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수감된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미국에서 12년 동안 복역한 악명 높은 무기상 빅토르 부트가 맞교환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라이너가 안전하며 비행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미국으로 오는 중이라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브리트니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임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회복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은 “죽음의 상인”으로 유명한 빅토르 부트가 모스크바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부트는 러시아에 도착한 뒤 국영방송 기자에게 “한밤중에 갑자기 깨우더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부트는 꽃다발을 들고 비행기 계단을 내려와 어머니와 아내를 껴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라이너는 지난 2월 모스크바 공항에서 대마초 추출 오일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고, 지난달 징벌 수용소로 보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부트의 석방을 위해 오래 노력했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7월 수감자 교환을 제안했다.

두 사람을 태운 전용기 2대가 각각 모스크바와 워싱턴에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으로 데려온 다음 고국으로 돌려보냈다.

러시아 보안국이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 국영방송 영상에는 두 인물이 각자의 팀과 함께 활주로를 건너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국민이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브리트니 그라이너의 배우자 셰릴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그라이너의 석방을 위해 노력한 바이든 행정부에 감사를 표했고 “여러 감정이 북받치는 가운데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UAE 공동 성명에 따르면,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UAE의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함께 중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9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수백 명의 포로 교환 과정에서 복잡한 상황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제공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어떤 중재도 개입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 협상에 참여한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라고 밝혔다.

지난여름 그라이너 석방 협상이 시작됐을 때, 미국은 해병대 출신 폴 휠런을 함께 데려오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2018년 간첩 혐의로 수감된 휠런이 이번 맞교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면서 휠런 가족의 희망은 무너졌다.

부트의 변호사 알렉세이 타라소프는 러시아 방송에서 미국이 처음부터 자국민 2명의 귀환을 원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워싱턴이 대화를 딱 잘라 거절했다”며 불평했다고 말했다.

폴 휠런은 CNN에 본인은 결백한데도 정부가 석방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에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트 석방 지시에 서명했고 그라이너와의 맞교환을 조건으로 25년이 선고된 징역형을 감형했다.

부트의 아내 알라는 러시아 방송에서 불과 이틀 전에 그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알라는 “오늘 밤 내게 전화할 예정이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보고 안아줄 수 있으니 그 어떤 통화보다 기쁠 것”이라고 밝혔다.

빅토르 부트는 군벌과 불량 국가에 무기를 판매해, 세계에서 손꼽히게 유명한 지명 수배자가 됐다.

소련 붕괴 후 총기 판매를 통해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2005년 할리우드 영화 ‘로드 오브 워’는 빅토르 부트의 삶을 상당 부분 각색해 영화로 그려냈다.

[출처: Reuters] 2010년 태국은 빅토르 부트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했다(자료사진)
[출처: Reuters] 2010년 태국은 빅토르 부트의 신병을 미국에 인도했다(자료사진)

미국은 함정 수사를 펼쳐 2008년 태국 수도 방콕의 한 호텔에서 부트를 체포했다. 이로써 부트의 어두운 경력에 종지부를 찍었고 러시아 정부의 분노를 샀다.

2년 후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고, 미국인 살해 모의와 테러리스트 물자 제공 시도 혐의로 지난 12년 동안 미국 감옥에서 복역했다. 그동안 신체가 쇠약해졌다.

그라이너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

브리트니 그라이너(32)는 미국에서 손꼽히게 유명한 여성 스포츠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2차례 손에 넣었고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피닉스 머큐리 팀의 센터를 맡은 스타다.

브리트니는 미국 오프시즌 동안 러시아에서 뛰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했다. 러시아 법정에서는 가방에 대마초 오일을 넣은 것이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로저 카스텐스 대통령 특사의 노력을 언급했는데, 그는 UAE에서 그라이너와 함께 비행길에 올랐다.

WNBA에서 2회 우승한 시애틀 스톰 소속의 브리아나 스튜어트 등 미국 농구계 주요 인사도 그라이너의 석방을 환영했다.


그라이너는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외딴 지역 모르도비아의 징벌 수용소로 이감됐다. 폴 휠런이 스파이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은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완전히 불법적인 이유로 휠런의 사건을 그라이너의 사건과 다르게 취급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 폴을 석방시키지 못했지만, 석방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폴 휠런의 형제 데이비드는 그라이너의 석방을 환영했으며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번 교환에 폴 휠런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가족에게 미리 알렸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러시아처럼 무도한 나라가 무고한 미국인을 잡아두려 할 때, 미국은 더 신속하고 직접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거래가 교환이 아닌 항복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전 세계 테러리스트와 불량 국가들이 이번 교환을 보고 미래에 다른 미국인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팀을 이끌고 빅토르 부트를 체포했던 로버트 자하리아시에비츠 전직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도 이번 교환을 비판했다.

그는 BBC ‘월드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교환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든 미국인의 등에 표적이 그려졌다. 이들은 (교환)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우리는 미국인의 불법 구금과 납치가 정말 좋은 사업이고 나중을 위해 거래용으로 한 명쯤 남겨두면 아주 유용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오세킨 전직 러시아 하원의원은 부트에 대한 의회 조사를 주도하고 현재 프랑스로 망명한 반정부 인물이다. 그는 BBC 뉴스 ‘아웃사이드 소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이 부트 교환을 원한 것은 부트가 아는 정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틴과 장군들은 러시아 정보부가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원하고 해외에서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를 시도한 내용에 대해 빅토르 부트가 알고 있는 증거를 상세하고 일관되게 제공할까 봐 우려했다”며 “첩보원을 되찾는 것은 그들에게 명예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번 교환 전에도 이미 올해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수감자 교환이 진행됐다. 미국 해병대 출신의 트레버 리드는 폭행 혐의로 3년을 복역했다. 그는 코카인 밀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러시아 조종사 콘스탄틴 야로셴코와 지난 4월 맞교환됐다.

러시아 징벌 수용소에 있는 폴 휠런은 본인이 간첩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러시아가 “트레버나 브리트니보다 내 등급을 더 높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게 해외로 나가기 전에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고, 외국 정부가 부당하게 구금할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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