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 대선에서 패배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연방의회,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한 것에 분노한 수만 명이 모여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에 모인 시위대는 보우소나루(67) 전 대통령의 수감을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선에서 승리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7)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일어난 이번 습격 사태로 현재까지 약 1500명이 체포됐으며, 브라질의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사태 다음날인 9일 저녁 룰라 대통령은 주지사들과 함께 엉망이 된 의회, 대통령궁, 대법원 건물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테러 행위”를 규탄하는 한편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대선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결과에 불복하며 지난 1일 미국으로 향했으며, 복통을 호소하며 현재 플로리다의 어느 병원에 입원 중이다.

한편 9일 브라질 내 여러 도시에선 폭동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케이티 왓슨 BBC 기자는 상파울루에서 열린 시위 참석 인원 규모가 인상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정의 실현을 외치는 시민들이 가득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거리가 일부 봉쇄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룰라 현 대통령이 속한 노동자당의 대표색인 붉은색 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으며, “쿠데타 주도자에게 사면은 없다”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보우소나루를 감옥으로”라는 구호도 들을 수 있었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리아에서 발생한 사태를 규탄한다. 악몽 같은 사건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힘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이 무효라고 믿는 이들이 수천 명에 달하지만, 브라질에는 정부와 민주주의를 신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또한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전 세계와 브라질에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 마리나 로드리게스 카르모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론 양극화는 중대한 문제다.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의견을 지닐 수 있지만, 양 진영간 대화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브라질엔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됐으며, 거리에선 때때로 긴장감이 느껴진다. 여전히 브라질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다는 게 특파원의 설명이다.
8일 당시 노란색의 브라질 축구 대표팀 셔츠와 국기를 든 시위대가 경찰 인력을 넘어 정부 청사를 습격하면서 룰라 대통령은 비상 지휘권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인 9일 아침 중무장한 군인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의 캠프 한곳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치열했던 대선 이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 전역 군부대 밖에 캠프를 설치했다.
8일 당일 300명이 구금됐으며, 다음날인 9일엔 1200명이 추가 체포됐다.
한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사태 발생 약 6시간 만에 트위터를 통해 이번 폭력 사태를 비난하는 한편 선동 의혹을 부인했다.
대법원은 수도 브라질리아가 속한 연방 특별구의 이바네이스 로차 주지사를 90일간 직위 해제 조치했다.
알렉산드르 드 모라이스 법무부 장관은 로차 주지사가 폭동을 막지 못했으며, 당시 “고통스러울 정도로 침묵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브라질 매체 ‘오 글로보’가 공유한 영상에 따르면 시위대가 의회를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군 장교들이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은 군부대 밖 등 브라질 전역의 도시에 캠프를 차렸다. 군이 개입해 자신들이 보기에 정당한 선거를 다시 치를 수 있길 바라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 중엔 보우소나루의 선거 패배에 분노할 뿐만 아니라 룰라 대통령의 재수감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룰라 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18개월간 수감된 바 있다. 룰라 대통령은 9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실형 선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한편 전 세계 정상들도 이번 폭력 사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9일 늦은 밤 룰라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브라질 사태는 약 2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비교된다. 보우소나루의 동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앞선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의 정식 인준 절차를 막고자 미 의사당을 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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