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인디 로맨스 작가 수잔 미첸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지난 2020년 9월 페이스북에 어머니 미첸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로맨스 소설을 “온전하지만 흠이 있는” 작품이라 묘사했던 미첸은 서로의 작품을 응원하는 동료 작가 및 독자들이 활발히 소통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육성한 인물이다.
그런 미첸의 사망 소식에 작가 사만다 A. 콜은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콜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작가) 중에 미첸의 사망에 일조한 이가 있다는 게 알려졌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슬펐다”고 말했다.
그 이후 미첸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문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콜은 “비난과 손가락질이 시작됐고, 몇 달간 커뮤니티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작가 커뮤니티는 미첸의 사망 2주기 기념행사도 열어 추모했다. 미첸을 기리기 위해 모금 행사와 책 경매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캔디스 아담스와 같은 작가들은 “괴롭힘은 소설 속 이야기에서만 그쳐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단편 소설집 집필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이번 주 갑작스런 끝을 맺게 됐다. 죽은 줄 알았던 미첸이 부활한 것이다.
미첸은 SNS를 통해 복귀를 발표하면서 자살극을 벌인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팬들과 동료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온라인에 공유된 화면 캡쳐본에 따르면 미첸은 “물어볼 게 많을 것”이라면서 “이제 즐겨보자”고 적었다.
죽은 이는 SNS에 글을 쓰지 않는다
미첸의 충격적이고도 갑작스러운 부활에 해당 온라인 작가 커뮤니티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분노에 휩싸였다.
콜은 “이런 일은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짓을 벌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미첸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저는 앞으로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첸이 주도한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2019년부터 활동했다는 작가 아담스는 이번 소식으로 인해 한때 안전하고 서로를 돕는 모임 같았던 이 커뮤니티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무엇이 진짜이고 아닌지 구분할 수 없게 됐기에 서로를 돕고 응원할 수 없게 됐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한편 과거 미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미첸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미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어머니 생전 마지막 소설을 완성하고, 이전 작품들을 홍보하는데 도와달라는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BBC 뉴스가 본 화면 캡쳐본에 따르면 사망 후에도 미첸의 페이스북 계정이 왜 여전히 활성화돼있는지 묻는 질문에 미첸의 “딸”이라는 인물은 “죽은 이는 SNS에 글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담스에 따르면 이후 수년간 작가들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순전히 작가들만 알아차릴 수 있는 단서, 즉 문법 실수가 마음에 걸렸다.
아담스는 “미첸은 특이한 철자 오류 습관이 있었다. ‘supposed to(해야 한다)’를 ‘post to’라고 쓰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첸의 사망 소식 이후 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올리는 게시물에도 동일한 문법 실수가 반복된다는 걸 알아차린 이들이 있었다.
커뮤니티 내 많은 작가들 또한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이러한 실수가 진실을 파악할 단서였다는데 동의했다는 게 아담스의 설명이다.
아담스는 “결국 우리는 페이스북에 계속 글을 쓰던 건 미첸 본인이었으며, 딸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왜 다시 돌아온 거죠?’
BBC가 본 화면 캡쳐본에 따르면 지난 3일 어느 사용자가 커뮤니티에 나타나 자신이 사실 미첸이고 살아있으며, 지난 수년간 가명으로 커뮤니티를 관리하고 글도 게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페이스북 게시물은 “나는 잘 지내고 있고 다시 글을 쓰고 싶다”면서 “이제 즐겨보자”는 내용이었다.
정확한 상황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지만, 이 게시물로 커뮤니티는 분노에 휩싸였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미첸과 설전을 벌였다는 콜은 미첸에게 답을 원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콜은 “왜 다시 돌아온 거냐. 계속 사용하던 가명으로나 지내는 게 어떠냐”고 적었다.
BBC가 본 메시지에 따르면 이에 미첸은 가족들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자신은 “더 나아지기 위해 정신과 의사와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침묵하기로 결정했다는 답을 내놨다.

한편 수년간 미첸 가족에게 돌아간 기부와 지원을 돌려받고 싶다는 이들도 있었다. 아담스는 사기 혐의를 제기하고자 미첸이 사는 지역의 보안관 부서에 연락했다고 한다.
이에 BBC는 관련 부서에 연락했으나,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대답과 함께 나중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거짓 죽음이었다는 소식이 퍼진 이후 작가 마이클 갤러거는 미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온라인상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으며,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는 것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이 인물은 갤러거의 ‘업스트림 리뷰’를 통해 “애초에 나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이 해악함이야 말로 내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내가 죽지 않았다는 걸 세상이 알게 되자마자 괴롭힘이 다시 시작되고 ‘가해 행위’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BBC는 미첸의 계정으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으나, 해당 기사가 게시될 때까지도 응답은 없었다.
한편 미첸의 전 편집자인 케이시 힐은 부활한 미첸과 접촉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미첸 또한 거짓으로 죽음을 위장한 것은 인정했지만, 힐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첸은 그 어떠한 장례비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고 전했다.
대신 미첸은 정신 질환과 중독 등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미첸이 죽은 줄 알았던 기간에 온라인에 게시된 모든 게시물은 가족들이 올린 것이라고 한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이었는지 알아내기란 너무 어렵다”는 게 힐의 설명이다.
한편 아담스는 이 모든 경험으로 한 때 자신이 안식처로 여겼던 온라인 작가 커뮤니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아담스는 “미첸은 자신이 사망했다고 알려지면 작품이 주목받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도박판이 펼쳐진 거죠. (미첸은) 좋은 작가가 되는 대신 ‘내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모두가 흥분할 것이고 내 책의 인기는 더 높아지겠지’라고 생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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