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니컬스 사건으로 해임된 경찰관들. (왼쪽부터) 드미트리오스 헤일리, 데스몬드 밀스 주니어, 에밋 마틴 3세, 저스틴 스미스, 타다리우스 빈

MPD
타이어 니컬스 사건으로 해임된 경찰관들. (왼쪽부터) 드미트리오스 헤일리, 데스몬드 밀스 주니어, 에밋 마틴 3세, 저스틴 스미스, 타다리우스 빈

이달 초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흑인 운전자 타이어 니콜스(29)가 교통 단속과정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국이 현장 보디캠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평화로운 시위를 촉구했다.

운전자 니콜스는 지난 7일 교통 단속에 적발된 지 뒤 3일 만에 사망했다. 관련된 전직 경찰관 5명은 전원 면직됐으며, 현재 살인 혐의를 받고 있다.

현지 시각으로 오는 27일 저녁쯤 당시 상황을 담은 보디캠 영상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니콜스 가족의 변호인은 해당 영상엔 니콜스가 얼마나 심하게 구타당했는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라우쉬 테네시주 수사국장은 지난 26일 해당 영상을 검토한 뒤 “끔찍했다”면서 당시 경찰관들의 행동이 “정말 역겹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 언론은 멤피스 전체가 긴장하고 있으며, 경찰 당국은 시위 발발에 대비해 도심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족은 니콜스가 사진찍기와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던 청년이라고 말했다

Reuters
유가족은 니콜스가 사진찍기와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던 청년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측 변호인에 따르면 당시 니콜스는 인근 지역 공원에서 일몰 사진을 찍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흑인 경찰 5명에게 제지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관들은 니콜스를 난폭 운전으로 의심했다고 진술했다.

현지 당국은 경찰관들이 차량으로 다가왔을 때 니콜스가 도보로 도주를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대치하게 됐으며, 이후 경찰관들이 니콜스를 체포하려고 했을 때 2번째 대치 상황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경찰 당국은 이후 니콜스가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상태가 위독해졌다고 밝혔다.

유가족 측 변호사는 보디캠 영상 확인 결과 경찰관들이 니콜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테이저건을 겨누었으며, 신체를 물리적으로 제지하고 발길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30여 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경찰관들에게 구타당했던 악명 높은 사건에 비유했다.

한편 관련 경찰관 5명(드미트리오스 헤일리, 데스몬드 밀스 주니어, 에밋 마틴 3세, 저스틴 스미스, 타다리우스 빈) 모두 2급 살인, 가중처벌 폭행, 가중처벌 납치, 공권력 남용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멤피스 경찰로 활동해온 이들은 지난주 전원 면직된 뒤 26일 수감됐다.

‘기본적인 인간성이 결여된 행위’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6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현장 영상이 발표되기 전까지 침착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니콜스의 유가족과 마찬가지로 평화로운 시위가 이어지길 촉구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은 “분노는 이해할 수 있으나, 폭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멤피스에서 흑인 여성 최초로 경찰서장직에 오른 세렐린 데이비스 서장 또한 경찰관들의 행동은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간성이 결여된 (행위)”이지만 그래도 시민들에게 침착하게 행동해달라고 촉구했다.

Watch: Tennessee official on bodycam footage of Tyre Nichols

대중에 공개되기 전 니콜스 가족과 변호인은 이번 주 먼저 체포 영상을 열람했다.

안토니오 로마누치 변호사는 “니콜스는 마치 인간 피냐타 같았다”면서 “(경찰관들은) 이 청년을 파렴치하게도 3분 동안 거침없이 구타했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전직 경찰관 2명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의 의뢰인은 혐의에 맞서 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한 변호사는 “그날 밤 그 누구도 니콜스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국은 병원으로 이송된 니콜스가 지난 10일에 “결국 부상을 이기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더 이상의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공식적인 사인 또한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유가족은 그를 사진찍기와 스케이트보드를 즐겼던 “착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니콜스의 친지들은 니콜스가 자식 하나를 둔 아버지로, 택배업체 ‘페덱스’에서 일했으며,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에 걸려 체중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인권 운동 지도자인 알 샤프턴 목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관들의 인종 때문에 이번 범죄 혐의가 특히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우리는 흑인 경찰 탄생을 위해 싸웠다”는 샤프턴 목사는 “그리고 이들 (흑인 경찰이) 그렇게 잔인하게 행동했다는 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지독히 나쁘다”고 설명했다.

Watch: Emotional testimony by residents over deadly traffic stop

그러면서 샤프턴 목사는 “니콜스가 만약 백인 청년이었다면 이 다섯 흑인 경찰관들이 이런 짓을 했을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아단테 포인터는 흑인 남성이 흑인 경찰관에 의해 사망한 사례는 거의 뉴스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포인터 변호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히 백인 대 흑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관의 인종에 상관없이 힘의 역학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는 니콜스의 죽음에 대해 인권 유린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해임된 관련 경찰관 5명은 ‘스콜피온’으로 알려진 특수팀에 속해 있었다. ‘스콜피온’은 ‘우리 이웃의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거리 범죄 (소탕) 작전’의 줄임말이다.

멤피스 경찰서장은 스콜피온 팀은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을 순찰하기 위해 창설됐으며, 현재 멤피스 내 다른 여러 특수팀과 마찬가지로 검토 대상에 올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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