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현지시간) 트위터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사임 여부를 묻는 투표에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팔로워 1억2200만 명을 보유한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가 트위터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응답자 중 57.5%가 ‘그렇다’고 투표한 것이다.
투표 종료에 앞서 머스크는 투표 결과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이기도 한 머스크는 지난 10월 440억달러(약 63조원)에 트위터를 인수했으며, 이후 큰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투표는 종료됐으나, 머스크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설령 CEO직에선 물러나도 여전히 트위터의 소유자로 남을 전망이다.
해당 온라인 투표엔 1750만 명 이상이 참여했으며, 42.5%는 머스크 사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평소 ‘사람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라는 뜻의 라틴어 구절 ‘vox populi, vox dei’을 즐겨 인용하는 머스크는 과거 다른 트위터 온라인 투표 결과에 대체로 따랐다.
https://twitter.com/elonmusk/status/1604617643973124097
일론 머스크, “제가 트위터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까요? 투표 결과에 따르겠습니다.”
한편 최근 사직한 전직 트위터 직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자신이 모두가 알고 있듯 무능한 바보임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직원은 “머스크의 투자자들은 현재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과연 머스크를 지지한 게 옳은 선택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머스크가 투자자들의 압력이 아닌 사람들의 선택에 따르는 듯한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러한 온라인 투표를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온라인 투표가 종료되기 몇 분 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인 창펑 자오 CEO는 머스크에게 사퇴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트위터 투자자인 것으로 보이는 자오 CEO는 실제로 지난 5월 5억달러를 투자해 머스크의 인수를 지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와 더불어 ‘애플’, ‘구글’,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한 ‘세쿼이아 캐피털’ 등 거대 기업도 트위터에 투자했다.
또한 ‘오라클’의 공동 설립자이자 머스크의 친구인 래리 엘리슨 회장, 카타르의 국부펀드인 ‘카타르 홀딩스’,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 등도 투자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지난 19일(한국시간) 카타르에서 열린 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된 머스크는 이후 전용기를 타고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투자회사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수석 분석가는 온라인 투표가 마감되기 전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투표를 통해 머스크가 CEO직에서 물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앞으로 24시간 안에” 새로운 임시 CEO를 지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머스크의 인수 이후 트위터와 관련해 여러 논란과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머스크는 트위터 직원의 약 절반을 해고하는 한편, 유료 계정 인증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제공했다가 다시 중단하며 혼란을 빚었다. 트위터 블루 기능은 지난주에 재출시됐다.
또한 트위터의 게시물 관리 정책을 완화하는 머스크의 행보 또한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일부 시민 단체들은 머스크의 조치가 혐오 발언 및 가짜 뉴스를 증폭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선 16일 머스크는 트위터를 취재하던 몇몇 언론인의 계정을 정지시켰으나, 유럽연합(EU) 및 유엔(UN)으로부터 비난이 일자 지난 16일 정지 결정을 철회하기도 했다.
UN은 공식 트위터에 “언론의 자유는 장난감이 아니”라고 일갈했으며, EU 또한 트위터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후 18일엔 트위터 측이 타 SNS 플랫폼을 홍보하는 계정은 차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머스크는 이후 또 한 번 투표를 통해 주요 정책 변화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현재 트위터 홈페이지에선 타 SNS 플랫폼에 대한 정책을 자세히 설명한 페이지를 찾아볼 수 없다.
한편 머스크는 온라인 투표가 시작된 이후 “속담에도 있듯 무엇을 바랄 땐 조심해라. 그 결과가 실현될 수도 있으니”라는 트윗을 올렸으며, 이후 “권력을 원하는 자는 권력을 누릴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트위터로의 ‘주의 집중 분산’
한편 아이브스 수석 분석가는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 주식인 머스크에게 테슬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나, 지난 몇 달간은 “머스크와 테슬라에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테슬라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트위터에 대한 머스크의 집착이 테슬라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테슬라의 3대 개인 주주인 레오 코관은 머스크에게 테슬라 CEO직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머스크는 테슬라를 버렸고, 테슬라에는 현재 일하고 있는 CEO가 없다”는 코관은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는 매일 꾸준히 일하는 CEO가 필요하고, 또 그런 CEO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https://twitter.com/elonmusk/status/1604623424164282368
머스크, “속담에도 있듯 무엇을 바랄 땐 조심해라. 그 결과가 실현될 수도 있으니.”
아이브스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CEO이자 테슬라의 CEO, 스페이스X의 CEO로 사는 것에 “균형을 맞출 수 없음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머스크가 더 많은 논란을 일으킬수록 광고주들은 자꾸 떠나가게 되는데, 트위터 수익의 90%가 광고로 창출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또 다른 투자회사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이사는 테슬라의 투자자들은 머스크의 온라인 투표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몰드 이사는 “머스크가 트위터 CEO가 된 이후 얼마나 주의 집중이 분산됐는지 고려하면,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손떼고 테슬라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 테슬라 주주들은 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업윤리를 그렇게 중시하는 사람치고는 머스크는 SNS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처럼 보입니다. 테슬라 주가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상황에서 머스크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력 사업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합니다.”
지난 19일 기준 테슬라의 주가는 장 초반 약 154달러로 3% 가까이 올랐으나, 올해만 거의 60%에 가까운 하락 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