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키이우 외곽 브로바리 지역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헬기가 추락해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등 14명이 숨졌다. 해당 사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시에 (단순) 사고란 없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개입설을 주장하진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이번 비극도 결국 전쟁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42) 내무장관 등 여러 고위 관료가 숨졌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 온라인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새로운 공세가 있기 전 동맹국에 더 많은 무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자유세계가 생각하는 시간을 테러국은 살인하는 데 사용한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거듭 요청한 레오파드 전차 지원을 망설이고 있는 독일을 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은 미국이 에이브람스 전차를 제공하기로 약속하지 않는 레오파드 전차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전차 약속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더 많은 지원, 더 발전한 지원, 더 많은 중무기 및 현대적인 무기”를 지원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ATO 회원국은 오는 20일 만나 우크라이나에 보낼 군사 장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헬리콥터는 현지 시각으로 18일 오전 8시 30분경에 브로바리 내 어느 보육원 근처에 추락했으며, 당국은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모나스티르스키 내무장관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장 오래 함께한 정치 고문 중 하나로,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가장 고위급 관료로 기록됐다.
내무부는 전쟁 중 치안 유지 및 경찰 조직 운영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기에, 내무장관의 죽음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큰 타격이다.
게다가 모나스티르스키 장관은 이번 전쟁 내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얼굴로,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줄곧 대중 앞에 서서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공개하곤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모나스티르스키 장관이 전쟁 “핫스팟(한창 벌어지는 곳)”으로 향하던 길이였다고 밝혔다. 하르키우 경찰서장은 모나스티르스키 장관과 그 일행이 자신을 만나러 오던 길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헬기 추락이 사고가 아니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외부의 방해 공작, 기체 결함 또는 비행 규칙 위반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주요 관료들은 적의 탐지를 피하고자 종종 헬리콥터를 타고 저공 비행하는데, 이는 위험이 따른다.
떨어진 문짝과 자동차 지붕에 떨어진 회전 장치만이 겨우 알아볼 수 있었을 뿐 헬리콥터의 모습은 참혹했다. 그 옆에는 담요로 덮은 시신 3구가 여전히 놓여 있었다.

모나스티르스키 장관 외에도 예브게니 에닌 내무부 제1차관, 유리 루브코비치 내무부 총무국장, 테티아나 슈티악 보좌관 등이 이번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참사 이후 이호르 클라이멘코 경찰청장이 내무장관 대행으로 임명됐다.
모나스티르스키 장관과 가까운 사이였던 마리아 메젠체바 하원의원은 내무부는 이번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수행했다며, 이는 모두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메젠체바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나스티르스키 장관은 동료, 친구, 가족의 연락에 언제나 답하던 사람”이였다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는 선거 운동 첫날부터 매우 가까웠다”고 말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이번 참사에 대해 “가슴 아픈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헬리콥터가 근처에 추락하기 전 부모들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였다.
사고 당시 지상에 있다 죽거나 다친 이들도 많았다. 어린이 1명이 사망했을 뿐만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부상당한 25명 중 11명이 어린이다.
목격자들은 전쟁이 결국 이번 비극의 원인이라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에 동의했다.
지역 주민 볼로디미르 예르멜렌코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안개가 매우 짙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건물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조종사가 고층 건물을 피하려고 했고, 대신 유치원 근처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현지 자원봉사자인 리디아는 “부모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패닉 상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유치원 건물 곳곳에 불길이 번지자 응급구조대와 주민들은 서둘러 아이들을 대피시켰다.
또 다른 주민인 드미트로는 아이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울타리를 뛰어넘어 얼굴이 피로 얼룩진 탓에 아버지가 미처 알아보지 못한 어린 소녀를 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참사가 있기 4일 전엔 전쟁 발발 이후 민간인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공격 중 하나가 발생했다.
러시아 미사일이 중남부 드니프로의 아파트 단지에 떨어지면서 어린이 6명 등 45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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