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문재인 정권때 체결된 이 합의는 지난해 9월 19일부로 체결 4주년을 맞았다. 합의 내용의 핵심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위협적인 군사 훈련 중단이다. 남북한은 또 상호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해 육상, 해상, 공중에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빈번하게 완충구역 내 포사격을 실시해 합의를 위반했다. 북한은 지난해 십여차례에 걸쳐 1천 수백여 발의 포병사격을 완충 수역에 가했다.
특히 지난달 말에는 북한 무인기 5대가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며 한국 내 안보 위협 논란이 일었다.
한편, 한국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맞서 한국과 미국 간 대규모 공중 연합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5년 만에 부활시켜 실시했다. 북한은 이때도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한 강한 반발 메시지를 내며 완충구역 내 포사격을 가했다.
한국과 북한의 강대강 대치가 새로운 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9·19 합의에 대한 효력 정지가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파기’ 아닌 ‘효력정지’ 선언될 듯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시 9·19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정지를 검토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파기’와 ‘효력정지’의 의미는 아주 다르다며 한국과 북한 지도부 어느 쪽에서도 먼저 ‘파기’라는 선언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원곤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완충구역 내 포사격을 하며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고 있으면서도 직접적으로 파기를 언급하지는 않는다”면서 “결국 북한의 의도는 한국 정부가 파기를 선언하게 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을 한국 정부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윤 대통령에 발언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일종의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할 때 북한이 최근 무인기 사태와 같은 영공 침해를 다시 할 경우라고 조건을 단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도 “이번에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은 ‘북한이 앞으로 추가적으로 우리의 영토를 침범한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면서 “침범을 하지 않고 계속 합의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리가 먼저 깨지는 않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그러면서 “공을 북측으로, 북한 쪽으로 넘겼다 이렇게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9·19 군사합의에 대한 엇갈린 시선
9·19 군사합의에 대한 한국 정치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윤석열 정부와 보수 여당은 북한의 잦은 도발로 9·19 군사합의가 이미 ‘사문화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초 한국 군이 발사한 현무-2C의 낙탄 사고를 두고 여당 의원들은 ‘9·19 군사합의로 안전한 훈련장이 부족해진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중거리미사일(IRBM)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동해상으로 여러 발의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 그 일환으로 발사된 현무-2C 탄도미사일은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 유지를 지지하는 진보 진영에서는 9·19 군사합의가 ‘정전협정의 연장에서 이루어진 평화 협정으로서 의미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9·19 군사합의가 남북 간 첨예한 대립이 있던 지역에 해상완충지역을 둠으로써 NLL(북방한계선) 지대에서 충돌 가능성을 줄인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북한이 완충구역 포 사격 등으로 사실상 합의를 무력화한다면 결국 합의는 효력을 잃는 방향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박 교수는 “NLL 지역은 특히나 남북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9·19 군사합의를 통해 이곳에 해상완충지역을 만든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NLL 지역 충돌 가능성을 줄인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인데, 북한이 완충지대에 의도적으로 포를 쏴버리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 북한 새해 카드에 ‘주체 112’ 무슨 뜻?… ‘수령=신’ 북한에서나 가능한 일
- 교황 베네딕토 16세 일반 조문에 약 20만 명 다녀가
- 아마존 CEO, ‘비용 절감 기조에 따라 1만8000명 감원할 것’
- WHO, ‘중국, 코로나19 사망자 수 축소’ 경고
- 부동산 규제: 서울 규제지역 6년 만에 해제…기대와 효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