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무기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에 대해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능력 약화를 위해 12개 단체와 6명의 개인에 대한 추가 조치를 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와그너 그룹은 중요 국제 범죄조직으로 지정됐으며 와그너 그룹과 연관된 러시아와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기업들도 제재 목록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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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재로 와그너 그룹이 미국에 보유한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의 투자를 포함한 무역 및 용역 등 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국무부도 와그너 그룹과 국제조직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고 531명의 러시아군 관계자들에 대해 비자 제한 조치를 발령한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대한 미국의 결심은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와그너 그룹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제재 명단에 포함했고 지난해 말에도 추가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와그너 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신흥 재벌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실소유주인 용병 회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죄수와 용병 등으로 구성된 전투원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샀다.
증거사진도 공개… 제재 효과는?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BBC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구속력 있는 결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테러 지원에 관한 법령 등 국내법에 의거해 추가 제재를 결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그너 그룹과 북한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원조한 세력들로, 직∙간접적으로 전쟁 지원을 한 행위는 미국 내 법령에 의거해 충분히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북한은 물론 와그너 그룹과 지원 단체들이 미국 내 자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질적인 효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 연구위원은 “대북 메시지 전달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미국에 의해 언제든지 제재가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림으로써 유사 단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것을 망설일 수 있게 하는 억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 등 전쟁 무기를 공급했다는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 관리들이 와그너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을 봤다”며 해당 사진을 내보였다.
북한이 와그너 그룹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해 북측이 ‘중상모략’이라며 부인하자, 증거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와 북한에서 찍은 두 장의 위성 이미지를 보여주며 “이 사진은 5개의 러시아 기차 차량이 지난해 11월 18일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다음 날인 11월 19일 이 열차 차량에 컨테이너를 적재했고 이 열차는 러시아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무기 이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을 규탄했다.
아울러 “와그너 그룹에 전달된 무기 규모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역학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북한에 무기 제공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에게 무기 판매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판매는 외화 획득원 그리고 기존의 재래식 탄약에 대한 소비 등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된다.
국정원 대북분석관을 지낸 곽길섭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은 절대적으로 외화가 부족하다”며 “무기 판매는 외화를 획득하는 중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과거 이란 등 중동 지역에 미화 10억 달러 상당의 미사일을 수출했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이 강대강 정면돌파전 노선 아래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물품을 가져오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체제”로 “무기 수출이 놓칠 수 없는 외화 획득 창구인 만큼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런 활동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러 모두 북한의 전쟁무기 지원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외교 당국자가 우크라이나전을 지원한 북한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지원한 것에 감사를 표하며 북한과 포괄적인 관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이 사실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 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루덴코 차관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을 벌이기로 한 러시아의 결정, 도네츠크 등 4개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병합하는 결정 등을 유엔 무대를 포함해 (여러 방면에서) 확고하게 지지해 준 국가 중 하나”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시급한 국제 현안에 대해 유사한 접근 방식을 택해왔고 높은 수준의 정치적 대화와 상호이해를 보여줬다”며 “2019년 북러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전통적 우애와 협력의 관계를 더욱 포괄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이런 점들이 좋은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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