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BBC] 데니스(왼쪽)와 아르투르는 자신들이 수습한 군인의 장례식에도 종종 참석한다](https://c.files.bbci.co.uk/11ECF/production/_127632437_221019_donbas_cargo200bodycollectors_012.jpg)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붉은색 십자가와 숫자 ‘200’이 그려진 하얀색 트럭의 문을 열었다. 뒷문이 열리자 숨 막히는 죽음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날 오전 수습된 시신에서 떨어진 구더기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근처에 시신 몇 구가 더 있다는 소식을 접수하고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먼저 데니스는 지역 정찰을 위해 카메라가 장착된 작은 드론을 날렸다.
이들은 시신뿐만 아니라 지뢰가 묻힌 흔적도 찾고 있었다. 최근 팀원 하나가 지뢰로 인해 다쳤다고 했다. 언제나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이제 이들은 시신에 접근하기 전 멀리서 갈고리를 던져 시신을 뒤집는다. 일종의 예방책이다. 러시아 군인들이 퇴각하면서 버려진 건물은 물론 시신에까지 부비트랩을 설치해두기 때문이다.
전날 우크라이나의 어느 군사 기술자는 최근 탈환한 동부 지역에만 지뢰 약 10만개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모든 지뢰를 찾아내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기술자는 경험상 전투가 1년 동안 이어지면 이후 5년간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BBC]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종종 신원을 알아볼 수 없는 시신의 신원을 알려줄 만한 흔적을 찾고자 노력한다](https://c.files.bbci.co.uk/18077/production/_127632489_221019_donbas_cargo200bodycollectors_026.jpg)
드론을 날린 지 약 20분이 지나고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짐작 가는 장소를 찾아냈다고 했다. 파괴된 철로 옆에 있는, 폭탄을 맞아 파괴된 건물 안이다.
방탄모와 방탄복을 착용한 이들은 건물 잔해를 헤치고 조심스레 나아갔다.
무너진 건물 안에는 검게 그을린 시신 3구가 있었다. 처음에는 인간의 유해와 타버린 목재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이에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천천히 뼈를 찾아본다. 그리고 잔해를 뒤져 신원을 알려줄 만한 흔적을 찾는다.
이번에 찾은 시신들은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러시아인들이다. 이 불길 속에서 신분증은 타버려 남아있지 않지만 검게 그을린 러시아 군용 벨트 버클을 발견했다. 또한 작은 군복 조각도 발견돼 이 남성 3명이 러시아 군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안경 등 개인적인 소지품도 함께 발견됐다.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모든 소지품의 사진을 찍은 뒤 유해와 함께 수습했다. 시신은 조심스럽게 시신 운반용 가방에 넣은 뒤 트럭에 실었다.
이들의 손에 한 때 인간이었던 모든 것이 수습된다. 이들은 섬세하게 몇 시간에 걸쳐 작업을 수행했다.
수습한 시신은 지역 영안실로 이송된다.
명예롭게 묻히는 일
아르투르는 국적에 상관없이 시신을 수습할 때면 영적인 안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들이 마침내 전쟁터에서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죽은 러시아 군인의 시신을 수습할 땐 “우크라이나 측 사망자와 교환해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명예롭게 조국의 땅에 묻힐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을 품는다고 했다. 적십자사가 나서 국가 간 시신 교환을 돕는다.
아르투르와 데니스는 종종 자신들이 수습한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장례식에도 참석한다.
이 두 우크라이나 청년은 지난 1년 동안 삶보단 죽음을 더 많이 겪었다. 아르투르 또한 이 때문에 훗날 감정적으로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그게 날 움직이게 하고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일을 지켜보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은 단순히 물리적인 전투만은 아님을 느낀다. 전쟁에는 도덕적인 요소도 있다. 군이 산 자와 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에서 이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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