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먹을 음식을 구하고 추위를 피하는 일이 도전이다

AFP
매일 먹을 음식을 구하고 추위를 피하는 일이 도전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은 대학 및 고등 교육은 물론 여러 일자리도 금지당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의 비정부기구(NGO) 구호 활동마저 금지당하면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더욱더 위기에 몰리고 있다.

게다가 수많은 사람을 기근과 동상의 위협으로 몰아넣고 있는 겨울이 잔혹하게도 한창인 시기와 맞물리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에 유엔(UN) 대표단이 최근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다. 지난 2021년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방문한 UN의 가장 최고위층이다.

UN에서 여성 중 가장 직급이 높은 아미나 모하마드 사무부총장과 함께 시마 바호스 UN 여성기구 국장 등이 파견됐다.

이들 UN 대표단은 탈레반 고위층과 만나 여성의 NGO 활동 금지 등 규제 철회 등을 논하고자 카불로 향했다. 여성 대원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긴급 구호 등 인도주의 활동에 큰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외무장관 대행을 만난 UN 대표단

Reuters
탈레반의 외무장관 대행을 만난 UN 대표단

라미즈 알락바로프 UN 아프간 특별 대표는 성명을 통해 “사람들이 추위로 죽어가고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강조했다.

“추위에 대비해 대피소를 지어야 하지만, 이 보수주의적인 사회에서 아프간 여성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 대원들이 없다면 일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 UN은 단순히 고위직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아닌 다년간의 경험을 지닌 여성들이 이끄는 대표단을 꾸려 파견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 정부의 요구와 인권 존중에 관한 국제 사회 규범과의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이번 회의에 종종 참여한 어느 구호 단체 관계자는 “회의장에 여성들이 있다면 여성에 대한 불편한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UN 등 외국 대표단은 지나치게 남성으로만 구성된 팀을 파견하며 그렇지 않아도 가부장적인 탈레반의 시각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최근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존중받지 못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이례적인 만장일치로 비난했다.

한편 카불에 도착한 UN 방문단은 탈레반 관료 중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 대행을 우선 만났다.

이에 대해 무타키 장관 대행의 대변인은 SNS를 통해 무타키 장관 대행은 “UN 대표단이 아프간의 진정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리라는” 희망을 내비쳤다면서 회담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 사회의 제재 및 탈레반 정권 인정 거부 등이 탈레반의 국가 운영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는 탈레반의 주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한편 현재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등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산악 지역의 기온은 이보다 더 떨어지기도 한다.

게다가 전기 수급이 불규칙하거나 부재한 상항이기에 수백만 가구가 추운 밤을 버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간에서의 삶은 언제나 혹독했지만, 이번 겨울은 특히 가혹하다.

한편 아프간 내 여성 구호 대원의 활동을 금지한 탈레반 정권에 대해 구호단체들은 “사회 절반의 참여 없이는 아프간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실제 일부 구호단체는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최근 몇 달간 탈레반 정권이 잇따라 내린 조치로 현재 아프간 여성들은 NGO 활동뿐만 아니라 대학에 다니거나, 공원에 나가 모이거나, 심지어 여성 전용 체육관에도 출입할 수 없다.

이슬람 샤리아(율법)와 아프가니스탄의 보수적 전통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에 부합하는 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는 게 탈레반 수뇌부의 주장이다.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과거 약속과 달리 탈레반은 다시 권력을 잡은 이후로 사회에서 여성들을 꾸준히 밀어내고 있다

Reuters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과거 약속과 달리 탈레반은 다시 권력을 잡은 이후로 사회에서 여성들을 꾸준히 밀어내고 있다

이렇듯 최근 탈레반이 내놓은 여러 여성 억압 조치에 대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탈레반 내부에서도 일부는 이러한 새로운 금지 조치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고 있다.

탈레반 보건부는 여성 의사 및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보건 분야에선 여성이 일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요한 공중 보건 관련 지원 활동이 재개됐다.

국제 구호 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이번 주 성명을 통해 “구호 활동 대부분이 보류된 상태”라면서도 “당국으로부터 여성 직원들이 안전하고 방해 없이 일할 수 있다는 명확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보장을 받은 분야인 보건, 영양, 일부 교육 서비스와 같은 분야에선 일부 활동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국제구조위원회’ 아프간 지부의 사미라 사이드 라만 또한 현장 방문 조사부터 사무 업무까지 모든 분야에 아프간 여성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만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분야별로 탈레반 관리들과 협력하면서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더 많은 아프간인들이 식량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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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서 더 많은 아프간인들이 식량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 밖 국제사회만이 현 상황을 우려하는 건 아니다.

여러 지방의 부족 지도자와 종교학자들 또한 탈레반에 여성 중등학교 개설 및 여성 일자리 제공을 요청해왔다.

또한 지난여름 아프간 중부 고르 지역 외딴 고원 지대를 방문했을 때, 이곳에서 만난 농부와 이들의 가족은 지난겨울 ‘UN 세계 식량 계획(WFP)’의 적절한 개입 덕에 해당 지역이 기근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얘기해준 바 있다.

“이제 세상이 우리를 잊은 듯하다”는 어느 농부는 수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의 고통을 상징하는 마른 밀을 휘두르며 한탄했다.

한편 이번에 UN 고위급 대표단은 UN이 말하는 “한목소리를 내며 통일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국제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먼저 아프가니스탄 주변 이웃국 및 ‘이슬람 협력 기구(OIC)’ 방문으로 이번 임무를 시작했다.

이번 UN 대표단의 방문은 한때는 그렇게 많은 약속과 투자를 내놓았던 국제사회가 이젠 아프가니스탄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느끼는 많은 아프간 사람들과 동맹국엔 중요한 신호이다.

한편 얀 에겔란드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 사무총장은 “2021년 문을 박차고 (철수해) 나간 NATO 국가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을 직접 방문한 에겔란드 사무총장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 재집권에 한몫한 미국 주도의 철군에 대해 “우리에게 아프간인 4000만 명을 떠넘기고 간 것”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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