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겨울 알프스 지역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평년과 달리 따뜻했던 12월이 지나고 마침내 눈이 내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열렸다.
기업가 및 각국 장관은 유명 스키 관광지이기도 한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지난 3년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여러 주요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집중했다.
중국 우한의 수산물 시장부터 러시아 크렘린궁의 제정신이 아닌 듯한 행동까지, 코로나19 및 전쟁으로 전 세계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과 부채 급증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올해 전 세계의 3분의 1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하지만 이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각계 지도자들이 가득 찬 스키 리조트’가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질지라도 다보스 포럼이야말로 3년간 휘몰아치고 있는 폭풍이 언제쯤 가라앉기 시작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우선 전 세계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이 정상화하기 시작했다는 몇 가지 징후가 포착됐다. 우리가 소비하는 재화에 들어가는 부품 및 원재료 관련 공급망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불안정했으나 현재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사는 전기차 가격 인하를 발표하며 공급망 문제 완화를 그 원인으로 내세웠다.
게다가 전 세계 운송 비용 또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아울러 중국이 엄격했던 소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 및 각종 규제 등을 폐지하고 “문을 다시 활짝” 열었다. 이는 이론적으로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요소다. 물론 현재 중국 내 감염자 폭증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 때문에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물가는 높지만 정점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유럽 국가 대부분은 지난 1년 만에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처리할 수 있는 LNG 터미널이 건설되면서 시베리아에서 출발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녹색 무역 전쟁?
하지만 새로운 긴장 요소도 등장해 과연 물가가 어느 정도 떨어질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한편 크게 변화한 세상에서 영국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 미국 간 녹색 무역 갈등이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녹색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발표한 법안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 3000억파운드(약 45조원) 등을 약속했지만, 북미에서 주로 생산된 전기차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다른 여러 제조업 및 생산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 유럽 기업들은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비료 기업들도 유럽 지도자들 향해 왜 비슷한 법을 도입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새 법안은 중국과의 경쟁 대비가 목표라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크게 반발하며 ‘바이 아메리칸’이 아닌 ‘바이 유러피안(유럽산 우선 구매 정책)’ 기조와 함께 마찬가지로 각종 보조금 혜택 등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3대 무역 블록이 보조금 경쟁에 나선다면 ‘글로벌 영국(EU 탈퇴 이후 영국이 내세운 기치)’은 무엇을 해야 할까.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및 이후 이어진 유럽 단일 시장과의 결별 이후 영국이 “다시 긴밀한 사이가 돼야(re-engage)” 한다고 했던 ‘글로벌 세상’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EU의 ‘바이 유러피안’ 규제 정책에는 영국도 포함되는 것일까.
영국 정부는 백악관에 보낸 서한에서 일부 우려를 표명했으나, 영국의 전략이 무엇인지 혹은 전략이 존재하긴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단순히 저탄소 제조에만 그칠 사안이 아니다. 미국과 EU는 동아시아로부터의 반도체 제조 리쇼어링 등과 관련해서도 분명 분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경제를 둘러싼 분열된 국제 사회 분위기는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이 어디서 만들어지고 어느 정도의 가격이 매겨지는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며 의견이 일치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다보스 포럼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한편 기업인들은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가 제작한 대화형 챗봇 AI ‘GPT 3’의 비용 절감 가능성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다음에 나올 ‘GPT 4’ 모델의 파급력은 그야말로 막대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일으킬 정도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술 발전의 측면에선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이 되겠지만, 이렇게 되면 기존 일자리 수백만 개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유럽에서의 전쟁, 중국의 재개방, 오랫동안 예상했던 기술 혁명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재, 이번 주 다보스에선 우리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전 세계 경제의 방향을 바꿀 정책과 투자 결정이 이뤄질 것이다.
- 유엔 보고서, ‘글로벌 기업들 미얀마 군부의 무기 제조 도왔다’
- 네팔 여객기 추락: 한국 여행객에도 익숙한 노선…한국인 부자 여행 중 사고 당해
- 인류는 우주로의 새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 미중 반도체 전쟁 현재는 미국의 우세
- 네팔, 최악의 항공 재난 사태에 애도의 날 선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