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메이저 대회에서 선발로 나오지 않은 건 2008년 이후 14년만이다
[출처: Getty Images]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메이저 대회에서 선발로 나오지 않은 건 2008년 이후 14년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결별 선언에 이어 지난 6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16강전 선발 명단에서도 제외되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무소속)는 이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슈퍼스타로 전락했다.

16강 경기 당일 포르투갈 대표팀은 완벽한 공격력과 함께 6대1로 대승하며 자국 축구의 아이콘을 주전으로 내보내지 않은 페르난도 산토스 감독의 용기에 부응했다.

포르투갈은 오는 10일(현지시간) 모로코와의 8강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과의 마지막 조별리그 경기 도중 후반전에 교체되며 호날두가 필드에서 보인 제스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던 산토스 감독의 결정은 옳았던 것으로 입증됐다.

게다가 호날두를 대신해 나온 신예 곤살로 하무스(21· SL벤피카)가 멋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포르투갈 팀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대중의 비난 속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서의 커리어를 좋지 못하게 마무리한 것에 이어 상상치도 못한 선발 출전 제외 통보를 받은 호날두에겐 쓰라린 시간이었을 것이다.

호날두가 메이저 대회에서 선발로 나오지 않은 건 2008년 이후 14년 만이며, 이로써 31경기 동안 이어졌던 연속 출전 기록은 끝이 나게 됐다.

이는 확실히 이번 월드컵에서뿐만 아니라 지난 8년간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어온 산토스 감독에게도 용기 있는 선발 라인업 결정이었다.

지난 2016년 포르투갈에 UEFA 유럽축구 선수권 대회 우승컵을 안겨다 준 산토스 감독이긴 하지만, ‘호날두 선발 제외’라는 엄청난 지각 변동에 어떤 위험 요소가 따르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만약 호날두 없이 출전한 포르투갈이 8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방향은 호날두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산토스 감독은 경기 당일 호날두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포르투갈 선수들이 더 활기차고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측면을 위협하는 모습을 평소처럼 신중하게 지켜봤다.

베르나르두 실바와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미드필더진이 순조롭게 움직였고, 월드컵에 첫 선발 출전한 신예 공격수 하무스는 호날두 대신 투입되며 짊어진 부담감을 가볍게 이겨냈다.

게다가 평소 기량이 좋은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전까진 조용했지만 오히려 이번 경기에서 다른 동료선수들보다 더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베테랑 수비수 페페(39· FC 포르투)는 산토스 감독의 결정에 나이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무스는 골대 측면에서 첫 선제골을 뽑아낸 데 이어 상대 팀 골문 가까이에서 다시 득점한 뒤 이후 스위스 골키퍼 얀 조머까지 제치며,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게다가 후반 하파엘 게헤이루(28·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득점도 도우며 월드컵 데뷔전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한편 호날두는 이번 경기에 앞서 2022 월드컵에서 514분간 뛰며 무득점을 기록한 반면 하무스는 67분간 뛰며 3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 내내 카메라는 맨유에서의 커리어를 끝낸 뒤 국제무대에 나와 벤치에 앉아있는 호날두의 얼굴을 계속 비추며 모든 표정 변화에 집중했다.

포르투갈팀이 그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스위스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며 능력을 입증하면서 국가 연주가 끝난 직후부터 호날두를 따라다닌 카메라 수백 대는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거의 증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 하무스가 5대 1을 만들면서 포르투갈팀이 순항 중이던 시점, 루사일 스타디움의 관중석에선 “호날두”를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호날두의 트레이드마크인 ‘호우’ 세레모니를 외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는 호날두를 직접 보기 위해 돈을 들여 경기장에 온 현지 관중들이 대거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혹은 산토스 감독이 자신들에게 고문 같은 시간을 안겨주고 있는 하무스 선수 대신 호날두를 투입해주길 바라는 스위스 축구팬들의 외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16분을 남겨놓고 산토스 감독은 펠릭스를 대신해 호날두를 교체 투입했다.

마치 색이 바랜 부적같이 호날두가 경기장으로 들어섰지만, 중요한 월드컵 경기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단 팬들을 위해 얼굴을 비춘다는 느낌이 더 강했기에 조금은 어색했다. 심지어는 당혹스러운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로 호날두가 공을 받을 때마다 관중석에선 호날두의 마법을 보고 싶은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호날두가 슛을 들이밀며 또 한 번 마법이 펼쳐질 뻔했지만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가면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또 다른 젊은 공격수 하파엘 레앙(AC밀란)이 후반 추가시간 골대를 뒤흔들며 6대 1 대승 서사를 마무리하게 되면서 호날두에게 쏟아진 짧은 관심과 기대감조차 사라졌다.

[출처: Getty Images] 포르투갈 축구팬들은 경기 내내 호날두의 이름을 여러 번 외치며 크게 환호했다
[출처: Getty Images] 포르투갈 축구팬들은 경기 내내 호날두의 이름을 여러 번 외치며 크게 환호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는 관중들에게 박수를 보낸 뒤 이번 월드컵에서 위협적일 정도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마땅히 축하받아야 할 팀 동료들에게 축하와 영광의 순간을 돌리며 먼저 먼저 라커룸으로 향했다.

물론 호날두가 앞으로 남은 월드컵 경기에서 포르투갈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고 있는 무적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로코전에서 선발로 나서긴 힘들어 보인다.

소속팀 맨유 운영 문제를 무례하고도 노골적으로 비난한 이후 문전박대당한 호날두는 더욱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밀려난 신세가 됐다.

호날두는 한때 미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제 하무스나 레앙과 같은 신예 스타들이 나타나면서 점점 과거의 스타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구단과 조국에서 저물고 있는 이 스타에겐 어떤 일이 기다리고있을까. 우선 분명한 것은 오는 모로코와의 8강전에선 벤치에서 시작할 것이란 점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금주 BEST 인기글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