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신년사에서 ‘귀족노조’를 언급한 데 이어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도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귀족노조’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시선을 끌었다.
대통령은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무 중심, 성과급 중심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 강성 노조와 타협해 연공 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이날(3일) 국무회의에서도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정상적인 폐단을 바로잡고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라며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 건강보험제도의 정상화, 국가 보조금 관리 체계의 전면 재정비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해가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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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왜 노조 길들이기로 흐르나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에도 점점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 52시간 유연화, 근로시간 규제 예외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노동시장 유연화 공약을 내세웠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BBC 코리아에 “윤 정부는 보수 정권이 늘 그래왔듯, 노동자보다는 기업인들 중심으로 노동시장 개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노조의 힘을 많이 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노조는 현 정부가 공들이는 노동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노동개혁을 통해 극복해야 할 그런 집단으로 규정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귀족노조’란 정확히 어떤 노조를 가리키는 것일까. 귀족노조란 일반적으로 노조를 비판할 때 쓰는 표현으로, 이미 좋은 처우를 받으면서도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여질 때 주로 언급된다.
이 평론가는 “노조 중에서도 자동차·조선 쪽 (노동자들이 가입한) 금속노조를 주력군으로 하는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기업 노조, 강성 노조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 조합원 수는 121만2539명, 한국노총 조합원 수는 123만7878명이다.

반노조 정서
정부의 노조 길들이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사회 전반에 깔린 반노조 정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회사에 맞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당한 수단이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인 상황에서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이 정치적인 악수가 될 수도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정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노조에 강력히 대응한 후에 오히려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정무적으로도 유리한 선택이 됐다는 뜻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0월 20%대를 기록했지만, 11월 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한 후 30%대에 안착했다. 당시 긍정 평가 주요 요인으로도 ‘노조 대응’이 꼽혔다.
이 평론가는 “화물연대 파업을 비롯한 민주노총의 동투가 정치 투쟁과 결합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많이 잃었다”며 “그것에 대해 원칙·엄정 대응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 소위 반노조 정서가 굉장히 팽배한 것은 분명하다”라며 “일부 노조의 비리 문제나, 기득권처럼 보일 수 있는 주장을 보수 언론에서 크게 부각시키고 프레임을 씌우면서 여론 형성에 안 좋게 작용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86%의 노동자들은 노조로부터 보호를 받거나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 박탈감이나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21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노조를 ‘믿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2.5%로 ‘믿는다’는 의견보다 많았다. 반면 대기업을 ‘믿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3.3%, ‘믿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6.7%였다.
노조가 약해지면 노동시장 양극화 해결될까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인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직원이나 비정규직 직원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 개혁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을 발표했다.
현재 기업은 주 52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지만 합의 시 월·분기(3개월)·반기(6개월)·연 단위로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최대 주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근로시간 유연화의 경우 ‘노조 밖에 있는 취약 노동자를 위한다’라는 (정책) 취지와는 완전히 어긋날 수 있다”라며 “노조가 있는 곳은 노조가 크게 반대하거나 거부할 경우 이를 시행하기 쉽지 않은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이를 거부할 수 없어) 일을 더 많이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생산직이나 공공기관이 대표적인 호봉제 연공형 임금 체계를 갖고 있다”라며 “호봉제를 폐지하거나 무력화하면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 상승을 제한하거나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가능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 조직률(조합원 수를 임금근로자 수로 나눈 수치)은 14.2%다. 2019년 기준 OECD 회원국인 미국(9.9%)보다는 높지만 영국(23.5%), 일본(16.8%), 캐나다(26.1%)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300명 이상 46.3% ▲100~299명 10.4% ▲30~99명 1.6% ▲30명 미만 0.2%였으며, 부문별로는 민간 부문이 11.2%인 것에 비해 공공·공무원 부문은 70%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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