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말레이시아 출신 홍콩 배우 미셸 여(양자경, 60세)가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오는 3월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불을 붙였다.
여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주연으로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놀라운 여정이자 엄청난 투쟁”이었다는 여는 할리우드의 동료 유색인종 배우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혔다.
아시아인 및 아시아계 미국인들 또한 여의 수상을 축하했다.
지난 1980년대에 홍콩에서 연예계 활동을 처음 시작한 여는 수상 소감을 통해 할리우드에 처음 발을 디딘 시절을 회상했다.
“처음 할리우드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는 여는 “꿈이 이뤄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내 얼굴을 봐라. 난 이곳에 와서 ‘넌 소수자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여는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 나처럼 소수인종으로 할리우드에 온 선배 배우들, 앞으로 나와 함께 이 여정을 함께할 모든 이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도 축하 물결이 이어졌다. 여의 수상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팬들은 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 것 아니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파흐미 파질 말레이시아 디지털통신부 장관은 “나라에 큰 영광”이라고 말했으며, 케빈 영 홍콩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또한 여의 “뛰어난 연기력”을 칭찬했다.
영 장관은 “홍콩 배우들이 전 세계 영화계에서 계속해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힘이 난다”고 말했다.
파이잘 함신 말레이시아 언론인은 트위터에 “다음은 바로: 아카데미상!”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번 영화에서 미국에서 빨래방을 운영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중국 이민자 에블린 왕 역할을 맡은 여는 레슬리 맨빌, 마고 로비, 안야 테일러-조이, 엠마 톰슨 등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이에 따라 영화 ‘페어웰’로 2020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아콰피나에 이어 이 상을 수상한 2번째 아시아계 배우가 됐다.
여는 홍콩 액션 영화, 그중에서도 특히 성룡과 함께 출연한 영화가 큰 사랑을 받으며 널리 이름을 알렸다. 여는 스턴트 배우 대신 직접 액션 연기를 해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할리우드 데뷔작인 영화 ‘007 네버 다이’ 및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와호장룡’으로 서양권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이보다 더 최근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및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에도 출연했다.
여가 아카데미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면, 아시아계 배우로는 처음으로 이 상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95회 아카데미 후보작은 이번 달 말 발표될 예정이며, 실제 시상식은 3월에 열릴 예정이다.
과거 아시아계 아카데미 수상자 중에는 2020년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2019년 작)으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도 있다. 해당 영화는 같은 해 각본상도 수상했다.
또한 다음 해인 2021년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영화 ‘노매드랜드'(2020년 작)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감독상을,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 스파이: 북한 간첩 사건마다 언급되는 ‘문화교류국’은?
- 이란에서 수감된 운동가 세피데 콜리얀, 편지로 잔혹한 현실 묘사
- 메타버스는 새로운 사무실이 될 수 있을까?
- 골든 글로브 시상식: 사진으로 보는 레드카펫 현장
- 스페어: 비소설 1위 해리 왕자 자서전…’왕족이 쓴 가장 이상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