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걸그룹 노래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한국식 ‘브이로그’ 형태로 평양 일상을 소개하는 새로운 북한 유튜버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변화하는 사상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동완 부산 동아대 교수는 17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북한이 최근 신년경축 대공연에서 선보인 ‘우리를 부러워하라’ 라는 제목의 노래가 걸그룹 ‘여자친구’가 2017년 발표한 ‘핑거팁’을 상당부분 베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국의 기성가요를 케이팝과 유사하게 편곡했다는 것이다.

그는 “전문 음악인에게 (의뢰해) 두 곡을 비교해봤더니 똑같은 음이름로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결국 표절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를 부러워하라’ 이 곡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수령님을 모시고 하는 우리를 부러워하라’는 내용의 오래된 북한 가요로, 북한 청봉악단이 불렀던 대표곡이다.

지난 1999년 8월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통일예술축전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표절’ 주도?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의 이 같은 표절 혹은 편곡이 처음이 아닌데다, 개인이 아닌 북한 노동당 관여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정권수립 74주년(9.9절) 공연에서도 선전가요를 미국 흑인음악 장르의 하나인 리듬 앤드 블루스(R&B) 형식으로 편곡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14일 보도에서 “9·9절 공연이 개성과 특색을 잘 살린 참신하면서 이채로운 편곡과 형상이었다”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가 있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강 교수는 BBC에 “지난 9.9절 공연 때부터 편곡과 리메이크 바람이 많이 불었다”며 “지금 북한의 새 세대들이나 주민들이 한류를 많이 접하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익숙한 리듬을 이용해 선전 방식들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천봉악단, 삼지연 관현악단 이후 새롭게 등장한 신인 가수들에게 거는 어떤 역할, 기대 등으로 보여진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선곡까지 했다는 것을 보면 개인의 단순 표절이라기 보다는 북한 당국의 방침이나 관련 흐름 자체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호화로운 일상 소개하는 평양 유튜버

영어로 평양 부유층의 일상을 소개하는 북한 유튜버도 등장했다.

자신을 ‘유미’라 소개한 이 여성은 낙랑구역 통일거리 운동센터에서 개인 트레이닝(PT)를 받고, 능라인민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불고기와 냉면을 맛있게 먹는 ‘먹방’을 선보인다.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는 북한 축구 선수들을 만난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컨텐츠만 놓고 보면 한국인 ‘브이로그’로 보일 정도. 하지만 영상 속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체제 선전이다.

이 여성은 영상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주민들의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다.

또 평양이 살기 좋은 쾌적하고 발전된 도시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유튜브 등 플랫폼을 이용해 선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자신을 ‘은아’라고 소개한 또 다른 여성도 유튜브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모든 방역 조치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러한 영상을 찍는 이유는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계정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에 의해 폐쇄됐다.

한류 유포하면 최대 징역 15년인데…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도입했다.

모든 외부 문화와 종교, 자본주의적 생활방식 등 북한 당국의 규범에 맞지 않는 행동, 즉 김정은 정권의 권력 유지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뿌리뽑겠다는 차원에서 제정된 법이다.

이 법은 특히 한국에서 유입되는 영화, 드라마, 음악 등 ‘한류’를 철저히 단속 및 통제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류 콘텐츠를 시청했거나 소지할 경우 징역 최대 15년 등 잔인한 문화 탄압으로 해석된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21년 6월 케이팝을 ‘악성 암’이라 칭하며 한류를 철저히 배척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체제 특징 중 하나는 장마당을 통한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사회적 통제를 훨씬 더 강화하고 동시에 한류와 외부 정보 유입을 철저하게 단속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Reuters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체회의에 앞서 열린 신형 초대형 다연장로커 발사대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2023년 1월 1일 보도했다

그는 “김정은 체제 초기부터 체제 단속, 체제 이완에 대해 엄격히 대응해왔다”며 “체제 위기가 심화되면서 탈북과 사상 단속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 큰 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매우 엄격한 감시 및 처벌로 탈북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한국 노래를 오히려 표절하고 한국식 ‘브이로그’를 찍고 있는 북한 당국의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강동완 교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는 것 자체가 북한 내 한류 확산의 방증”이라며 “젊은 세대들에게 기존의 방식으로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은 사상 선전방식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 내 젊은 장마당 세대들 깊숙이 퍼진 한류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동원해도 일일이 단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차라리 한류를 차용해 한국 노래에 대적할만한 문화를 만들자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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