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년 6개월 만에 대남 무인기 침입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안보 위협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의 영공을 침범했다.
남하한 무인기 5대는 서울, 경기 김포와 파주, 인천 강화 지역 상공을 수 시간 비행한 후 북쪽으로 이탈하거나 한국 군 탐지 자산에서 소실됐다.
한국 군은 북한발 무인기를 포착하고 공군 전투기, 공격 헬기 등을 투입해 대응했지만 결과적으로 5대 모두 격추하지 못했다.
북한의 무인기 영토 침범은 2014년, 2016년, 그리고 2017년에도 포착된 바 있다.
한국 합참 관계자는 “이날(26일) 탐지된 북한 무인기는 2014년 경기 파주, 인천 백령도 등에서 발견됐던 것처럼 날개폭 2m 이하 소형 무인기”라고 밝혔다.
한편 27일에는 인천 강화군 석모도 일대에서 무인기가 관측돼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군은 강화 지역 상황에 대해 “북한 무인기 아닌 새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무인기 대처 왜 어렵나
한국 군은 2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온 북한 무인기 5대를 탐지해 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놓쳤다.
과거에는 애초 북한 무인기의 침입을 탐지하지 못했다.
2014년, 2016년, 2017년 포착된 무인기들은 모두 추락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무인기는 일반 항공기보다 작고 속도가 느린 데다 비행 고도가 낮아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다.
또 어렵게 포착한다고 해도 도심지로 오면 민간 피해가 우려돼 조준 사격이나 격추가 어렵다.
한국국방연구원 박용한 선임연구원은 “무인기처럼 작은 물체가 낮은 고도로느리게 비행하면 레이더로 포착해도 새때 정도로 판단하게 되고 육안으로도 식별이 어렵다”며 “특히 도심지로 들어오면 민간인 피해 발생이 우려돼 격추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 합참 강신철 작전본부장은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적 공격용 무인기는 우리 탐지·타격 자산으로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격추에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강 작전본부장은 이어 “우리 군은 적의 무인기 도발에 대비하여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 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 자산은 초기부터 전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 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의 ‘드론부대’를 조기에 창설하여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찰하고, 물리적·비물리적 타격 자산, 그리고 스텔스 무인기 등을 확보하며, 이를 통합 운용함으로써 정찰 등 작전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군의 메시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며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나왔다.
북한의 목적은?.. ‘군사적 위협보다 테러적 위협’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핵과 같은 군사적 위협보다는 테러의 성격을 띠는 위협이라고 설명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소형이나 초소형 무인기의 고역은 군사적인 성격보다는 테러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면서 “테러 대응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기 때문에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양 연구원은 “초소형 무인기는 대형의 무인기나 자살 무인기 등과 성격이 다르고 크기가 너무 작아 이러한 특성에 최적화된 부대나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그것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 군의 무인기 탐지 기술에 대해서는 “소형 비행체를 탐지하는 레이더 개발에 이미 성공해 배치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었다”면서 “다만 탐지 이후 무력화를 시키지 못한 것이 현재 한국 군이 갖고 있는 한계”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은 북한의 무인기 침입 의도는 심리적 압박과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북한 무인기가 정찰의 목적으로 침투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심리적 효과가 더 크다”며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과 그에 대한 대응의 초점이 주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 부분에 맞춰지는 상황에서, 무인기 위협은 그 위협의 크기 자체는 작지만 어쨌든 방어망이 뚫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 심리적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연구원은 “북한이 보내는 무인기가 길이 폭이 약 2m라고 해도 실제 동체 크기는 상대적으로 더 작고 따라서 탑재할 수 있는 폭발물의 양도 상당히 적다고 본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이 무인기가 군사 자산으로서 우리 군을 굉장히 무력화시키고 엄청나게 힘들게 만들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꽤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양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인기를 통해 10kg의 폭탄이라도 장착한다면 군사적으로 심대한 피해까지는 아니라도 피해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며 “바로 이 부분에 대해 준비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과거 대남 무인기 침입 사례
북한 무인기 대남 침투 논란은 지난 2014년 3월 경기 파주에서 날개폭 약 1.92m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본격화됐다.
해당 무인기는 캐논 카메라를 탑재하고 청와대 및 서울 시가지를 촬영했다.
이어 같은 달 백령도에서는날개 폭 약 2.45m 무인기가 발견됐다.
니콘 카메라를 탑재한 이 무인기는 백령도 및 소청도, 대청도의 군사시설을 촬영했다.
이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2014년 4월에는 강원도 삼척에서 캐논 카메라를 탑재한 날개폭 약 1.92m 무인기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 무인기의 경우, 신고자가 증언한 발견 시기가 6개월 전인 2013년 10월 초였다.
이 신고자가 무인기의 카메라 메모리칩을 가져다가 개인용도로 썼기 때문에 사진이 포맷되었다. 포맷 전 메모리칩에는 광동호 및 위치 미상의 동해안 사진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무인기는 강원도 동해안 및 주둔 군부대의 정보를 수집하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무인기 개발 역사
북한은 김정은이 최고 지도자로 집권한 이후부터 무인기 개발 중요성을 보다 강조해왔다.
북한은 2012년 4월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에서 자체 생산했다는 무인기를 공개했다.
이듬해 3월 김정은이 북한의 자체개발 무인기의 시험발사를 참관하는 모습이 공개되었고, 군부대 시찰 중 “다양한 무인기를 활용한 적 종심정찰활동을 강화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7월 북한은 정전 60주년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각종 미사일과 함께 무인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가 2016년 4월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북한은 1970년대에도 이미 무인기에 관심을 보여왔다.
이 외교문서에 따르면 1974년 11월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의 윤하정 공사와 다카시마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은 면담 중 북한이 일본으로부터의 무인비행기 및 잠수장비 도입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을 논의했다.
북한은 이후 1980~90년대 중국산 D-4(ASN-104) 무인기를 입수하고 1990년대부터는 해당 무인기에 기초해 자체 무인기 개발 및 생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시리아나 러시아, 이란 등으로부터 관련 기술과 무인기를 획득해온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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