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최근 인구 감소는 세계 인구 추세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BBC 퓨처’가 이와 관련된 5가지 주요 질문에 답했다.
1982년 7월 1일 자정, 중국은 거대한 사업을 시작했다. 그 시간 기준 중국 인구가 정확히 얼마인지 파악하는 사업이었다. 중국 인구는 1964년 이후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추측할 수 없었다. 중국은 이번 사업을 위해 수년 간 준비했다. 특별한 과정을 거쳐 들여온 최소 21대의 미국산 컴퓨터를 포함해 29대의 컴퓨터를 준비했고, 5백만 명의 직원들을 훈련시켰다. 그리고 이들이 향후 몇달 간 부지런히 중국 내 모든 가구원들을 파악했다.
그해 10월 뉴욕 타임즈는 “중국 인구 10억817만5288명, 세계의 4분의 1″이라는 헤드라인을 실었다. 중국 인구가 수십 년간 성장하더니, 10억 명이라는 놀라운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당시 중국에선 매 2초마다 아기가 태어났다.
1980년 중국은 인구 증가를 0으로 만든다는 명시적 목표로 한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2016년까지 36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중국 인구가 6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인구는 11억 4118만 명이었다. 2021년 인구보다 85만 명 가량 줄어든 것. 지난 6년간 출산율이 감소하며,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가 6.7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한 쪽에선 ‘이것이 세계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를 우려하고 있다. 다른 쪽에선 ‘지속적인 번영은 역사적으로 가정된 것처럼 인구 증가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다’고 긍정적 희망을 품기도 한다. 영국의 자선단체 ‘인구 문제’는 안정화되고 있는 중국의 인구 수는 잠재적으로 얻게 될 환경적 이익과 중국 국민들의 복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인구 국가에서 나타난 급격한 변화는 분명 미래와 관련된 많은 불확실성과 시사점을 제기한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정말 놀랄 만한 일일까? 이것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BBC 퓨처’는 이를 위한 5개의 질문들을 살펴봤다.
중국 인구가 줄어드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한 자녀 정책이 시작된 지 불과 몇 년 만인 1991년, 중국의 출산율이 대체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총 인구 유지에 필요한 숫자보다 적은 수의 아이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 수치는 보통 2.1명 정도. 여성 한 명당 1명, 여성의 배우자 한 명당 1명, 유아로 사망한 사람들을 상쇄하기 위해 0.1명이 추가된다.

하지만 그 후 몇 년 동안 중국 인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계획(한 자녀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인구학적 모멘텀”으로 알려진 반직관적 효과 때문이었다. 이효과는 여성이 2.1명 미만의 아이를 낳았지만, 사망률이 달라지지 않고 이주가 거의 없어서 인구가 수십 년간 계속 증가한 중국의 상황을 설명해준다.
이 효과가 생기는 것은 모두 출생과 사망 사이의 시간차 때문이다. 최근까지 중국의 인구는 2010년 기준 독일의 44.3세(현재 38.4세)와 비교했을 때, 평균 35세로 비교적 젊은 수준이었다. 동시에 사람들의 수명은 더 길어졌다. 2021년 중국의 기대 수명은 미국의 기대 수명을 추월했다. 그래서 여성 한 명당 태어나는 아기의 수는 급감했지만, 여전히 사망자 수보다 태어나는 아기들의 수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망자가 소폭 증가하고 출산율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기대했던 절대 수치 감소를 가속화하는 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중국 인구 감소는 전 세계 인구 예측에도 영향을 미칠까?
UN은 ‘2022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구가 2023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중국의 인구 조사에서 확인된 감소는 몇 년 전부터 예상되던 것이고, 인구 통계상의 실제 변화가 예상보다 약간 빨리 나온 것뿐이다.
세계 인구를 전망하는 다양한 예측들은 이미 중국 인구 변화를 예상하고 있었다. UN은 다른 국가들에 대한 예측과 함께 중국 인구가 2023년에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했고, 이를 반영해 지구상의 총 인구 수는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85억 명에 도달하고 2086년에는 104억 명으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출산율이 높은 국가의 출산율은 완만해지는 반면 저출산 국가의 출산율은 소폭 증가하는 ‘중간’ 시나리오다.

인구 문제의 알리스테어 커리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현재 중국에서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 외 다른 국가는 상황이 다르다”며 “앞으로 63년 동안 세계적인 수준에서 인구 감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증가의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에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일어날 것이다. 지금부터 2050년 사이에 나타나는 인구 증가의 절반 이상을 이 곳의 국가들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 특히 나이지리아가 지구상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되면서, 해당 기간 이 지역 인구 수는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런던경제대학 사회정책과 교수인 슈앙 첸에 따르면, 오로지 중국의 인구 수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물론 그녀도 중국의 인구 감소가 기후 변화에 이로울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2022년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7%가 중국에서 나왔다. 그리고 현재 지구상에 새로 지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건설하고 있다.
첸은 “하지만 사회적으로 정말로 우려되는 것은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라며 “상황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가 적응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느 국가가 중국을 제치고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까?
UN은 2022년 보고서에서 2023년이 되면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조사 결과에 비추어, 일부 학자들은 이미 인도는 세계 최대의 인구 국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인도 인구는 2022년 14억1700만 명에서 2030년 15억1500만 명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가지 요인이 주효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의학의 발전으로 사망률은 감소하는 것이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구의 연령 구조다. 인도의 인구는 중국의 평균보다 10년 정도 젊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임 연령의 사람들이 더 많다.
중국의 출산율은 다른 나라들의 출산율과 비교했을 때 어떨까?
중국의 출산율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20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1.28명을 기록했다. 같은 해 인도는 여성당 2.05명의 출산율을 기록했다. 미국은 1.64명이었다. 심지어 저출산과 고령화로 악명 높은 일본의 출산율도 1.34명이었다.

중국 출산율이 가파른 하향 궤도를 보인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다.
우선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다. 한 자녀 정책이 왜곡된 성비를 낳은 것이다. 중국에는 여자 아기들이 낙태되거나 버려지거나 심지어 죽임을 당하는 전통적인 남아 선호가 있었다. 현재 일부 연령대에서는 여성 10명당 남성이 11명으로 집계된다. 남성 11명 중 1명은 같은 나이의 이성 파트너를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다른 요인들로는 증가하는 생활비와 결혼을 늦게 하는 경향 등이 꼽힌다.
여기에 가치관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2015년에 두 자녀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중국 여성들은 현재 이상적인 자녀 수를 하나, 둘, 또는 0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한층 복잡해졌다. 폐쇄나 여러 제한 조치를 둘러싼 분노가 소셜 미디어에서 “#We are last generation (우리는 마지막 세대입니다)”이라는 해시태그의 유행으로 이어지면서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된 것을 보여줬다.
중국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까?
지난 200여 년 동안, 많은 선진국들은 “인구 통계학적 전환”을 겪었다. 처음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인구가 결국 높은 출생률과 사망률에서 낮은 출생률과 사망률로 전환됐던 것이다. 중국은 이미 이 순환을 마친 ‘전환기 이후’ 사회로 꼽힌다.
그래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다소 불분명하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전체적으로 가임기 여성이 줄어들면서, 중국의 출산율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큰 요소들이 있다.
하나는 이주다. 지금까지 중국으로 들어오는 이주율은 극도로 낮은 상태였다. 하지만 커리는 중국이 경제 성장을 시도하면서 이 추세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조치들의 영향도 있다. 아직까진 이러한 정책들이 별다른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더 강압적인 전술을 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첸은 “줄어드는 출산율을 되돌리기 위한 정책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한 자녀 정책 철폐를 포함해 많은 새로운 조치들을 내놓았고, 각종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출산율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저는 중국의 인구 감소가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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