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자녀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 지도 아래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화성-17형)을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가 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왔”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공화국 핵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 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며 그가 딸과 함께 ICBM 발사 장면을 참관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에는 김 위원장과 리설주를 닮은 하얀색 패딩을 입은 소녀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미사일 발사장을 걷고 있다.
‘핵무력’과 ‘백두혈통’ 과시 의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딸을 공개한 이유는 김일성 직계를 뜻하는 ‘백두혈통’으로서 권력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매든 미 스팀슨 센터 북한 전문가는 BBC에 이번 결정에는 대외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북한 엘리트들에게 김씨 일가의 권력 구도가 굳건함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매든은 “지난해 (김 위원장과) 다른 엘리트 집단 사이에 일종의 갈등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녀를 공식석상에 세운 이유는 “(이들에게) 김씨 일가의 4대 세습이 이뤄질 것”임을 보여주고 “(권력에) 도전할 경우 쓰러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 위원장이) 가족을 동반한 건 백두혈통을 과시하기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면서도 “이를 후계 구도와 연계시키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김 위원장이 인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양 총장은 “(김 위원장은) 딸과 함께하는 보통 사람 같은 지도자상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성-17형이 놓여 있는 엄중한 현장에서 딸과 함께하는 사진은 평범한 딸바보 아버지상을 연출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 위원장 자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된 적이 없지만, 2009년 리설주와 결혼해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공개된 딸의 이름을 ‘김주애’로 추정하고 있다. 이 이름은 2013년 미국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이 방북했을 당시 김 위원장 가족을 만나 딸 ‘주애’를 안아 들었다고 얘기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딸을 발사장에 데려올 만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능력이 개선됐음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북한 매체는 이번에 발사한 화성-17형의 최대정점고도는 6040.9㎞로 999.2㎞ 거리를 4135s(초·68.9분)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 예정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밝혔다.
로동신문은 “시험발사 결과를 통해 우리 국가 전략무력을 대표하게 될 신형 중요전략 무기체계에 대한 신뢰성과 세계최강의 전략무기로서의 위력한 전투적 성능이 뚜렷이 검증됐다”고 썼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고각 발사 방식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다면 비행거리, 비행시간, 낙하지점 등을 고려할 때 사거리가 1만5000km 이상일 것으로 추산돼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탄두부에 다탄두를 탑재하면 워싱턴 DC와 뉴욕을 동시 공격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적들이 핵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북한 매체들은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갖고 훈련을 강화해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북한 전략군 산하 ICBM 운용 부대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은 지속해서 제기됐으나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었다.
북한이 2020년 10월 처음 공개한 화성-17형은 현존하는 ICBM 중 가장 크고 긴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는 22~24m, 최대 사거리는 1만5000km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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