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을 받는 전 세계 많은 여성 노동자들은 올해 물가 상승으로 인해 12개월 전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BBC는 이전엔 당연하게 여기고 누렸던 것들 없이 지내고 있다는 4개국 여성들의 이야기와 함께 지방 당국의 정책 변화 덕에 실제 수입이 증가했다는 어느 인도 여성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봤다.
집에서 만든 설거지 세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사는 주사라 바셀로는 장을 보고 돌아와도 1년 전에 비해 장바구니가 절반밖에 차지 않는다고 말한다.
가정용 청소용품에 드는 비용을 줄였으며, 특히 설거지용 액체 세제는 더 이상 새로 사지 않는다.
대신 튀긴 요리 후에 남은 기름을 모으기 시작했다.
바셀로는 “요리를 한 뒤 남은 기름은 플라스틱병에 담아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준다. 그러면 비누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 최저 임금: 월 1212헤알(약 29만원)
- 마지막 임금 상승: 2021년 12월(10%). 이번 달 재인상 예정
- 연간 물가 상승률: 올해 11월 기준 5.9%
재활용 기업에서 일하는 동안 비누 제조 기술을 배운 이웃 친구는 칩 혹은 콕시냐(닭 크로켓) 요리에 사용된 기름을 알코올, 수산화나트륨과 섞은 뒤 시장에서 사 온 향을 넣는다.
바셀로는 “수산화나트륨의 강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을 첨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업 회사에서 청소부 및 요리사로 일하는 바셀로는 연금 납부액을 빼면 매달 1212헤알(약 29만원)을 번다.
1년전만 해도 바셀로는 막내아들을 데리고 가끔씩 영화관에 갈 여유도 있었고, 길 가다 만난 노숙자들을 위해 종종 가방에 음식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게 바셀로의 설명이다.
“요즘엔 타인을 위해 그렇게 음식을 나눈다면 제가 집에서 먹을 음식이 부족해집니다.”

직접 만드는 옥수수 시리얼
네슬레사에서 나오는 옥수수 시리얼 제품 ‘골든 몬’은 나이지리아에서 교사로 일하는 레베카 오그보나의 네 자녀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 메뉴였다. 그러나 지난 7개월간 오그보나는 해당 제품을 사주지 못했다.
올해 10월 나이지리아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그보나는 “(해당 시리얼 제품을) 예전에는 1000나이라(약 2840원)면 샀는데, 지금은 3000나이라 이상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오그보나는 ‘골든 몬’을 사는 대신 직접 집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시리얼을 만들어 먹인 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옥수수와 콩을 구해서 잘게 갈아낸 뒤 물에 담가두는” 방식이다.
- 최저 임금: 월 3만나이라(약 8만5000원). 일부 주의 경우 더 높음
- 마지막 임금 상승: 2019년
- 연간 물가 상승률: 올해 11월 기준 21.5%
그러나 자녀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이에 대해 오그보나는 “아이들에게 직접 만든 시리얼을 줬더니 ‘맛이 별로다. 이런 건 먹을 수 없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아이들은 먹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오그보나는 나이지리아 최저 임금의 1.5배인 45000나이라를 벌지만, 여전히 가족들을 부양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번 달이 다 가기도 전에 월급을 다 쓰게 될 것입니다.”
새 옷을 살 수 없는 형편

에콰도르 출신으로 영국 런던의 온라인 소매 창고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제시카 라콤(56)은 1년 전만 해도 시간당 9.5파운드(약 14000원)로도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근무 시간을 늘려도 생활이 빠듯하다고 말한다.
“일할 사람이 충분치 않아 2배 더 오래 일해줄 수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모든 가격이 올랐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라콤은 “하루에 15~ 16시간 정도 일한다. 정말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지금 쓰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는 허리가 아픈데, 새로운 매트리스를 살 형편이 못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라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용카드로 구매하고 조금씩 할부로 갚아나갈 수 있었지만, 이젠 월세를 내고 식료품을 사면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 최저 임금(23세 이상): 시간당 9.5파운드(약 14000원)
- 마지막 임금 상승: 올해 4월(6.6%). 오는 4월 9.7% 인상 예정
- 연간 물가 상승률: 올해 11월 기준 10.7%
이 때문에 현재 있는 옷들이 조금씩 낡아가고 있지만 새로운 옷을 살 엄두도 나지 않는다.
게다가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병원 응급실에도 한 차례 이상 가게 됐다고 한다.
“병원에선 직업을 바꾸라고 하지만, 제 연령대 사람에게 이직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생일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해요’

서울의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정다운씨(29)는 고향 부모님댁 방문을 포기하게 됐다.
버스와 기차 왕복 요금으로 15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정씨에겐 작년부터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금액이다.
“부모님 생신과 제 생일 등 특별한 날엔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정씨는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뿐만 아니라 이자율이 오르면서 정씨의 살림은 더욱 빠듯해졌다. 원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현재 매달 내야 하는 돈이 자꾸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최저임금: 시간당 9160원
- 마지막 임금 상승: 올해 1월(5%). 오는 1월 5% 상승 예정
- 연간 물가 상승률: 올해 11월 5%
이에 대해 정씨는 “이젠 그저 살아있기 위해 일할 뿐”이라면서 “이전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도 했는데, 이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저축한 돈도 다 써버렸다. 비상시를 대비해, 혹은 부모님을 위해 모아둔 돈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9160원으로 5% 인상했으나,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더 빨랐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부유층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해야 합니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기

한편 인도에 사는 파바니 추후라(40)는 하루 일당으로 333루피(약 5100원)를 받는다. 북동부 오디샤주의 비숙련 농업 노동자로 벌 수 있는 최저 임금이다.
그리 큰돈은 아지지만 적어도 추후라 부부는 정기적으로 일거리가 있다.
추후라는 ‘마하트마 간디 국가 농촌 고용보장법(MGNREGA)’의 수혜자다. 농촌 가구당 1인은 연간 최소 100일 이상의 임금 고용을 보장한다는 법이다.
그러나 오디샤 지역 정부는 주민 이탈을 막기 위해 2020년 200일로, 올해 7월엔 다시 300일로 늘렸다.
전국적으로 1억 명 이상이 해당 법에 따라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오디샤에서도 추라가 사는 발랑기르 지역을 포함해 4개 특정 지역에서만 300일 이상의 임금 고용이 보장된다.
- 최저임금: 오디샤 지역 비숙련 노동자 기준 하루 333루피(약 5100원)
- 마지막 임금 상승: 오디샤에서 올해 5월(3%), 10월(2%)
- 연간 물가 상승률: 올해 11월 기준 5.9%
두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추후라는 “지난 6개월간 채소와 콩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그러나 이제 일거리가 있기에 여전히 식료품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할아버지의 약값 마련을 위해 더 이상 은행에서 소액 대출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버는 돈이 늘어나면서 심지어 대출금을 상환할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물가 자료 출처: Tradingeconomics.com
- 룰라 브라질 대통령 취임 선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미국행
- ‘아바타 2’: 시각 효과의 미래는?
- 탈레반의 여성 대학 금지에 맞서 쿠란에 나오는 한 단어를 인용한 아프간 여성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95세 일기로 선종.. 전 세계 애도 물결
- 북한, 국제 사이버경연대회 연승… 영재 집중 훈련해 ‘해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