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문화권마다 사람들이 힘겨울 때 찾게 되는 특정 요리가 있다. 그런데 그 어떤 음식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위로의 음식은 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라면’, ‘매시드 포테이토’, ‘마카로니 앤드 치즈 등’. 만약 ‘당신에게 위로를 주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음식 분야에서 사용된 이 ‘위로 음식’이라는 말은 힘든 시기에 즐거움을 주거나 친숙함과 위안 등을 주는 음식을 말한다. 말 그대로다.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다. 어떤 작가에 따르면, 이 말은 1970년 미국 배우, 라이자 미넬리가 신문 칼럼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용한 뒤로 대중화됐다. 당시 라이자 미넬리가 말했던 위로 음식은 호화로운 햄버거였다. 영국에선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스크램블 에그 토스트’가 위로 음식으로 꼽히곤 한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칼로리가 높은 이 음식에서 위로를 얻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자들은 그동안 위로 음식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놀라운 모순들을 드러났다.

우선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익숙한 것을 찾는다는 건 확고불변한 사실이 아니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스테이시 우드의 2010년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삶에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참가자들은 익숙한 음식보다 이전에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연구 참가자들은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과 달리, 그들은 정신적으로 힘들 때 스스로 그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

연구는 인기 있는 미국 브랜드의 감자칩과 카망베르와 자두 같은 맛이 나는 “이국적인” 영국 감자칩을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그런데 생활이 안정적인 사람들은 친숙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안정감이 없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를 두고 연구원들은 변화의 시기에 사람들이 새로운 가능성에 더욱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자들은 위로 음식에 들어있는 칼로리나 단맛이 약간이나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실제로 달콤한 맛은 쥐의 스트레스 지표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그리고 설탕물은 인간 아기의 통증을 어느 정도 완화해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사실 많은 위로 음식들이 달달하지 않다. 한 여론 조사에선 짭짤한 피자가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미국이 가장 좋아하는 위로 음식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위로 음식에 대한 생각도 다양했다. 북미에서 약 14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가 있다. 연구 결과 남성들은 위로 음식 먹기를 일종의 축하 행위로 보는 경향이 컸다. 반면 여성들은 기분이 안좋을 때 위로 음식을 먹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위로 음식을 먹는 게 행복감을 주는 게 아니라,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는 답변도 많았다.

어쩌면 위로 음식은 좀 더 미묘한 보상을 해주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연구자들은 위로 음식이 특정 상황에서 소속감을 갖게 돕는다고 말한다. “치킨 수프는 정말 영혼에 좋다”라는 글에서 연구자들은 위로 음식을 먹는 것이 관계와 관련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강하고 튼튼한 유대의 역사를 가진 북미인들에게, 그러한 음식을 먹는 게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튼튼한 유대의 역사가 없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어도 이러한 효과를 얻지 못했다. 위로 음식의 효과는 먹는 이의 과거에 달려 있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또 다른 연구팀이 싱가포르나 네덜란드 출신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 이 같은 효과를 나타나지 않았다. 위로 음식이 참가자들의 외로움이나 소속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위로 음식이라는 게 특정 문화권에서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일까?

사실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이나 감자칩을 폭식하는 그 맥락이 핵심일지도 모른다. 옥스퍼드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는 사람들이 ‘피시 앤 칩스’를 먹든 ‘브루셀 스프라우트(방울다다기양배추를 익힌 요리)’를 먹든, 음식을 먹는 데는 많은 감정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나, 뭔가를 축하하기 위해서,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음식을 먹는 것.

문화마다 먹는 음식도 다르다. 인도의 위로 음식으로 많이 인용되는 것은 ‘키치리’다. 렌틸콩과 쌀로 만든 죽에 피클을 얹은 음식이다. 몇몇 중국인들에게는 간 돼지고기에 향신료를 넣고 공 모양으로 빚은 거대한 ‘사자머리 미트볼’이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시리아인들은 렌틸콩과 불가(밀을 쪄서 말린 음식)에 카라멜을 입힌 양파를 가득 덮은 ‘무잣다라’에서 정감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치즈와 라돈(작고 두툼한 베이컨 조각)이 덮인 감자 캐서롤(오븐에 넣어서 천천히 익혀 만드는, 한국 음식의 찌개나 찜 비슷한 요리) ‘타르티플레트’를 꿈꿀 지도 모른다. 보 주 출신의 스위스인들은 파와 감자를 곁들인 ‘소시스-오-슈’의 진미에서 절실할 때 위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로 음식을 ‘바삭바삭한가 아니면 부드러운가’, ‘먹기 쉽거나 유쾌한 정도로 먹기 어렵나’ 등으로 분류하려던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별다른 패턴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위로를 받고 싶을 때 위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었다. 여행객들이었다.

연구자들은 대만의 주요 공항 2곳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집에서 멀리 떠나와 현지 음식에 약간 겁을 먹었고, 시차 적응이 안 됐거나 약간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 새로운 음식을 꺼린 여행자들은 각자의 위로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답했다.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는 친숙한 음식이 우리가 상상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칼로리와 함께 안도감을 주고, 소속감과 안정감을 더해 주는 그런 역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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