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지도자들에게 “기밀”이라는 단어는 때론 규정이라기보단 제안으로 들리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자택에서도 기밀문서가 발견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관련 조사를 앞두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자택에서 기밀문서가 발견되자 당국에 통보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나서 트럼프 측의 기밀 문건 유출·훼손 우려를 언급하며 플로리다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민감한 자료를 잘못된 곳에 둔 정치인은 이들만이 아니다.
개인 이메일 계정에서 업무 문서가 발견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부터 비슷한 이유로 사임한 캐나다의 외무장관까지, 많은 정치인이 보안 프로토콜을 위반해곤경에 처하곤 했다.
이에 대해 미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 안보 문서 보관소’의 톰 블랜턴 소장은 “적절치 못한 곳에 기밀문서를 두는 일은 매우 흔하다”고 설명했다.
기밀 해제 조치해야 할까?
펜스 전 부통령이 소지하고 있던 문서가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해선 불분명 하나, 블랜턴 소장은 기밀로 분류되는 정보는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출장 브리핑과 같이 대부분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의 자료 또한 기밀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서들의 경우 일정 시간 경과 후 기밀 해제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자동으로 해제가 되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업무가 밀리게 된다.
공무원들이 너무 많은 기밀문서에 “압도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첩보의 출처 등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을 수 있는 문서엔 ‘특수비밀정보(SCI)’라는 표시가 붙는데, FBI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마라라고 별장에선 SCI로 표시된 문서 여러 건이 발견됐다.
트럼프의 차이점은?
한편 국가 안보 법률 전문가인 브래드 모스는 이러한 기밀문서가 발견된 이후 과정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트럼프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서를 발견했다면 당국에 통보하고, 해당 문서가 관련 정부 기관에 제대로 반환됐는지, 허가되지 않은 곳에 있진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18개월간 지연시키고, 혼란을 조장하며, 수사를 방해했습니다.”

한편 모스는 소지하지 말아야 할 서류를 갖고 있다가 적발돼 법정에 서게 되는 일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스파이 법’ 및 기타 연방 보안 조항에 따르면 문서의 허가되지 않은 소지, 잘못된 취급 또는 전송은 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고의성 혹은 수사 방해라는 요소 2가지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당국이 기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모스의 설명이다.
당국이 판단하기에 문서를 판매 혹은 유출하려는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보관한 경우라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CIA 국장의 경우처럼 중대한 법적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페트라우스 전 국장은 내연 관계였던 여성과 전기 작가에게 기밀문서를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범죄 혐의는 피했으나, 2년의 집행유예와 벌금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원)를 선고받으며 법무부와 형량 거래에 합의했다.
또한 문서 유출에 대한 당국의 수사를 방해할 경우에도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당혹스러운 실수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밀문서 유출은 범죄보다는 정치계에서 더 큰 파장을 미친다.
선거를 불과 몇 주 앞두고 대선후보였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임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에 업무 이메일을 저장했다는 폭로를 누가 잊을 수 있겠는가.
이에 FBI가 조사에 나섰으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보좌진이 “매우 부주의”한 것에 대해 크게 비난을 받았으나, 힐러리 전 장관은 고의로 민감한 정보를 공유하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러한 부주의로 비난받은 건 미국 관료만이 아니다.
스티븐 하퍼 총리 시절 캐나다의 외무장관이었던 막심 베르니에는 지난 2008년 당시 여자친구가 TV에 출연해 베르니에 전 장관이 자신의 아파트에 기밀문서를 두고 갔다고 폭로한 뒤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베르니에 전 장관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또한 2011년엔 영국의 올리버 레트윈 장관이 정부 문서를 버리는 사진이 공개되며 비난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레트윈 장관이 사과하고,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그 어떠한 기밀문서도 버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음에도 레트윈 장관은 개인 정보를 다루는 방식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정치인들이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블랜턴 소장은 고위 관료의 손을 거치는 기밀문서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도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밀문서 중 다수가 몇 년 후엔 기밀로 분류될 필요도 없는 내용이며, 이에 따라 자동적인 분류 해제 조치가 마련돼야 하는데 “사람들이 이러한 조치엔 보통 심드렁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모스는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고위 관료들은 고위 보좌관 등이 받아야 하는 보안 유지 관련 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들은 높은 지위와 보안 등급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많은 민감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잘못을 저지르면 비밀 정보 사용 허가를 잃거나 정지당하거나 심지어 해고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향력 있는 고위 인사에게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모스 또한 “(고위 인사들이) 훈련받으면 고쳐지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단 어느 정도 자리까지 올라가게 되면 자신의 권한을 매우 크게 보게 되는 경향이 있고, 타인 또한 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기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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