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이용한 잦은 여행은 온실 가스 배출 증가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연구하는 애슐리 눈즈는 이러한 상관 관계가 겉보기처럼 그렇게 일치하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항공기 운항은 환경친화적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리스본과 뉴욕을 오가는 왕복 항공편이 방출하는 CO2는 일반적인 유럽인이 1년간 가정 난방을 돌릴 때 나오는 수준에 버금간다.
뮌헨 공대에서 지속가능한 미래 이동 수단을 연구해온 아그네스 요커는 육상 운송과 비교하면 항공기 에너지 소모가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기차나 배와 같은 다른 이동 수단에 비해 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큰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사회과학 연구원인 리차드 카마이클은 2019년 행동 변화별 탄소배출량 감소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항공기 운항이 “영향력이 유독 크고 소비자들이 탄소 발자국을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늘리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카마이클은 단순히 여행자에게 항공기 이용을 자제하라고 하기 보다는 항공사가 여행자에게 주는 특전을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과도한” 비행을 장려하는 항공사 마일리지와 단골 고객 특전을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다.
한 추정에 따르면, 마일리지 이용 여행은 전체 항공 여행 예약의 약 10%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도려내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항공기 CO2 배출을 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런 정책은 효과가 없어서, 그 노력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나을까? 이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항공사의 로열티 프로그램은 약 40년의 역사를 가졌다. 지금은 사라진 항공사인 ‘텍사스 인터내셔널 에어라인’이 1979년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항공 산업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고 있던 터. 이로 인해 항공사 간의 경쟁이 심화됐고, 항공사 경영진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강화할 묘수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고자 향후 현금화할 수 있는 증서를 항공기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해법이 나온 것이다.
유료 승객은 비행 빈도 및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다른 여행에 이를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이후 다양하게 발전(오늘날의 승객들은 소비 금액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했지만, 기본 전제는 여전히 같다.
기후 운동가들 중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린피스에서 교통 분야를 담당하는 헤르위그 슈스터는 “단골 고객에게 보상을 주는 프로그램을 꼭 없애야 한다”고 했다. “단골 고객 우대 프로그램은 기후는 물론, 거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전 세계 대다수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공평합니다. 항공사들이 세금 감면과 보조금을 받으면서 지구를 파괴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장려하고 더 많은 항공권을 팔아 주머니를 채우도록 그냥 놔둘 수는 없죠.”
항공사의 항공권 판매량은 계속 늘어왔다. 오늘날 항공기를 타고 세계를 오가는 승객의 숫자를 단순 합하면, 매년 항공기 이용 승객은 40억 명에 달한다. 승객들에겐 2만5000여 개의 상업용 항공기가 제공하는 2만2000여 개의 비행 경로가 선택지로 제공된다. 단순 계산하면 4억2000만 개 이상의 항공편이 있는 셈이다. 이를 마일로 계산하면 수조에 달한다. 그러다보니 단골 승객은 항공사 입장에선 금광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요즘은 항공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사실 항공 마일리지의 절반 이상이 항공기 탑승이 아닌 활동으로 적립된다고 알려져 있다. 항공사가 신용 카드사, 렌터카 업체, 호텔 체인 등과 수익성 있는 파트너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출처: Getty Images] 환경 운동가 및 연구자들 중에는 항공사 단골 고객에게 보상하는 것과 정반대 정책인 '단골 고객 부담금'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https://c.files.bbci.co.uk/3AF0/production/_127788051_bee14418-2c65-4e40-aa74-eba0345b9025.jpg)
그렇다면 마일리지 적립이 항공기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할까? 사실 마일리지 적립과 마일리지 사용은 별개의 문제다. 이러한 단절이 놀라워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마일에 대한 업계 용어인 “마일리지 소멸”은 분명 발생하고 있다.
북미항공무역단체 ‘에어라인 포 아메리카(A4A)’는 업계 내 마일리지 소멸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전체 항공 마일리지의 최대 30%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30조 마일 이상(약 40억 명의 승객에게 무료 편도 항공편을 제공하기에 충분한 수준)의 마일리지가 미사용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일리지 소멸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간 만료가 한 원인이다. 승객들이 정말 가고 싶은 곳은 마일리지 기준이 높기도 하다. 마일리지가 충분하더라도 “보너스 항공권(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항공권)을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요즘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었다. 과거엔 항공권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이제는 호텔 숙박권, 전자제품, 상품권, 축구 유니폼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가장 큰 매력으로 생각하는 것은 좌석 업그레이드다. 충분한 마일리지가 있으면 보다 높은 등급의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 것. 좁고 답답한 좌석에서 샴페인과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을 많은 이들이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일등석 또는 비즈니스 클래스는 항공기 내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때문에 이코노미보다 탄소 배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국제 청정 교통 협의회(ICCT)는 상위 등급을 이용한 비행은 이코노미 클래스 이용보다 승객 당 배출량이 2~3배 더 크다고 추정한다.
즉 적립된 모든 마일리지가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또 항공권에 쓰더라도 때로는 (좌석 확보 보다는) 더 편안한 여행을 위해 사용된다.
항공사 경영진 입장은 마일리지 사용처의 다양화가 만족스러울 듯하다. 그러나 고객들의 마일리지 사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각각의 승객들이 사용하지 않은 마일을 항공권으로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은 급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제한 없이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경우(예를 들면 추가 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모든 항공편에 대해 쓸 수 있는 것 등)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항공사 경영진이 이를 그냥 놔두지 않는다.
왜냐고? 항공사에겐 돈을 내는 승객이 무료 승객보다 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항공사들이 좌석을 해당 마일리지 이상으로 돈을 받고 팔려고 한다면, 마일리지로 좌석 구하기는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어려워질 것이다.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점점 더 마일리지로 구할 수 있는 좌석의 비율이 줄고 있다. 미국 CBS 뉴스의 최근 실험에서는 주요 노선에서 마일리지 좌석이 45일간 없었던 적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마이클은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항공편이 운항한다면 최대한 좌석을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기 탑승 수요를 자극하지 않고 공정하게 좌석을 채우는 방법”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어떤 마일리지와 보상이 항공기 탑승을 더 유도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카마이클 및 다른 이들은 항공기 운항과 같은 에너지 집약적 활동은 완전히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까지 순 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항공편에 대한 세금과 같은 조치를 통해 항공기 탑승 수요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환경 운동가와 연구자들은 단골 고객 보상과 정반대로, 항공기를 많이 탈수록 더 높은 세금을 지불하는 “단골 고객 부담금”을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로 승객들이 항공기를 덜 이용하게 만드는 조치가 가능할까? 케임브리지 대학 행동경제학 교수인 루시아 라이슈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지난 몇 년간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소비에 더 큰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참여하는 경향이 생겨났다”고 했다. 그녀는 또 세금 또는 규제와 함께 소위 “소프트 정책(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비행을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등)”은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며, “종종 수용도가 높아서 매우 성공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골 우대 프로그램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이를 없앤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탄소 배출 감축량 수준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애슐리 눈즈는 하버드 로스쿨 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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