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서방 동맹국의 첨단 무기 지원을 기다리는 가운데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큰 진전이 없는 등 현재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밝혔다.
부다노프 국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상황이 그저 꽉 막혔다”라면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탈환한 이후 동부 도네츠크 바흐무트 근처에서 교전이 집중됐다.
그 외 1000km에 이르는 다른 전선에서는 겨울이 찾아오면서 우크라이나 지상군의 작전 속도가 늦춰진 가운데 러시아군이 방어하는 형국인 것으로 보인다.
부다노프 국장은 러시아 측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당해 “이제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추가 동원령 발표를 결정했으리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군 또한 여러 전선에서 계속 전진하기엔 자원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이 모든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철저히 막아내는 것도, 그 반대로 러시아군이 진군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새로운 무기 지원 및 첨단 무기의 수송을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달 초 러시아 군이 잇달아 후퇴하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측이 내년 초 벨라루스를 기반으로 수도 키이우 점령 재시도 등 다시 지상 공세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부다노프 국장은 수천 명 규모의 병력 이동 등 벨라루스에서의 러시아 측 활동은 우크라이나군의 주의를 남부 및 동부 전선에서 북부로 돌리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최근 러시아군을 태운 열차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정차하긴 했으나, 몇 시간 뒤 누구도 내리지 않은 채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부다노프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보고 싶지 않아도 반드시 볼 수 있게 낮에 공개적으로 열차를 운행했다”며, 다만 벨라루스 쪽에서 실질적 혹은 임박한 위협이 다가온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키이우 재공격 혹은 벨라루스로부터의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 공격 등의 준비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BBC가 키이우에 있는 부다노프 국장의 어둑어둑한 사무실에서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기 며칠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년여 만에 처음으로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를 방문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오랜 우방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방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부다노프 국장은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의 공격 발사대로 이용된 건 사실이지만, 벨라루스 여론이 참전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 전문가들이 벨라루스의 4만8000명 규모의 군대가 과연 준비됐는지 의문을 제기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벨라루스가 재앙에 빠지는 것을 막고자 모든 조치를 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헤르손 탈환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주변에서 러시아군과 치열하게 교전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비교될만한 참호전이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점령해 우크라이나 보급망을 파괴하는 한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얀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부의 또 다른 거점으로 진격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부다노프 국장은 러시아 민간 용병 부대 ‘와그너 그룹’이 이번 공세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고위 정치인들과 경쟁하는 가운데 바흐무트를 자신의 정치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러시아가 지난 10월 중순부터 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중요 인프라를 겨냥하면서 수백만 명이 전기, 난방, 수도 없이 살고 있다.
이에 대해 부다노프 장관은 러시아군이 포격을 이어 나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미사일 보유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러시아 산업은 이를 보충해줄 능력이 되지 않기에 러시아가 기존과 같은 맹렬한 공격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이란이 러시아가 공격에 사용하는 드론 대부분은 지원하면서도 미사일 공급은 거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미 핵 프로그램으로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이란이기에 추가 제재의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부다노프 국장은 전쟁이 우선적으론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궁극적으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를 포함해 모든 영토를 탈환하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다노프 국장은 소련의 붕괴와 함께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선언했던 1991년 당시 국경 회복을 구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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