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0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경기장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 간 결승전이 예정된 가운데, 16강 이후 카타르가 경기장 유지를 위해 뿌린 물이 거의 300톤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척박한 사막 기후인 탓에 전국 경기장 및 훈련장 수십 곳의 잔디를 좋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매일 물 1만 리터씩 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한 탓에 전 세계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국가인 카타르는 월드컵 등 주요 국제 스포츠 행사를 주최할 때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살아간다.

사막 국가

사실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8곳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도 있었다.

만약 월드컵 대회가 원래 계획대로 여름에 열렸다면 훈련장 136곳을 포함해 경기장에 매일 뿌려야 하는 물의 양은 5만 리터에 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장 측은 카타르의 국제 대회용 경기장 관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전혀 다른 수준의 도전 과제”라고 묘사했다.

수도 도하 북쪽에 42만5000㎡ 규모(경기장 40곳의 규모)로 조성된 예비 잔디 조성지에는 재활용된 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장과 훈련장에는 대부분 담수화를 거친 물을 뿌리고 있다.

라두안 벤-하마두 카타르대 해양과학 부교수는 “자연적으로 이용 가능한 수자원에만 의존한다면 카타르의 인구는 1만4000여 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월드컵 경기장 한 곳의 4분의 1도 채우지 못할 양입니다.”

실제로 카타르에는 강이 없으며, 연간 강수량도 10cm 미만이다.

커져가는 문제

사막 국가 카타르의 인구는 약 290만 명 규모로, 자연적인 수자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다. 이에 따라 반드시 추가적인 수자원을 확보해야만 한다.

[출처: Getty Images] 월드컵에는 여덟 개의 경기장과 136개의 훈련장이 있다
[출처: Getty Images] 월드컵에는 여덟 개의 경기장과 136개의 훈련장이 있다

영국의 해양수산양식과학센터(CEFAS)의 윌 르켄느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는 “카타르는 담수화로 대부분 물을 공급한다”면서 “특히 가정용 생활용수는 거의 100% 담수화된 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해수 담수화란 바닷물에서 염분과 다른 이물질을 제거해 음용수 및 생활용수 등을 얻어내는 과정을 뜻한다.

카타르에선 이미 이런 담수화를 통해 엄청난 양의 물을 생산해내고 있으나, 경제가 더욱 발달하고 월드컵과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 등을 꿈꾸면서 더 빨리 더 많은 담수를 생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월드컵 기간 관광객 약 100만 명이 카타르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 소비량이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카타르의 해수 담수화 능력은 2050년까지 4배 증가해, 일일 생산량이 800억 리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바닷물의 공급은 무한하며, 카타르는 막대한 천연가스 매장량 덕에 대량 담수 생산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해수 담수화는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큰 단점이 있다.

르켄느 박사는 “페르시아만 전역의 모든 담수화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99.9%는 매우 저렴한 탄화수소가 그 공급원”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와 가스와 같은 탄화수소 연료는 대표적인 환경 오염 주범이다.

에 현재 카타르는 야심 찬 환경 목표를 설정했다.

카타르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며,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월드컵은 탄소 중립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카본 마켓 워치’ 등 여러 환경 단체는 해당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카타르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매우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카타르는 친환경적인 담수 생산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그린 목표

이에 대해 르켄느 박사는 “몇 가지 진전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카타르는 태양 에너지로 담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태양 전지판을 세운 뒤 역삼투 과정에 이용할 수도 있고, 아니면 태양열을 직접 이용해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역삼투는 바닷물을 반투막에 통과시켜 불순물만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방식이며, 증발은 물이 기화할 때까지 가열해 응결시켜 불순물만 남기는 방식이다.

한편 카타르는 태양열 발전을 통해 담수화 공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문제로 여기는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카타르는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최근 이웃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 경제 봉쇄를 당해 식량 부족 문제를 겪었다.

그래서 건조한 땅이지만 자국 내 낙농업과 농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안 그래도 부족한 수자원이 더욱 부족해지고 있다.

벤-하마두 교수는 “농업에 카타르 수자원의 3분의 1이 들어가지만, 농업이 국가 GDP에 기여하는 비율은 1% 미만, 거의 0.1%”라고 설명했다.

카타르가 이토록 농업에 투자하는 것은 다른 국가들처럼 식량을 수출하거나 경제 규모를 늘리기 위함이 아닌, 비상시 자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다.

[출처: Reuters] 카타르는 막대한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태양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출처: Reuters] 카타르는 막대한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태양 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카타르의 이 에너지 집약적인 계획은 페르시아만 지역 밖의 사람들에겐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르켄느 박사는 카타르의 도전은 다른 여러 국가가 직면한 문제와는 어떤 면에선 다르다고 말한다.

“건조한 나라는 물이 필요하고, 추운 나라에는 난방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가마다 각자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셈입니다.”

한편 벤-하마두 교수는 “카타르라는 국가와 이 지역이 에너지 집약적인 이러한 담수화 과정을 잘 극복해낼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물 없이 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카타르가 또 다른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인 2036년 올림픽 개최에도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 가운데, 카타르 앞에는 더 많은 도전 과제가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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