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가장 저명한 여성 운동가 세피데 콜리얀이 악명 높은 감옥에서 편지를 보내 수감자에 대한 자백 강요 과정을 전했다.
세피데 콜리얀은 노동자 파업을 지지했다는 “반 국가안보”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2018년부터 복역 중이다.
그는 에빈 교도소에서 편지를 보내 수감자에 대한 심문관의 잔인한 행동을 묘사했다.
수감자에게 강요된 자백은 이후 국영 방송에서 방영된다.
콜리얀은 현재 이란을 휩쓴 반정부 시위를 언급하면서 “수감 생활 4년 차, 드디어 이란 전역에서 해방의 발걸음이 들린다”며 “‘여성, 생명, 자유’라는 메아리가 에빈 교도소의 두꺼운 벽을 뚫고 전해진다”고 썼다.
콜리얀은 현재 교도소에서 법을 공부 중이다. 교도소 건물 중 그가 시험을 치르는 “문화”동이 어떻게 “고문·심문”동으로 바뀌었는지 설명하며, 건물 내에서 젊은 수감자가 심문받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험실이 어린 소년소녀로 가득하고, 고문관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고 썼다.
콜리얀은 2022년 12월 28일(현지시간) 시험 대기실로 이동 중에 목격한 장면을 묘사했다.
“춥고 눈이 내렸다. 건물 출입구 근처에서 눈이 가려진 어린 소년이 얇은 회색 티셔츠만 입고 심문관 앞에 앉아 있었다.”
“소년은 떨면서 ‘신께 맹세코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고 호소했지만, 심문관은 소년의 자백을 원했다. 나는 지나가면서 ‘자백하면 안 돼!’, ‘폭군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쳤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지금까지 69명의 아동을 포함해 519명 이상의 시위대가 사망했고 1만9300명이 체포됐다. 투옥된 인원은 수천 명에 달한다.
체포된 사람 중 다수가 사형을 선고받았고, 자백 내용이 방송에서 방영된 시위자 중 4명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인권 운동가와 변호사들은 이들이 고문당한 상태에서 법정대리인 없이 재판을 치렀다고 말한다. 이란 당국은 이런 주장을 부인한다.
지난해 9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이래 구금된 시위 참가자의 강제 자백이 수십 건씩 방영됐다.
세피데 콜리얀은 2018년 이란 후제스탄주 설탕 공장에서 노동자의 파업과 시위를 지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편지에서 본인이 받은 심문과 강요된 자백을 회상한다.
콜리얀은 남성 심문관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처우를 기대하면서 여성 심문관 앞에 섰다. “최소한 날 성폭행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희망도 오래가진 못했다. 여성 심문관은 “책상다리를 차면서 ‘넌 공산당 창녀야, 누구랑 잤어?’라며 소리쳤다”고 썼다.
작년 12월 34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여성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최근 시위에서 체포된 여성들이 감옥에서 받는 성적 학대를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여성 심문관은 콜리얀의 눈가리개를 올리고 카메라 앞에서 (심문관이 주장한) 성관계 내용을 설명하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콜리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심문을 받은 후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간청했더니, 심문관이 여자 화장실에 도착한 콜리얀을 안에 넣고 문을 잠갔다.
콜리얀이 갇힌 화장실은 심문실 안에 있었는데, 한 남자가 고문당하고 채찍질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문 소리가 몇 시간, 혹은 하루 종일, 어쩌면 그 이상 계속 이어져 시간을 예상하기도 어려웠다”고 적었다.
콜리얀은 3일 연속 이어진 심문 끝에 잠이 부족한 상태로 화장실에서 풀려난 다음 카메라가 설치된 방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의식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심문관에게 대본을 받아 카메라 앞에 앉아 읽어야 했다”고 썼다. 바로 그 자백을 근거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2019년 수감 중이던 콜리얀은 방송에서 다른 수감자의 강제 자백을 시청했는데, 그 옆에 바로 그 여성 심문관이 있었다.
콜리얀은 공개서한에서 해당 심문관이 아메네 사다트 자비푸르이며, 이슬람 혁명 수비대와 연관된 “심문관 겸 기자”라고 밝혔다.
2022년 11월 미국 재무부는 이중 국적자 및 기타 수감자의 강제 자백을 입수·방송한 혐의로 자비푸르에게 제재 조치를 가했다.
자비푸르는 이에 콜리얀을 고소했는데, 콜리얀은 자비푸르의 주장에 따라 8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콜리얀은 시위를 “혁명”으로 묘사하면서 편지를 마무리했다.
“오늘날 마리반·이제흐·라슈트·시스탄오발루체스탄 거리와 이란 전역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심문실의 소리보다 더 크다. 이는 혁명의 소리이자, 여성·생명·자유를 향한 진실된 소리다.”
- 메타버스는 새로운 사무실이 될 수 있을까?
- 골든 글로브 시상식: 사진으로 보는 레드카펫 현장
- 스페어: 비소설 1위 해리 왕자 자서전…’왕족이 쓴 가장 이상한 책’
- 이재명, 검찰 출석…헌정사상 첫 야당 대표 소환조사
- 브라질 사태: ‘우린 민주주의를 지지한다’…폭력 사태 규탄 집회에 수만 명 모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