 플로리다에서도 33%에 그쳤다.

물론 트럼프는 2015년에도 출마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을 극복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무대에서 정치인으로 8년을 보낸 지금, 이 여론이 바뀔 가능성은 훨씬 낮다.

6. 고령의 대통령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78세의 나이로 취임 선서를 하게 된다. 조 바이든의 백악관 입성 당시와 같은 나이지만,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나이 많은 대통령이 된다.

시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양하지만, 고령으로 인한 부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트럼프가 더 젊은 후보들과 경쟁하며 공화당 지명을 향한 치열한 선거 운동에 버텨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한때 놀라운 뒷심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지만, 누구에게나 한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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