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재를 받은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설립한 러시아 용병 그룹 바그너는 수년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엘리트 지배층은 이 용병단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하지만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전장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전과자를 포함한 일부 전투원들은 러시아의 최고 훈장을 수상했다.
2022년 마지막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운 장병들에게 국가 최고의 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남부를 방문했다. 그들 중 한 명은 수훈자 그룹의 나머지 사람들이 입는 것과는 다른 군복을 입은 수염 난 청년이었다. 그는 러시아 용병들이 입는 종류의 군복을 입었다.
4만명 중 한 명
그는 2019년 10월 모스크바의 한 카페에서 강도 미수 혐의로 체포되어 몇 달 후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무술 팬인 아이콤 가스파르얀으로 확인됐다. 그는 징역 7년을 선고 받은지 두 달만인 12월 바그너 그룹과 관련된 텔레그램 채널 중 하나에 올라온 영상에 등장해 자신이 랴잔의 감옥을 떠나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파르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하는 4만 명의 러시아 전직 수감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이들은 바그너 용병 그룹의 정규 계약자 1만 명과 함께 싸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이 수치는 수감자들의 전쟁 참여를 추적하고 있는 러시아 죄수 인권 단체 러시아 비하인드바스(Russia Behind Bars)가 수집한 데이터와 일치한다.

바그너 그룹의 설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여름 모병을 위해 러시아 교도소 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에 가입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에 참여한 죄수들에게 범죄 기록 말소를 약속했다. 나중에 이 사람들이 최전선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보내졌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크라이나군은 바그너 그룹의 죄수들이 총알받이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했고 대다수가 사망했다고 말했다.
높은 보수, 그리고 모험 약속
바그너 그룹이 항상 수감자들에게 의존해 용병단을 꾸리지는 않았다.
2014년에 설립되어 2015~2016년에 활동이 활발해진 이 용병 조직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그너 그룹은 동유럽을 넘어 빠르게 확산해 나갔고 소속 용병들이 수단, 시리아, 리비아 및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발견됐다.
잠재적 신입 용병들에게 어필한 주요한 포인트는 높은 급여와 모험의 약속이었다. 한 전직 전투원은 BBC에 “로맨틱한 사람들이 국경 너머 러시아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이 조직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바그너 용병단에 합류한 대부분의 남성은 보수가 좋은 직업을 찾을 가능성이 제한적인 작은 마을 출신이었다.
바그너에서 일하면 한 달에 약 1500달러 (약 180,000원), 전투에 배치치되는 경우 최대 $2,000를 지불 받는다. 대부분은 전투에 배치됐다. 바그너 용병들은 시리아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군대 편에서 싸웠고 리비아에서는 유엔이 지원하는 정부에 맞서 싸우며 하프타르 장군을 지원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바그너 그룹과 계약을 맺은 남성은 최대 1만5000명으로 추산됐지만 여전히 제한된 수였다. 러시아 본토에서는 이 조직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그 영향력과 위상이 급격히 높아졌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전쟁 전에 러시아 정부 관리들은 바그너 그룹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모스크바가 세계의 다른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용병을 사용하고 있다는 암시는 격렬히게 부인됐다. 관리들은 러시아에서 용병이 불법이며 그러한 조직에 가입하는 것은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그가 바그너 그룹과 연관되어 있다고 암시한 많은 언론인들을 고소했다. 2019년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내 러시아 전투원에 대한 질문에 그곳에서 일하는 몇몇 민간 보안 회사만 알고 있을 뿐 이들은 러시아 당국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리비아의 러시아 용병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말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후 상황이 바뀌었다. 러시아 정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지 못하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군부 지휘에 비판적이면서도 바그너 그룹과의 관계에 대해 더 개방적이 되었다. 그는 지난 9월 마침내 자신이 2014년에 바그너 그룹을 설립했다고 인정했다.
보다 최근에 그는 격전지였던 우크라이나 마을 솔레다르를 점령한 데 바그너 전투원들이 역할했다고 주장했다. 바그너 그룹 전투원이 녹화한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통되기 시작했는데 러시아군 참모총장이자 현재 우크라이나 작전 사령관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장군을 공격하는 내용이었다.
평론가들은 바그너 그룹 전투원이 상을 받고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을 보는 것은 거의 용병에 가까운 커뮤니티 전체에 흥분의 물결을 보냈을 뿐만 아니라 이 그림자 그룹을 정상화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한다. 바그너 그룹은 가장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그리고 그 이전에는 리비아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전쟁 범죄로 기소됐다.
미화된 영웅들
지난 8월, 러시아 국영 TV는 ‘최전선에 나가기를 간청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죽은 남성에 대한 보도를 내보냈다. 이 보도는 이 남성이 자살 폭탄으로 그 자신과 함께 세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죽인 영웅이라고 묘사했다.
이 보도는 이 남성이 26세의 콘스탄틴 툴리노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자동차 절도, 강도 및 마약’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감옥에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군사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서 싸우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2019년 러시아 인권 매체인 Gulagu.net은 툴리노프가 다른 수감자를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유출된 감옥 비디오를 게재했다.
BBC는 툴리노프가 마지막 징역을 살던 교도소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BBC는 툴리노프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는 아들이 전쟁에 자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그는 “그렇다, 아들은 자신이 우리 조국을 지키겠다고 말했고, 이 전쟁, 이 특수 작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군대‘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러시아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해 9월 자신이 2014년에 바그너 그룹을 설립했다고 인정하면서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회사를 ‘러시아의 기둥’이라고 불렀다.
10월 초 크렘린궁(대통령실)은 그를 진정한 시민이자 러시아에 대해 마음이 아파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한 달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바그너 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 센터는 ‘러시아의 전투 능력을 높이기 위한 IT, 미디어 및 기본 군사 훈련 분야에서’ 취학 아동과 청년들을 위한 교육 및 훈련 행사를 개최하는 고급 사무단지였다.
시아 국영 뉴스 통신들은 바그너 그룹을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매일 수차례 바그너 그룹을 언급하고 수감자 모집에 대해 공개적으로 보도한다. 러시아 국영 채널인 NTV는 바그너 그룹을 “세계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군대”라고 묘사하는 기사를 실었다.
지난 주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하원 의장인 뱌체슬라프 볼로딘에게 편지를 써서 “모집된 수감자들에 대한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를 찾고 그들을 범죄자로 보이게 하는” 기자들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프리고진은 관련 법을 더욱 강화해 바그너 그룹 신병의 범죄 과거에 대해 언론에 글을 쓰는 것을 금지할 것을 제안했다.
볼로딘 의장은 그 제안을 수락하고 적절한 의회 위원회에 러시아 형법에 대해 추진 가능한 개정안을 조사하도록 요청했다.
러시아 하원 의장은 “군대, 자원 봉사자, 신입 징집병, 바그너 그룹 소속 인원 등 우리나라를 수호하는 모든 사람은 모두 영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