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싱 국제공항을 지나가는 여성

EPA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오는 1월 8일부터 해외 입국자들의 시설 격리를 폐지한다고 26일 발표하면서 지금껏 고집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의 마지막 주요 변화를 알렸다.

국경을 걸어 닫은 지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중국에 친지 방문 혹은 유학 및 출장을 계획한 사람들에겐 사실상 국경 재개방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동시에 엄격한 방역 규제 완화 이후 중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렬한 속도로 퍼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의료 시설이 포화상태이며, 노인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당국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일일 사망자 수 및 확진자 수 또한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지난주만 해도 당국이 발표한 일일 신규 확진자는 약 4000명가량이며, 사망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나 25일 당국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에어피니티’는 현재 중국에서 매일 100만여 명이 새로 감염되며, 5000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은 지난 3년간 고강도의 봉쇄 조치 및 국경 폐쇄, 코로나 환자 및 밀접 접촉자에 대한 의무 격리 제도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소위 ‘위드 코로나’ 단계로 넘어간 사실상 마지막 주요 경제국이 됐다.

중국의 이러한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제를 강타한 한편, 여러 제한 조치 및 반복되는 의무 검사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결국 분노가 폭발했고, 지난달 중국에선 보기 드물게 시진핑 국가주석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이에 결국 몇 주 뒤 당국은 고강도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외 입국자 규정은 마지막까지 주요 제한 조치로 남아있었다. 2020년 3월 이후 모든 중국 입국자는 최대 3주간 국가 지정 시설에서 의무적으로 격리해야만 했다. 이는 최근 5일로 단축된 바 있다.

그러던 중 중국 방역 당국이 지난 26일 내년 1월 8일부터 코로나19의 등급을 기존 A급에서 B급 감염병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 입국자들은 여전히 PCR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시설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며, 일일 중국행 항공편 제한도 곧 폐지될 전망이다.

또한 당국은 중국으로의 친지 방문, 출장, 유학을 계획 중인 사람들을 위해 방문 및 비자 절차를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관광 비자 또한 포함하는 사항인지는 불분명하나, 당국은 국제 크루즈선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당국의 이번 조치에 해외여행을 꿈꾸던 많은 중국인이 환호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온라인 여행사들은 몇 시간 만에 홈페이지 접속량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년간 통제했다가 갑자기 이뤄진 조치에 분노를 표시하는 이들도 많다.

상하이 병원의 모습. 코로나19 유행세로 중국 내 많은 의료시설이 과부화 상태다

Reuters
상하이 병원의 모습. 코로나19 유행세로 중국 내 많은 의료시설이 과부화 상태다

상하이에 사는 레이첼 리우는 “나는 (이번 개방 조치에) 기쁘면서도 또 할 말을 잃었다”면서 “어차피 이렇게 [재개] 할 거였다면, 왜 올해 난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며 봉쇄 조치를 겪어야 했던 것이냐”고 반문했다.

리우는 올해 4월에만 3개월가량 봉쇄 조치를 겪었으나, 최근 몇 주간 대부분 가족이 감염됐다고 말했다.

시안, 상하이, 항저우 등에 살고 있는 리우의 부모, 조부모, 배우자 모두 지난주 발열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온라인에선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 국경 재개방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SNS ‘웨이보’에서 “왜 최근 유행세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순 없는 것인가? 의료 종사자들은 이미 과부하상태고, 한 달 안에 2차례 감염됐다간 노인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댓글은 가장 많은 ‘좋아요’수를 기록했다.

특히 겨울에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도시 사람들은 독감 및 감기약이 바닥나고 있으며, 아픈 친지들을 위해 의료적 도움의 손길을 구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게다가 화장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망자 수백 명이 보고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 26일 코로나19 방역 조치 변화에 대해 발표하면서 관계 당국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실현 가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영 언론은 시 주석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코로나19 통제에 있어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으며, 더욱 표적화된 대응법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제로코로나 정책을 버렸나?

전문가들은 180도 돌변한 중국의 코로나19 조치로 인해 시 주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많은 이들의 삶이 과도하게 통제하고 경제적 손해를 일으킨 ‘제로 코로나’의 원동력은 바로 시 주석의 의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면서 이제 시 주석은 확진자 및 입원 환자 급증에 책임을 져야 할 처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왜 중국 당국은 이러한 상황에 더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는지 많은 이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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