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디토 16세는 지난 2013년 2월 27일 성베드로광장에서 교황직 사임 전 마지막으로 일반알현을 가졌다

Getty Images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건강 악화로 사임한 지 거의 10년 만에 95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그는 지난 1415년 그레고리 12세의 사임 이후 최초로 생전 교황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8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가톨릭 교회를 이끌었다.

베네딕토 16세는 바티칸 내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말년을 보내다 지난달 31일 현지시간으로 9시 34분에 숨을 거두었다.

후임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베네딕토 16세의 장례 미사를 이끈다.

바티칸 교황청은 명예 교황의 시신은 2일부터 성베드로대성당에 안치돼 믿는이들이 작별을 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의 죽음이 공표되자 뮌헨 성당에서 종이 수차례 울렸고 로마의 성베드로광장으로부터는 종소리 한 번이 들려왔다.

Watch: Pope Benedict XVI through the years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죽음이 전해진 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대외 메시지에서 베네딕토 16세가 교회에 선물과 같은 존재였으며 숭고하고 친절한 이였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신년 미사에서 그의 “소중한 전임자”에 경의를 표하며 “베네딕토 16세의 희생은 교회에 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가톨릭 교회를 이끄는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베네딕토 교황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들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니콜스 추기경은 성명에서 “나는 지난 2010년 명예 교황이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방문했던 때를 특별한 애정을 갖고 기억하고 있다”며 “우리는 명예 교황이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보여줬던 정중함과 친절함, 마음의 통찰,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부터 오는 환대를 보았다”고 회상했다.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는 전 교황에 대해 “위대한 신학자이며 그의 2010년 영국 방문은 영국 전역의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찰스 3세 국왕은 베네딕토 명예 교황의 선종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지난 2009년 바티칸 방문 당시 그를 만났던 “애정어린 기억”을 회상했다.

찰스 3세는 “나는 베네딕토 명예 교황이 전 인류에 끊임없이 평화와 선의를 강조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는 또 전세계 성공회 연합과 로마 가톨릭 교회 간 우호를 증진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로서는 두 번째로 미국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은 베네딕토 명예 교황에 대해 “저명한 신학자로 기억될 것”이라며 “신앙과 교리에 따라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지난 2008년 명예 교황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를 거론하며 명예 교황이 “전 인류가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전 세계적인 결속이 어느때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Watch: Pope Francis expresses thanks for the life and service of Benedict XVI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베네딕토 16세가 “서로 보다 더 돕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영혼과 지성을 다해 일했다”며 명예 교황의 사상이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 가톨릭 교회에 전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이 “신앙과 이성을 대표하는 위인”이었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그는 전 교회를 위해 일생을 바쳐 봉사했다”며 “앞으로도 그의 헌신은 계속해서 인류의 가슴 속, 그리고 생각 속에 그의 영적, 문화적, 지적 지도력의 깊이와 함께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이 독일 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가톨릭 교회의 본이 되는 인물이었다”며 “솔직 담백하고 재치 있는 신학자였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마이클 히긴스 대통령은 명예 교황이 “전 세계에 평화와 선의를 전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헌신한 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성공회의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이 “당대 가장 위대한 신학자들 중 한 사람으로 교회의 신앙에 헌신한 충실한 일꾼이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베네딕토 명예 교황에 대해 “전통 기독교 가치의 수호자”로 칭송했다.


변화와 존중

BBC 종교 에디터 알림 매크불의 분석

BBC
BBC 종교 에디터 알림 매크불의 분석

베네딕토 16세 명예 교황의 죽음으로 세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학 지식과 지성주의, 삶의 경험의 보유자를 잃었다.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직에서 물러난 이후 거의 10년의 기간 동안 교리 변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진전이 없었지만 그는 교황권의 정신을 변화시켰다.

그는 교황직을 수행함에 있어 보다 목가적인 접근을 취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재임 기간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출신 추기경들을 임명해 명확한 변화를 보여줬다.

최근 몇 년 동안, 명예 교황은 그가 그 역할을 자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새로운 교황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피뢰침과 같은 존재로 역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강이 좋지 않아 사임을 고려 중이지만 로마의 세 교황이 있게 되는 사태를 피하고자 주저하고 있다 추측이 있었다.

드라마 “두 교황”처럼은 아니더라도 전임자와 후임자 간에는 서로 간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짙은 존중이 깔려있었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진행될 명예 교황의 장례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교할 때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전 교황의 서거 소식에 사람들이 로마의 성베드로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에서 방문한 안나마리아(65)와 파트리치아(64)는 명예 교황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성베드로광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안나마리아는 BBC에 “우리는 기도하러 왔다”며 “그는 프란치스코와는 분명히 매우 다른 교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대한 교황이었고 위대한 지식인이자 학자였다”며 “다른 모든 교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를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온 관광객인 바바라 베르나다스는 그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전 교황의 서거 뉴스를 듣고 당혹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성 베드로 광장에 있을 때 전 교황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었다”며 “관광 가이드가 베네딕토 16세가 살았던 곳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정말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상황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따라야 할 프로토콜이 없어 ‘이제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확실히 지금은 전례가 없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전 교황은 한동안 병으로 앓았지만 바티칸 당국은 고령으로 인해 그의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에서 지난해 마지막으로 마주한 청중들에게 “명예 교황 베네딕트를 위해 특별한 기도를 해달라”고 호소하며 그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독일에서 요제프 라칭거로 태어난 베네딕트는 2005년 78세의 나이로 교황에 선출되어 선출 당시 나이가 가장 많은 교황 중 한 명이 되었다.

그의 교황 재임 기간 대부분 동안 가톨릭 교회는 수십 년간 사제들에 의해 행해진 아동 학대에 대한 혐의, 법적 청구 및 공식 기록에 직면했다.

올해 초 전임 교황은 자신이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뮌헨 대주교로 재직하는 동안 학대 사건을 처리하는 데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금주 BEST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