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https://c.files.bbci.co.uk/4B42/production/_127966291_bda1a716-6d17-4341-b2d1-2b78092fe812.jpg)
기침약 맛이 나는 음료, 생선알이 들어간 탄산음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콜라와 레모네이드 너머에는 광활하고 다양한 맛의 풍경이 있다.
과거에는 지금 우리에겐 낯설지만 훨씬 더 달콤한 탄산음료가 많았다. 체리 시럽을 넣거나, 레몬으로 맛을 내거나, 콜라 나무 열매 또는 사사프라스 나무 껍질로 맛을 낸 것들이다.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이 맛의 묘약은 유리병에 담겨 인근 지역 사회에서 유통되곤 했다.
그렇게 순회를 끝내면 음료를 담았던 병은 공장으로 돌아갔다. 그 곳에선 레시피를 가진 누군가가 다시 음료를 채웠다. 먼 곳을 이동하기 힘든 유리병 용기의 특성상, 이러한 탄산음료는 병이 운송될 수 있는 거리 안에서만 유통됐다. 그렇게 이색적인 탄산음료는 지역의 별미가 됐다.
독일-제네바 화학자 요한 야콥 슈베페는 1783년 음료용 탄산을 개발해 세계 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후 음료용 탄산은 수십 년간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1918년 무렵 뉴질랜드 안에서 주민 500명 이상인 마을 대부분에는 소다수 공장이 있을 정도였다.
1970년대 부상한 일회용 플라스틱 병은 많은 소규모 음료 제조사들의 종말을 고했다. LA에서 “소다수 성지”로 꼽히는 ‘갈코 소다 팝 스톱’을 운영하는 존 니스는 유리병이 가졌던 지리적 한계가 없어지면서, 대형 브랜드들이 소규모 업체를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19세기와 20세기에 번영을 누렸던 화려한 소다수의 명맥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그 중 일부는 오늘날에도 ‘찐 팬’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 메인 주 대표 음료인 다크 탄산음료 ‘막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1876년에 발명된 이 음료는 음료로 소비되기 전에는 특허 약으로 쓰였다. (많은 초기 소다수 발명가가 약사 또는 화학자였기 때문에, 약처럼 유통되는 게 당시엔 일반적이었다.)
막시는 미약하지만, 아직도 초보자에겐 의학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니스는 막시를 먹을 때는 천천히 음미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소믈리에처럼, 그는 “막시를 천천히 홀짝이면 콜라나무 뿌리와 맥주-계피-바닐라-감초-블랙 체리 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꿀꺽 삼키려 한다면, 탄산이 들어간 기침약을 먹는 것 같을 겁니다.” (2018년 막시는 다른 많은 소규모 음료 브랜드처럼 코카콜라에 인수됐다.)
한때 지역 소규모 생산업자들의 병입 탄산음료가 번성했던 뉴질랜드에선 ‘폭스턴 피즈’가 황금기의 유산 역할을 하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 인구 약 3000명의 작은 마을인 폭스턴이 이 음료의 고향으로 1918년 처음 이 음료를 출시했다. 이 브랜드는 창업자 가족이 사업을 접은 후, 피즈 팬들이 인수했다. 라임과 라즈베리, 콜라와 같은 맛을 내는 이 탄산음료가 유리병에 담긴 채로 이 지역에서 판매된 역사는 1세기가 넘는다. 매트 워튼 전무 이사는 제품군 중 크림이 나는 소다가 제일 잘 팔리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크림 소다는 탄산 음료의 샴페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렌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크림 소다도 좋아할 것입니다.”
미국의 탄산음료 및 청량음료는 알코올이 들어간 주류 판매가 불법이었던 금주법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는 ‘와인하드 브루어리’는 금주법 시대에 재빠르게 소다수로 사업을 전환했다. 그리고 아직도 판매되는 루트 비어(나무뿌리, 껍질, 약초에서 짜낸 즙에 시럽을 타서 만드는 탄산음료)와 크림 소다를 시장에 쏟아냈다.
이 무렵 탄산음료 업체들은 절제운동(1834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주운동)을 최대한 사업에 활용하려 했다. 코카콜라 역시 1906년 스스로를 “위대한 국가적 절제 음료”라고 칭할 정도였다. 당시 코카콜라는 조지아 주 애틀랜타 출신에서 사업을 시작한 30년차 제조업체였다. 레시피에서 코카인을 제거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금주법으로 생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소다수에 다른 각성제를 넣어 판을 키우는 병입 탄산음료 제조업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주류 판매가 다시 합법화된 후에도 탄산음료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식지 않았다. 탄산음료가 이미 손쓸 수 없게 됐다고 탄식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최근 수십 년간 습관적으로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절제음료(탄산음료)에 반대하는 또 다른 절제운동이 필요해진 셈이다.
니스는 일부 탄산음료가 재료비를 낮추고 이윤을 높이기 위해 제조법을 여러 번 은밀히 바꿨다고 말했다. “당신이 기억하는 톡 쏘는 맛이 콜라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틀리지 않은 겁니다.”
그는 “(지금의) 코카콜라는 50년 전의 코카콜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레몬과 오렌지, 라임, 거기에 들어가던 산 등의 재료가 지금은 사라졌습니다. 정말로 일반적인 맛이 됐죠.”
정말로 꿈꿔온 탄산음료(더운 여름 오후에 생각나는 그런 음료)를 찾으려면, 희귀한 탄산음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니스는 ‘고전적인 콜라’를 찾는 이들에게, ‘더블린 보틀링 웍스’의 ‘빈티지 콜라’를 추천했다. 이 콜라는 1905년에 처음 제조된 ‘RC 콜라’를 본뜬 것이다. 신선한 맛을 위해, 레몬 민트 소다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맛은 매우 달콤하다”며 “이 맛은 대부분 리머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눈에 띄는 음료입니다. 저는 민트 맛을 좋아하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니스의 매장에서는 버터스카치와 리치 향을 포함해, 80가지 특이한 시럽을 활용해 자신만의 탄산음료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니스는 이러한 맞춤형은 오로지 스스로의 책임 하에 만들어지며, 자신이 상상한 맛이 반드시 구현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일본에 가본 적이 있다면, 일본 소다음료를 먹어보라”고 말했다. “생선 소다라는 게 있어요. 블러디 메리(보드카에 토마토 주스를 넣어 만든 칵테일)처럼 고추와 토마토 맛이 나며 맵죠. 흥미롭게도 생선 알이 들어 있습니다. 저희 매장에서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모두 시험해보고 싶어서 이 음료를 구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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