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이하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 시멘트 운송사업자 2,500여 명에 ‘업무개시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이에 화물연대가 ‘파국’을 경고하며 철회를 요구함에 따라 정부와 화물연대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초기부터 연일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며 강경 대응 메시지를 내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정부와 화물연대 간 첫 교섭은 안전일몰제 연장과 품목 확대 등 쟁점에 대한 각자의 입장차만 확인하며 1시간 40분 만에 결렬됐다. 다음 교섭은 30일로 예정 돼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 발동 조치에 화물연대가 강하게 반발하며 강대강 대치 국면이 계속되고 있어 합의점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처벌 목적 아닌 불가피한 조치’ vs 화물연대 ‘노동자에게 내려진 계엄령’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국무회의에 이어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금번 업무개시명령은 피해규모·파급효과 등을 종합 감안하여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시멘트 분야를 대상으로 발동되며, 국무회의 의결이 완료된 현 시점부터 운송거부자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며 “시멘트업 운수종사자 2,500여명 정도가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은 운수종사자와 운송사업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면서 “화물운송 종사자들이 업무에 복귀함으로써 국가 물류망을 복원하고 국가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이날 국무회의가 열린 오전 10시쯤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했다. 또 전국 16개 지역 거점에서 이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잇따라 지도부 삭발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반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고, 정부의 탄압 수위가 높아질수록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며 “즉각 업무 복귀를 명령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화물노동자의 화물운송 종사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고 정부를 비난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됨에 따라 대상이 된 운수업자들은 복귀 의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와 같은 행정처분, 나아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19년 전인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이듬해 4월 이를 규제하기 위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2004년 제정 이후 실제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업무개시명령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송달 과정에서 운송기사들이 명령서를 받지 못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행정절차법상 (본인 송달이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업무개시명령 전달이 가능하다며”며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의 경우 본인 동의가 필요하지만, 고용자나 동거 가족을 통한 제3자 송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vs 정부 ‘안전운임제’ 법제화 두고 평행선 계속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법제화와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올해에만 두 번째다.

화물연대는 2020년 도입돼 3년 후 종료되는 일몰제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로 시한이 종료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이를 정식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기존 컨테이너와 시멘트 분야 두 가지에서 앞으로는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받을 수 있는 최소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다. 화물차주들이 운송업체 간 지나친 가격 경쟁으로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운임에 맞춰 일하느라 과로, 과소, 과적 운행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주관부처인 국토부는 당초 안전운임제를 교통안전 개선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3년 시행 결과 안전 개선 효과가 아직 불분명하다며 법제화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기존 안전운임제의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는 것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 손실에 대해 6월 파업 사례에 비춰 하루 약 3000억원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29일 이후부터 전국적으로 레미콘(레디믹스트콘크리트, ready-mixed concrete)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국 건설현장 공사 차질과 철강 출하량 급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레미콘 업계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로 하루 617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은 28일 성명서에서 “레미콘조합은 지난달 일평균 공급량 70만㎥를 기준으로 하루에 617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며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로 시멘트 공급이 차단됐고 전국 945개 레미콘 공장의 생산이 중단될 위기”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파업 참여 인원에 대해 파업 첫날인 24일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약 2만2000명의 약 36% 수준인 8000여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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