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Reuters]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https://c.files.bbci.co.uk/F9BC/production/_127723936_d5a1d8a32ce14c3d1da71ac6f9f6b562c49120c70_45_4252_23911000x563.jpg)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21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또다시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ICBM 발사가 미국 탓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 복귀를 위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오히려 기존 대북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하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유엔 안보리는 국제평화를 위해 회원국을 상대로 강제력을 갖는 결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결의안이 부결되는 구조다.
유준구 국립외교원 교수는 BBC에 “안보리가 국제평화, 안전, 침략 등의 중요 사안을 결정할 때 거부권의 의미가 크다”면서 “절차 문제가 아닌 북한 탄도미사일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실질적인 사안을 결정할 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러가 안보리 발목 잡아’
중러의 거부권 행사는 처음이 아니다. 안보리는 올해에만 벌써 10차례에 걸쳐 북한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모두 중러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자동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자동 강화’라는 규정도 거부권을 손에 쥔 중러 앞에서는 무용지물인 셈.
![[출처: Reuters]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https://c.files.bbci.co.uk/16EA7/production/_127736839_9125e58b9c74b579f6a03afc51ff4ced2e540e6d0_356_6830_38421000x563.jpg)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2개 국가가 북한 도발을 조장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는 ‘거부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중러가 안보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공개 회의에서 “안보리가 북한의 거듭된 ICBM 발사에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상임이사국 2곳의 반대 탓에 지난 5월에도 안보리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북한이 이런 안보리의 분열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안보리에서 북한을 대변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막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 대사는 최근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ICBM 시험발사를 규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조롱하는 등 “북한이 유엔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 신뢰성 약화
문제는 이러한 상임이사국 간 갈등과 불협화음이 안보리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유준구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경우, 당사자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일”이라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서방 진영이 독자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안보리 차원에서는 발목이 잡히는 동시에 신뢰성까지 약화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지금 당장 유엔 안보리 체제를 대체할 만한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유지될 확률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방세계와 중러 중심의 반 서방 세계간 대립이 지속되면서 과거와 같이 안보리가 국제평화 및 안전에 관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유엔 개혁’ 가능할까?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엔의 개혁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국제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기관임에도 벌써 수 년째 공통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니, 안보리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민 연구위원은 “안보리 제도 개혁을 통해 접근하려는 입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달 공개한 자신의 새 저서에서 유엔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출처: Reuters] 2022년 11월 2일 뉴욕 맨하탄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https://c.files.bbci.co.uk/3A0F/production/_127736841_c710472ad20bdb5940e6d9d8b14453da6e9ba04a0_567_7733_43521000x563.jpg)
유엔 체제가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새로운 현실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교황은 특히 유엔의 핵심 의사 결정 기구인 유엔 안보리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더욱 기민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민 연구위원은 “안보리 개혁을 위해서는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들의 찬성이 필요한데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질지는 의문”이라며 따라서 “현 국제정치 상황과 안보리 구도가 지속되는 한 개혁안도 쉽게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결국 각자도생, 즉 유엔 체제 밖에서 동맹 관계를 강화하면서 각자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길이 최우선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안보리 회의가 성과 없이 종결된 직후 한미일 3국은 안보리 조치와 별도로 개별적인 추가 조치를 검토 및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북한의 불법적이며 갈수록 위험해지는 행동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일 3자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여기서 개별 추가 조치란 독자 제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성명을 제안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을 촉구했다.
유준구 교수는 유엔 개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역시 ‘안보리 개혁’ 논의라며 “문제는 상임이사국이나 중견국, 개도국 등 각각 그룹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5개 상임이사국이 꿈쩍 안 하면 개혁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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