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관을 인도해 나가면서 고인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10~20명은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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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중국 전역의 화장장이 포화 상태로 시신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여러 언론 보도가 나왔다.

수도 베이징에 사는 AP통신 소속 기자 다케 강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전용으로 지정된 둥자오 장례식장 및 화장장을 방문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관을 인도해 나가면서 고인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10~20명은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강이 장례식장 주변의 상점 주인들에게 물어보니 최근 교통량이 증가했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강은 “어떤 상점 주인은 하루에 보통 수십구 정도를 화장했으나, 요즘은 50~100구 정도를 화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 인구 2200만여 명의 베이징에서만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바빠진 것은 아니다.

AFP 통신은 중국 북동부 및 서남부 지역에서도 화장장 직원들이 급증하는 시신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베이징에서 북동쪽으로 700km 떨어진 선양시에 있는 어느 장례식장의 직원은 시신이 최장 5일 동안 매장되지 못하고 방치됐다고 전했다.

그 직원은 화장장이 “심하게 붐빈다”면서 “이런 해는 처음 겪어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관해선 알 수 없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중국 당국이 몇 주 만에 처음으로 밝힌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2명이, 이어 20일 사망자 수는 5명에 불과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이번 달 결국 규제 일부 해제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엄격히 차단된 탓에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거의 면역력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어떤 피해가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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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둥자오 화장장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

화장장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강이 둥자오 장례식장을 방문한 지 이틀 뒤인 18일 시신 운구 차량이 화장장 입구에 줄지어 늘어섰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있었다.

화장하며 수많은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화장장 밖으로 차량 30여 대가 보였으며, 해당 화장터 앞에선 가족들이 사랑하는 이의 유해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블룸버그와 스카이뉴스는 경찰이 화장장 일부를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남서부 충칭의 화장장에서 일하는 익명의 직원은 “최근 며칠간 이전보다 몇 배나 많은 시신을 수습했다고 AFP에 말했다.

게다가 시신 보관용 냉장고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인지는) 저희도 잘 모릅니다. 그건 담당하는 윗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러나 담당자들도 말을 아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배송업체 기사들이 약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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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업체 기사들이 약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친척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뒤 사망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몇 명 만났다”는 강은 “흥미로운 일이다. 왜냐하면 당시 공식적인 사망자 수엔 코로나19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중국이 코로나19 사망자를 집계하는 방식 때문에 약간 애매한 구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9년 말 우한에서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중국 당국이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는 5242명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수치이다.

그러나 지난 20일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폐렴 및 호흡부전으로 사망한 경우에만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대학 제1 병원의 윙 귀창 감염병 부서 책임자 또한 “사망 원인이 심장마비 혹은 심혈관 질환인 경우엔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관영 언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고 밝혔으나, 감염 및 치사율에 대한 우려는 낮게 평가한다고 한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관계자 쉬 원보는 “바이러스의 전염성 및 치사율이 동시에 증가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한편 당국은 지난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정확히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가운데,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사라지면서 유행세를 추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강은 “장례식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아닌 폐렴이 적혀있는 걸 봤다고 했다”고 말했다.

‘내년에 100만 명이 사망할 것’

지난 20일 베이징의 화장장에서 고인의 사진을 들고 있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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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베이징의 화장장에서 고인의 사진을 들고 있는 가족

미 워싱턴대의 글로벌 보건 연구 센터인 ‘보건계량평가연구소(IHME)’는 중국이 방역 규제를 갑작스럽게 완화하면서 20203년까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전망을 내놨다.

해당 연구는 2023년 4월 1일까지 32만2000명이 사망하는 한편, 확진자 수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면서도 감염 취약 계층의 규모는 4월 이후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유행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크리스토퍼 머레이 IHME 국장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초기 변종 바이러스를 막는 데 효과적이었을 수 있지만, 오미크론 변이는 워낙 전염력이 높기에 정책을 지속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 및 전망은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오미크론 감염 관련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머레이 국장은 “중국에선 원래 우한 감염 사태 이후 거의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염 및 사망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홍콩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병원들은 이러한 감염자 확산에 놀라지 않은 듯한 모습이다.

베이징의 어느 병원을 방문한 강은 “(병원이) 무척 포화 상태임을 보여주는 실제 징후는 없었다”면서도 “물론 베이징이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중국 전체에서 의료 자원은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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