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영국에서 법적 부부 관계 중 42%가 이혼으로 끝을 맺었다. 이성 부부 간 이혼 가운데 3분의 2는 아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었다. 이토록 많은 부부가 이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 늦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은 있을까?
커플 간의 관계에 대해 책을 쓰고 연구해온 매튜 프레이와 조아나 해리슨은 우리가 장기간 지속되는 관계를 어려워하고 또 실패하는 이유를 찾고자 했다. 상대방이 바람을 피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재산을 도박으로 탕진하는 너무나도 분명한 경우들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커플들이 매일 매일 겪는 일상 속에서의 어려움에 집중하고자 했다. 친밀감 부족이나 소통 문제, 신뢰 저하, 혹은 식기세척기를 비우는 것을 잊어버리는 ‘사소한’ 것들.
프레이와 해리슨은 최근 BBC 라디오4 우먼스아워와 진행한 대담에서 너무나 사소해보이는 일상의 행동들이 어떻게 결혼이나 장기간 이어온 관계를 파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사소한 것들이 쌓이면…’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법’의 저자 프레이는 전부인과 약 10년 전에 이혼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따르면, 사소한 것들이 쌓여 결국 이혼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장기간 관계를 이어온 커플들이 헤어지는 이유는 상대방에게 누가봐도 끔찍한 행동을 해서가 아닙니다. 훨씬 더 일상적이고, 미디어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사소한 행동들이 쌓여서 다음 중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첫째, 나는 내 파트너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면 그가 하는 말과 행동들은 그가 지속적으로 내 말에 귀기울이고, 나를 존중하며, 아낀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내 파트너의 행동들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충족시켜준다.”
“둘째, 내 파트너는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해도 된다고 지속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나에게 상처주는 행동을 악의적으로 하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여러 번 지속적으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그가 똑같이 존중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 그가 나에게 상처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뭔가가 잘못됐다고 말했을 때, 그가 내 말에 귀기울여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모든 커플들이 싸우는 5가지 이유’의 저자 해리슨은 커플 상담사로 일하면서 커플들이 계속해서 겪는 5가지 갈등의 유형을 발견했다.
“우리는 사실 실수를 하면서 많이 배웁니다. 많은 경우 커플들이 관계를 끝내는 이유는 상대방이 뭔가 불만을 제기하면, 다른 상대방이 그건 이성적이지 않다고 대응하거나 아예 귀기울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사이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죠. 소통 문제와 가족, 역할 분담, 사람들의 드나듦, 섹스와 몸 등이 바로 대표적인 5가지 갈등의 유형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하죠.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상대방에게는 어떻게 말하는지, 그리고 어떤 시점에서 말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수 있습니다. 또 갈등 상황을 두려워하게 만든 과거 경험이 있거나,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교육받으며 자라왔을 수도 있고요. 우리가 상대방의 이러한 점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상대방에게 더 알맞는 방법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들이 제안하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1. 언쟁을 두려워하지 마라
해리슨은 “(위험한 상황이 아닌 한) 갈등을 뭔가 중요한 걸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으라”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언쟁이나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 이건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야. 우리가 계속해서 이렇게 싸우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어. 그게 뭘까?”라고 생각하라는 것.
“언쟁 뒤에는 사안을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해요. 서로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살펴봐야죠. 이 시간을 갖는다면, 서로에게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고만 있다면, 이는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2. 자신의 행동의 여파를 인식하기
해리슨은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런 식으로 답변해서 당신을 서운하게 한 건 미안해.’ 같은 식의 소통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3. 상대방의 의견과 감정을 확인해주기
프레이는 “상대방이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에게 그것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신뢰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이 우리를 신뢰하고 이 관계가 안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면 우리가 그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파트너와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적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주고, 상대방의 개인적인 필요와 욕구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신뢰를 얻습니다. 이들이 바로 장기간 재밌고, 즐겁게, 친밀하며, 서로에게 진정으로 연결된 건강한 관계를 이어가는 커플들이죠.”
4. 상대방을 배려하기
해리슨은 “상대를 배려한다는 건 파트너의 존재를 항상 인식하고 그의 개인적인 필요와 욕구를 언제나 존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만약 파트너가 생일에 갓 구운 쿠키를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 갓 구운 쿠키를 만들거나 사오세요. 왜냐면 (자신이 그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상대방이 뻔히 알고 있는데도 상대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건 상대에게 상처를 주니까요.”
“파트너가 견과류 알러지가 있다면 쿠키에 견과류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도 꼭 확인하시고요. 우리가 선한 의도에서 쿠키를 선물하더라도, 상대방의 필요와 욕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5. 피드백에 신중하게 반응하기
프레이는 “남자들이 제발 파트너가 주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인신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관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감정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는 전부인이 그가 필요로 하는 감정적 욕구를 이야기했을 때 그것을 부인하고 거절했어요.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고, 좋은 남편인데, 부인이 나를 부당하게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의도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은 상처를 받을 수 있죠.”
“이렇게 충격적일 정도로 간단한 교훈을 어렵게 배웠습니다. 바로 내 의도가 내 주변 사람들의 실제 경험과 일치하지 않다는 것. 상대방의 부정적 피드백은 나에 대한 인신 공격이 아닙니다. 그것을 인식하고, 나의 습관과 행동을 바라봐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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