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바디 셰이밍' 당했던 경험을 털어 놓은 인도 케랄라주의 바수데반 시반쿠티 교육 장관](https://c.files.bbci.co.uk/16E4E/production/_127747739_3ebebe8a-ecc1-40e3-81e0-0d9a6676d325.jpg)
인도 남서부 케랄라 주의 바수데반 시반쿠티 교육부 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외모 비하’에 대해 비난했다.
케랄라주의 언어인 말라얄람어로 적은 해당 게시물에서 시반쿠티 장관은 ‘바디 셰이밍’을 당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바디 셰이밍’이란 타인의 체형이나 외모 등을 비난하고 평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며칠 전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는데, “장관님, 뱃살 좀 빼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반쿠티 장관은 바디 셰이밍은 “악랄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설명을 붙여도 바디 셰이밍은 최악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선 다양 한 수준의 바디 셰이밍이 벌어지고 있다”는 장관은 “이러한 바디 셰이밍 피해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고 적었다.
“바디 셰이밍을 그만해야 한다. 현대 사회에 걸맞은 사람이 되자”는 설명이다.
시반쿠티 장관은 자신의 사진에 달린 댓글을 통해 얼마나 바디 셰이밍이 유해한지 생각하게 됐다면서, “주 정부는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인식을 높이고, 관련 교육을 정규 과정에 추가할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반쿠티 장관의 해당 발언과 더불어 최근 개봉한 발리우드 영화 ‘더블 XL’ 또한 신체나 외모로 인해 일상적으로 모욕당하는 인도 내 비만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더블 XL’에 출연한 유명 배우 후마 쿠레시와 소낙시 신하 모두 과거 바디 셰이밍에 대해 발언한 바 있다. 신하는 과거 SNS에서 체중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악성 댓글을 받았다고 고백했으며, 쿠레시 또한 과거 “여주인공 역을 맡기엔 5kg 정돈 더 나간다”라는 등의 혹평을 받았었다고 한다.
새트람 라마니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체중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플러스 사이즈 여성 2명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과정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출처: BBC] 후마 쿠레시와 소낙시 신하는 최근 영화 '더블 XL'에서 플러스 사이즈 여성을 연기했다](https://c.files.bbci.co.uk/12A6/production/_127747740_ec3f5e36-91c9-4c98-9268-fc6d2b109b7c.jpg)
라마니 감독은 “재능이 엄청나고 꿈도 큰 이들이 체중 때문에 무시당하는 걸 봤다”면서 “용납돼선 안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론에 영향을 끼치고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는 인도의 영화 산업 또한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뚱뚱한 건 죄이고 날씬한 건 아름답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서 성공한 여배우들은 대부분 키가 크고 날씬할 뿐만 아니라 피부가 희다. 몇 년 전 유명 여배우 카리나 카푸르는 ‘사이즈 제로’까지 날씬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마니 감독은 “자신이 그런 외모를 갖고 싶어 사이즈 제로를 꿈꾸는 건 괜찮지만,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게까지 그러한 생각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라마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체형이나 몸무게, 피부색과 상관없이 자신이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길 바란다”면서 “성공하기 위해 일정한 프레임에 꼭 들어맞을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처럼 춤과 노래로 이뤄진 ‘더블 XL’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라마니 감독은 “사람들이 바디 셰이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면서 “바디 셰이밍은 전 세계 어디나 존하는 문제로, 지금 이 시대에 잘 맞는 주제”라고 언급했다.
한편 인도의 플러스 사이즈 시인이자 작가인 하르니드 카우르 또한 기고문과 SNS을 통해 바디 셰이밍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도에서 비만인 비하가 만연한 이유에 대해 카우르는 “대부분 인도인이 (외모 지적에서) 지켜야 할 경계를 전혀 모르고, 모두가 모두의 외모에 대해 논평한다”면서 “외모 지적엔 성별 구분이 없지만, 여성은 결혼 적합성에 따라 판단되는 존재고, 뚱뚱한 여성은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기에” 여성들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12살 때 다낭성 난소 증후군 진단을 받은 카우르는 몸무게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며 자랐다고 고백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 걸리면 체중 증가와 월경 불순, 탈모 등을 겪을 수 있다.
“바디 셰이밍은 언제나 공공연하게 부정적인 형태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조용하게, 걱정과 두려움과 함께 찾아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도 자식의 몸무게에 대해 말하곤 하십니다. 그러나 비만인 비하는 종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의적이며, 이러한 편견은 실제 삶 전반을 관통합니다.”
카우르는 가게에서 판매원이 다가와 “살을 빼기 위해 어떤 제품을 먹어봤냐”라고 물었던 순간이나, 푸드코트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성이 딸에게 “과자 그만 먹어. 안 그럼 저 여자처럼 돼”라고 했던 순간을 얘기해줬다. 심지어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남성들은 “살을 빼면 정말 예뻐 보일 것”이라면서 카우르에게 같이 운동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출처: Getty Images] '바디 쉐이밍'은 사회적,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https://c.files.bbci.co.uk/39B6/production/_127747741_406deaba-759c-4f0d-bbfc-c4f8b5f441c3.jpg)
그러나 카우르는 “살을 빼는 방법에 대한 원치 않는 조언”이나 “자신을 뚱뚱하다고 부르는 낯선 이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면서, “뚱뚱한 사람들에겐 단정하지 못하고 게으르다는 낙인이 찍히며, 심지어 고용 시장에서 차별당하는 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카우르는 비만에 대한 담론이 주로 뚱뚱한 사람들을 희화화하는 것에 집중되는 측면도 있지만, 사실 의학적, 사회적, 정치적 측면 등을 다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우 심한 알레르기를 앓아 의사에게 갔더니 너무 뚱뚱해서 숨을 쉬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더군요. 또 한번은 발목이 부러져 병원에 갔더니 애초에 과체중이 아니었다면 발목이 부러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분비학자인 치트라 셀반은 의사들 또한 “의사소통 기술을 제대로 훈련받지 못했다”면서 비만인 비하에 대한 얘길 꺼내면 많은 의료진이 “그것은 부유한 국가에서 볼법한 문제”라고 치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만인 비하는 사회적, 심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낙인은 자존감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이에 따라 섭식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더욱 고립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셀반 박사는 ‘언어의 무게’라는 연구를 통해 의사 9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하면 결국 환자는 자극받아 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이는 효과가 없습니다. 그저 그들이 더 고립돼 도움의 손길을 청하지 않도록 겁을 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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