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혼전 성관계가 금기시되는 인도이지만, 조사에 따르면 많은 청소년이 성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https://c.files.bbci.co.uk/329E/production/_127985921_gettyimages-479315022-594x594.jpg)
10년 전 인도 당국은 강력한 아동 성 학대 관련 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해당 ‘성범죄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법안(POCSO 법)’이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모든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상대방과 상호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던 많은 남성 청소년들이 범법자가 됐다.
이에 따라 “동의 연령”에 관한 내용을 재검토하는 한편, 성관계를 한 청소년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 년 전 인도 델리 당국이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 범죄가 잦은 지역에 여성 순경을 배치했다는 기사를 작성하고 있을 때 강간 피해자라는 어느 16세 소녀를 만나게 됐다.
경찰은 내게 “이 소녀는 강간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직접 사정을 말해달라고 하니, 그 소녀는 자신은 강간당한 게 아니라 “나는 기꺼이 그와 함께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소녀의 어머니가 딸에게 소리 지르기 시작했고, 결국 경찰은 나를 밖으로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경찰은 소녀의 부모가 이웃집 10대 소년을 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며, 이에 따라 그 소년은 현재 체포돼 재판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보기에도 소녀가 합의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로서 사건을 이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내가 수년 전 목격한 이 사건은 매년 강간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리는 성관계를 한 인도 여성 청소년 수천 명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인도 정부는 이렇듯 엄한 법을 제정하게 된 것일까. 지난 2007년 정부 연구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53%가 어떤 형태로든 성적 학대에 직면한 적이 있다고 말했을 만큼 아동 성범죄 발생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성관계 동의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올렸는데, 이에 따라 청소년 수백만 명이 사실상 성관계를 했단 이유로 범죄자로 몰리게 됐다.
![[출처: Getty Images] 인도 법원은 미성년자 간의 혹은 미성년자와 청년 간의 관계는](https://c.files.bbci.co.uk/11CFE/production/_127985927_gettyimages-485492588-170667a.jpg)
청소년 수가 2억5300만 명 이상인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이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혼전 성관계가 금기시되는 인도이지만, 조사에 따르면 많은 청소년이 성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도 정부가 실시한 가장 포괄적인 조사인 ‘전국 가족 건강 조사(NFHS-5)’에 따르면 여성의 39% 이상이 18세 이전에 성관계를 해본 적 있다고 답했으며, 25~49세 응답자의 10%가 15세 이전에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러 남아시아 국가에선 전 세계 다른 지역처럼 동의 연령을 16세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동 권리 운동가들은 부모들이 미성년 딸의 성을 통제하고, 이들이 성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려고 종종 형사 사법제도를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카스트나 종교가 다른 남성과의 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합의된 성관계를 범죄로 낙인찍는 것은 개인의 삶을 망칠 뿐만 아니라 이미 부담이 큰 형사사법제도에 더욱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처음으로 해당 문제의 규모에 대한 데이터가 집계됐다.
인도의 아동 권리 관련 NGO인 ‘엔폴드 프로액티브 헬스 트러스트’의 연구진은 2016~2020년 사이 서벵골주, 아삼주, 마하라슈트라주 등 3개 주에서 내려진 POCSO 법 관련 판결 7064건을 연구했다.
이중 여성 피해자가 16~18세 사이 미성년자인 경우가 거의 절반에 달했으며,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분의 1꼴인 1715건이 “(상호 합의한) 로맨틱한 관계” 범주에 속한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인도 전역으로 대상을 넓혀 조사를 실시할 경우 “친구 혹은 온라인 친구이거나, 결혼을 핑계로 파트너와 동거하는 이들”이 범법자로 집계되면서 POCSO 법 관련 신고 건수는 연간 수만 건 단위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와가타 라하 수석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의 매우 정상적인 성행위에 대한 범죄화는 현재 법이 현실에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녀가 가출하거나, 임신 사실이 탄로 난 이후 소녀의 부모 혹은 친척들이 사건을 신고한 뒤 경찰이 강간, 성폭행, 성희롱, 납치 혐의 등을 적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라하 연구원은 “그렇게 (어린) 연인은 형사 사법제도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라면서 청소년 성행위의 범죄화는 남성 및 여성 청소년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성 청소년들은 수치심과 수치심을 느끼고 낙인찍힌다. 부모와 집에 돌아가기 거부해 보호소에 들어가기도 한다”는 라하 연구원은 “한편 남성 청소년들은 법을 어기거나 기소된 아이들로 취급당하며, 관찰소 혹은 교도소에 장기간 수감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라하 연구원은 “피고인은 조사, 구금, 재판 등의 사법 절차를 거쳐야 하며 결국 유죄로 판결 날 경우 10~2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줄기 희망도 있다. 1715건 중 대부분 사건이 무죄 선고로 종결된 것이다.
![[출처: Getty Images] 청소년 수가 2억5300만명 이상인 인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청소년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https://c.files.bbci.co.uk/CF4C/production/_127986035_gettyimages-1072470136-170667a.jpg)
보고서는 “로맨틱한 관계에선 93.9%, 혹은 1609건이 무죄로 종결되는 등 무죄 판결이 일반적이며, 유죄 판결은 106건(6.2%)에 불과할 정도로 예외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유죄 판결 비율이 낮을까.
87.9%의 경우 여성 청소년들이 피고인과 사랑에 빠졌다고 인정했으며, 81.5%의 경우 여성 청소년들은 파트너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어떠한 증언도 하지 않았으며, 일부는 가족으로부터 강요당하고 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이렇듯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비율은 높다는 것은 재판부가 “로맨틱한” 사건에 대해선 관대한 시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인도 고등 법원은 청소년 간의 혹은 청소년과의 합의된 성관계에 대한 범죄화를 우려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9년 인도 첸나이 고등 법원의 V. 파르티반 판사는 청소년에 대한 유죄 판결을 뒤집으면서 미성년자 간의 혹은 미성년자와 청년 간의 관계는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끌림의 결과”라며 성관계 동의 연령 법 개정을 권고했다.
그리고 최근 단제이 찬드라쿠드 인도 대법원장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의회에 동의 연령 재고를 요구했다.
유니세프(UNICEF)도 청소년 성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며 인도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유니세프 내 인도 아동 보호 책임자인 솔레다드 헤레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는 보호, 진실성, 존엄성, 참여 등에 권리를 지니며, 여기엔 개인적인 관계 대한 권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헤레로 책임자는 “청소년들의 발전하는 자주성에 대한 보호와 존중 간에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UN 아동권리위원회도 이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하 연구원은 사법부 및 형사 제도 관계자들도 이 같은 “(상호 합의된) 낭만적인 관계”에 대해선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의회가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의된 청소년 성을 더 이상 범죄로 규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도에 맞는 사법 모델을 찾아볼 수도 있지만, 청소년의 성 활동 또한 정상적인 것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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