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알프스와 로키 산맥 등 스키 명소에 있는 스키장들이 기후 변화에 시름을 앓고 있다.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는 이 세상에서 스키장은 과연 어떻게 될까?

스위스의 ‘안제레’는 유럽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스키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도 올 겨울 시즌을 힘겹게 시작해야 했다. 저지대에 있는 다른 알프스 스키장들처럼, 안제레도 슬로프 몇 곳을 폐쇄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말과 1월 초에 비가 내려 눈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과 새해, 알프스 산맥에선 기록적인 이상 고온이 관측됐다. 당시 스위스 북서부 지역이 20.9도를 기록한 것이다.

안제레의 관광 책임자인 스테파니 데이크만은 “크리스마스 시즌과 새해 시즌이 유난히 따뜻했다”고 말했다. “마을에서 눈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걱정이 컸죠.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마을까지 내려올 수가 없었어요.”

“다행히 ‘매우 좋은 눈 상태’를 찾아 ‘진짜 스키 팬’들이 휴가철을 피해 찾아오는 1월 초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알프스 전역에서 따뜻한 날씨로 스키장 영업이 타격을 입은 사례는 향후 스키 산업이 마주하게 될 운명을 암시하는 전조다. 실제로 많은 스키장들은 선택지가 2가지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키장 문을 닫거나, 점점 더 커져가는 기후 위협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

현재 세계적인 온난화 속에서 스키장들은 치열하게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 산맥 지역에서 로키 산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곳에 있는 스키장들이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인공 눈을 뿌리거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사업 체계 마련 등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 하고 있다.

그중 안제레는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고 유럽 최대의 목재 연소 난방 시설을 만들었다. 스키장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더 이상 스키를 탈 수 없는 시기를 대비해 사업 전략도 새로 짜고 있다.

데이크만은 “향후 몇 년간 스키장 운영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자전거 트레일과 등산로, 산책로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방문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어요.”

기후 변화로 인해 스키라는 취미는 위기에 처했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스키 시즌은 점점 짧아지고 슬로프에선 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알프스 일대 스키장만 봐도 폭우로 눈이 녹았고, 녹지 않은 눈은 슬러시 같은 상태가 됐다.

벨기에 루방 가톨릭대학 소속 빙하학자이자 기후 연구원인 마리 카빗에 따르면,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져 더 많은 비가 내린다. “온도가 상승하면, (수증기가) 눈이 아닌 비로 내리죠. 고도 1600m 이하에 있는 스키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눈보다 비가 훨씬 많이 내리다 보니, 기존에 있던 눈도 더 많이 녹고 있죠.”

카빗에 따르면, 유럽 내 저고도 스키장에서는 10년마다 눈의 깊이가 3~4cm씩 줄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스키 시즌이 짧아지고 슬로프가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Getty Images
기온이 상승하면서, 스키 시즌이 짧아지고 슬로프가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또 다른 근심 거리는 급속하게 녹고 있는 빙하다. 프랑스 ‘티뉴’와 같은 알프스 스키장은 슬로프의 눈과 물 공급을 빙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 알프스 빙하는 2100년쯤이면 거의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빙하의 부피가 금세기 말이면 2017년 대비 94% 정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온이 오르면서, 빙하는 더 빨리 녹고 눈은 덜 내리고 있는 것이다. 빙하가 녹으면 그 아래 계곡에 대규모 홍수와 침식이 발생할 수 있고, 눈사태의 위험도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지역 산악 공동체 쓸 물도 크게 줄어든다.

‘눈사태 연구소’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지금처럼 상승한다면 2100년 쯤이면 알프스 내 눈 덮인 지역 중 최대 70%는 사라지게 된다. 현재 세계는 2100년까지 약 2.7도가 오르는 방향으로 온난화가 진행중이다. 다만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이 2도 이하로 유지된다면 눈 덮인 지역 감소는 30%로 줄어들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하고 눈이 적게 오다 보니, 자연스레 겨울 스키 시즌도 단축되고 있다. 스키 시즌이 줄어들면 겨울 스포츠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산악 공동체의 경제가 위태로워 진다.

2018년에 미국 내 스키장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6년 사이 미국의 스키 시즌은 약 34일 줄어들었다.

데이크만은 지난 30년간 안제레의 겨울 시즌은 단 며칠 줄어든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유럽 스키장에서는 (스키 시즌이) 몇 주씩 줄어들었고, 이는 분명 큰 여파로 이어질 것입니다.”

스키장 앞에 놓인 난관은 부족한 눈만이 아니다. 콜로라도에서 ‘아스펜 스노우매스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아스펜 스키 컴퍼니’의 지속가능성 부문 부사장인 오든 쉰들러는 “미국에서는 산불도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에서 산불은 위험할 정도로 스키 마을에 가까워졌고 스키장 일대 주요 고속도로를 폐쇄시켰다. “이미 스키장에서 산불이 나기도 했어요. 눈이 줄어드는 것 만큼 엄청난 위협이죠.” 쉰들러에 따르면, 최근 몇 년새 폭우로 진흙 산사태를 당한 스키장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키장들은 시즌 내내 영업을 이어가는 것과 관광객들이 기대하는 설경을 만드는 것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를 위한 방편 중 하나가 거대한 인공 제설기로 슬로프를 인공 눈으로 덮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스위스 바젤 대학이 고도 1800~2000m 아래에 있는 스키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있다. 연구는 이러한 고도에 있는 스키장이 높은 곳에 있는 슬로프를 최대 100일 정도 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인공 눈을 사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마저도 낮은 곳에 있는 스키 슬로프는 폐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인공 눈을 이렇게 만들면 2100년까지 이들 스키장의 물 소비가 79% 늘어난다. 현재 스키장 한 곳이 겨울 시즌 소비하는 물의 양은 약 3억 리터. 이 연구의 시나리오에선 금세기 말 쯤이면 스키장 한 곳이 겨울 평균 약 5억 4000만 리터의 물을 소비하게 된다. 특히 알프스 산맥 중 프랑스 지역의 물 소비는 2100년까지 9배까지 늘 수 있다.

연구는 이런 상황은 스키 산업과 수력 발전에 물을 사용해야 하는 지역 사회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스키장이 슬로프 유지를 위해 인공 눈에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면, 스키장 운영 비용과 환경 오염이 크게 증가한다. 눈을 쏘는 대포와 눈을 만드는 장비가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한편,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재생 에너지로 작동되는 제설기는 없다.

카빗은 산악 지역 스키장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이 “역설적으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배출하고 기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카빗에 따르면, 오늘날 사용되는 제설기는 스키장 탄소 배출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눈을 뿌려주는 제설포의 탄소 배출량 비중은 약 25%다. 반면 리프트에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는 스키장이 많기 때문에, 리프트는 오염원에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기후 영향 외에도, 제설기는 운영상의 어려움도 갖고 있다. 제설기는 기온이 1도 이하일 때만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 기계에서 나오는 물방울이 얼어서 눈 입자로 변할 정도로 충분히 대기가 차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새해초 알프스 지역 스키장들은 기온이 너무 높아서 인공 눈을 만들지 못했고, 슬로프를 닫아야 했다.

‘지속가능성 목표’

일각에선 빙하가 여름에 녹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용 담요로 빙하를 덮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자외선에 강한 흰색 합성 물질로 만들어진 이 담요는 겨울철에 쌓인 눈을 따뜻한 여름 태양으로부터 보호해준다. 2021년에 나온 한 연구에 따르면, 이 기술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 대비 눈과 얼음의 녹는 것을 50~70% 줄여준다.

그러나 해당 연구 저자들도 이 방법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스위스에 있는 큰 빙하 1000개를 모두 덮는 데, 연간 약 15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라 추산했다.

카빗은 이 방법은 환경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담요를 덮고 걷어내는 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계가 사용된다는 것. 그녀는 “담요를 걷어낼 때 항상 플라스틱 조각이 남게 돼 빙하와 그 주변 땅을 오염시킨다”고 했다. 또한 이 해법이 지역의 야생 동물 및 생물학적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단기적 해법들은 기후 위협으로부터 스키 산업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다. 쉰들러는 “스키 산업은 자신을 스스로 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분명 전망은 암울하다. 하지만 많은 스키장들은 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고 천연 환경을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지속가능성 목표를 야심차게 세우고 있다.

몬태나 주 남부 로키산맥 해발 2200m에 위치한 ‘빅 스카이 리조트’는 2021년 ‘포에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30년까지 ‘넷 제로(탄소 순배출량 0을 달성하는 것)’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다.

지속가능성 전문가이자 포에버 프로젝트 책임자인 에이미 폰테는 이 스키장이 32kW 태양 전지 배열기를 새로 설치하는 등 건물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 사용을 줄이며 숲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가능성 조치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폰테는 이 리조트가 38개 리프트와 숙박 시설 등에 들어가는 전력에 대해 재생 에너지 크레딧도 구입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아스펜 스키 컴퍼니는 2030년까지 모든 시설 운영 전력을 100% 재생 가능한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쉰들러는 “스키장은 화석 연료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한다”며 “스키장들이 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면 그야 말로 위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제레의 목재 펠릿(바이오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한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고체 연료 중 하나로, 낮은 비용으로 고품질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에 해당한다) 시설은 600개의 아파트와 2개의 호텔, 공공 수영장에 난방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이 스키 마을은 연간 150만 리터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리조트 대부분은 인근 쓰시에르 댐의 수력 발전에서 나온 전력으로 가동되고 있다.

안제레는 모든 방문객들에게 무료 대중교통도 제공한다. 차를 가져오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도록 장려하기 위해서다. 데이크먼은 배출량을 줄이고 산을 보존하는 데는 관광객들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 기업들뿐만 아니라 휴가 때 이곳에 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관광객들의 참여는 스키장에 가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국 스키 클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국 여행자의 72%가 비행기를 이용하고 단 2%만 기차를 타고 스키장에 간다.

하지만 알프스 산맥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법이 있다. 네덜란드에서 쾰른을 거쳐 오스트리아 스키장으로 가는 야간 열차인 ‘알펜 익스프레스’, 유로스타를 통해 런던과 프랑스 알프스 사이를 운행하는 파리행 ‘트래블스키 익스프레스’ 등이다.

스키장드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는 없지만, 쉰들러는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여전히 스키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산업의 역할은 대중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잃게 될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지원하고 해결책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쉰들러는 스키장이 기후 위기의 현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완벽한 전령”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스키를 통해 얻는 것들을 좋아하죠. 그러한 것이 사라진다는 경각심은 사람들에게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본능적인 압박이 됩니다.”

폰테도 스키 산업이 “중요한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스키장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요. 저는 스키가 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고 믿고 싶어요.”

그러나 이 바람은 많은 스키장들, 특히 유럽의 저지대 스키장에겐 불가능한 현실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스키장들이 더 이상 눈이 오지 않아도 미래를 보장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데이크만은 “우리는 겨울(활동)보다 여름(활동)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키장을 “디즈니 테마 파크”로 만들지 않고, “산에서 할 수 있는 제공해야 하는 모든 활동”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쉰들러는 스키장에겐 스키가 없는 미래가 너무나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를 늘리더라도 여름 시즌에 비슷한 수익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키는 거대한 사업입니다. 여름에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훨씬 더 낮을 것입니다. 등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구축할 수는 없어요.”

한편 레이첼 카버는 영국 스태퍼드셔 대학에서 논문을 쓰기 위해 오스트리아 스키장 ‘스투바이 글래셔’에서 스키 관광객들을 조사했다. 그녀에 따르면, 사람들은 눈이 없더라도 산은 찾아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약 70%가 빙하가 사라져도 스키장에 오겠다고 답한 것이다. 아름다운 산세와 등산 기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카버는 연구 과정에서 스투바이 빙하를 “마지막으로 빙하를 볼 기회”를 누리고자 스키장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도 확인했다. “많은 사람들이 빙하가 녹고 있고 스키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이 곳을 와보고 싶어하는 거죠.”

그는 늘어난 빙하 관광을 스키장이 기후 변화 교육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버는 “마지막 기회”를 찾는 이들의 증가는 사실 지속 불가능하고 이미 취약한 생태계에 훨씬 더 큰 압력을 가한다고 말했다.

데이크만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새로운 산악 활동에 초점을 두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했다.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면, 우리가 더 환경 친화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그의 바람은 눈이 오지 않더라도 관광객들이 산을 계속 찾아오는 것이다. “이 곳의 산들은 그 자체로 매우 놀라운 존재입니다. 여름이든 겨울이든, 우리는 이미 사람들의 휴가를 완벽하게 만들어 줄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금주 BEST 인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