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Reuters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23년 1월 1일 공개한 이 사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고 있다

북한이 새해부터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대남 대결 의지를 재확인한 가운데 김정은, 김여정 등 최고지도부가 직접 나서서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2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개최한 ‘2023년 북한 신년 메시지 분석과 정세 전망’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고지도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통일전선부 등 대남 실무부서의 역할이 실종되었으며, 전문부서의 역할 축소로 정책적 오판 발생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북측 담화 발표의 주체에서 통전부가 사라지고, 국방성·총참모부·중앙군사위 등이 담화 발표를 주도해 남북관계를 이른바 ‘대적 관계’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전선부는 남북교류와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조선노동당 산하 기구를 가리킨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서 남측을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규정하고 강하게 위협했다.

특히 “현 상황이 전술핵무기 다량생산과 핵탄 보유량의 기하급수적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기본중심 방향으로 하는 ‘2023년도 핵 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천명했다.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 전력 강화를 공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에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과 1발을 발사하고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을 공격할 주력무기를 새해 첫날부터 과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으로,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 30문이 노동당에 ‘증정’됐다고 밝혀 실전 배치됐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이 ‘남북관계’ 대신 ‘대적관계’를 재차 규정하고 정면대결 불사 입장을 고수하면서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 전가, 대남 적개심 표출, 대남위협 수위 고조 등을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이 올해도 미사일 발사, 국지도발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 시험발사 등을 더욱 격렬히 추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여정 ‘개나발작작’, ‘개짖는 소리’ 등 막말

앞서 공개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막말 담화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2월 20일 장문의 담화에서 한국을 향해 ‘괴리군깡패들’, ‘개나발작작’, ‘개짖는 소리’ 등 막말 비난을 쏟아내며 한국 군의 대북 감시능력을 비하했다. 통일부에 대해서는 ‘말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이틀 앞선 18일 북한이 공개한 위성촬영사진 화질에 대해 한국 측에서 ‘조악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조롱∙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한미 독자제재 추진에 대한 반발 차원이었다.

김 부부장은 “제재 따위나 만지작거리며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잔머리를 굴렸다면 진짜 천치바보들이다. 안전하고 편하게 살 줄 모르기에 멍텅구리들 인 것”이라며 한국 정부를 겨냥했다.

특히 “(남측)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부추겼다.

그러면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 뻔뻔스럽고 우매한 것들에게 다시 한 번 경고 한다”며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우리에 대한 제재압박에 필사적으로 매여 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며 그것은 그대로 저들의 숨통을 조이는 올가미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현 정부를 지난 정부와 비교하며 노골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0년 6월 북한 통일전선부는 ‘대북전단 살포’ 관련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사업을 총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통일전선부는 특히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제1부부장이 경고한 담화라는 것을 심중히 새기고 내용의 자자 구구를 뜯어보고 나서 입방아를 찧어야 한다”면서 “우리도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차 시달리게 해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당시 담화에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폐지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독단적 체제로 가는 ‘남매 정치’

북한이 사실상 김정은-김여정 투탑 체계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나름대로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에 “남매 정치, 가족 정치에 의해 대외관계 메시지가 아주 저급하고 감성적으로 변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전문 외교안보라인, 대남 라인에서 윤문이나 윤독 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과 김여정의 독선이 정책 결정에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면서 “과거 김양건, 김영철 등 전문적인 능력과 식견을 가진 인물들의 의사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 독단적인 체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7.27 기념연설, 8.10 전국 비상방역총화연설 8.18 김여정 담화,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등을 통해 대남∙대미 강대강 노선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남을 비하해 우위에 서려는 수령 정권’

이와 관련해 북한연구소장을 지낸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최고지도자의 위대성을 늘 강조해야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한이 국가 대 국가의 대응한 조건일 수 없다’며 “체제 특성상 자신들이 우위에 있음을 부각하기 위해 한국을 무조건 비하하고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화를 하든 협력을 하든 무조건 북한이 한국의 우위에 서서 진행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북한은 굉장히 우월적 지위에 있는 국가”라면서 “그런 우월한 국가를 이끄는 수령은 그 누구하고도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런 식으로 한국을 비하해 자신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수령 정권을 돈독하게 만들고 주민들에게서 수령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대남 위협 공세와 관련해 “연초부터 잘못된 길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일 통일부 시무식에서 “북한 정권이 연초부터 주민의 어려운 민생을 외면한 채 같은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며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한국은 우리 앞에 놓인 무한 경쟁의 시대에 우리 자원과 힘을 오로지 우리 국민들의 삶을 위해 사용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무엇을 위해 새해부터 이러한 위협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은 스스로 만든 위협을 스스로 이기겠다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며 “그 과정과 그 끝에는 소모와 낭비로 더 어려워진 북한 주민들의 민생만 남을 뿐”이라고 권 장관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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