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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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발표는 일각의 추측처럼 시답잖은 장난이나 기소를 피하려는 책략이 아니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탈환의 긴 여정을 시작하면서 진지한 승부를 위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출마 발표 후 제2의 고향 플로리다에서 첫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뉴햄프셔에서는 공화당 연례 행사에 참석해 연설을 했고,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뉴햄프셔주 당대표가 본인의 선거운동에서 선임 자문역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컬럼비아의 주청사에서는 헨리 맥마스터 주지사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 이후 환멸감을 표하기도 했지만, 다시 굳건한 아군으로 돌아왔다.

그레이엄은 군중을 향해 “지금까지 ‘트럼프의 정책은 좋지만 새로운 사람을 원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습니까?” 라고 물으며, “도널드 트럼프 없이는 트럼프의 정책도 없습니다. 제가 직접 목격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 다시 한번 불복을 표하면서, 지지자를 향해 본인이 2024년 대선에서 다른 모든 공화당 후보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 의사당 본당에서 “전체 시스템을 바꾸려면 전체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대통령과 승리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연설 모두에서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본인의 성공적인 기록을 선전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범죄·이민·경제 실책을 공격했다.

길 건너편에서는 토드 게르하르트가 트럼프 모양의 플라스틱 병에 담긴 꿀을 팔았다. 그는 인근 지역 찰스턴 출신으로 공화당 집행위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운동에도 참여한 초기 지지자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호화로운 키아와 섬에서 선거 연설을 조직했다. 최근에는 모금 행사를 위해 트럼프가 소유한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방문했으며 선거운동용 선물 가방에 넣을 꿀을 제공했다.

그는 트럼프 선거팀이 다가오는 결전을 준비하면서 마라라고 리조트가 축제 분위기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미국 전역의 공화당 유권자가 이번에는 다른 후보를 원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게르하르트는 “사람들이 다른 출마 후보에 대해 얘기하고 그들이 이걸 할 것이다, 저걸 할 것이다 말할 때, 트럼프는 이미 실제로 행동했다”며 “트럼프가 분위기를 지배했다”고 말했다.

토드 게르하르트와 제프 피츠해리스는 트럼프 모양의 병에 꿀을 담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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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게르하르트와 제프 피츠해리스는 트럼프 모양의 병에 꿀을 담아 판매한다

그날 일찍,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 의사당에서 몇 블록 떨어진 길거리 시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연설이 진행됐다. 참석 인원은 적어 보였다. 한 커피숍 단골은 전직 대통령이 국유지에서 유세 행사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투덜거렸지만, 대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문한 줄도 몰랐다.

또 다른 현지 주민은 “이번에는 트럼프에 대한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뉴햄프셔에 세 번째 대선 운동을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두 지역은 트럼프의 백악관 탈환 전략에서 핵심이 될 수 있다.

2024년 대선을 향한 공화당 경선은 아이오와주에서 막을 올리지만, 트럼프는 2016년 아이오와 경선에서 3위에 그친 이력이 있다. 아이오와주 공화당 유권자 사이에서 지배적 영향력을 가진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같은 다른 후보에 주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의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는 트럼프가 압도적 1위를 거두며 트럼프 대세론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

2024년에도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1980년 이후 모든 공화당 대선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점을 보면, 전통적인 조기 투표 지역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새로운 도전에 처할 수 있다. 팀 스콧 상원의원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트럼프의 결정적 순간이라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부진으로 하락했던 지지율이 다시 안정화되기 시작했다는 배경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이번 주 초 실시된 에머슨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유권자 중 55%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2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디샌티스는 아직 대선 출마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12월 몬머스 여론조사에서는 디샌티스가 두 자릿수 차로 앞서 있었다.

이번 주 초 페이스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시킨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지지자가 미 국회의사당을 공격한 여파로 계정이 정지됐던 것이다.

트럼프는 아직 새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지만, 페이스북에 복귀할 경우 최소한의 인력으로 2024 대선을 준비 중인 현재 상황에서 새로운 유권자 지원 활동 및 기금 모금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

과거 대선 출마에서 트럼프 진영의 원동력이 선거운동 연설과 페이스북 기부였다면,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방문은 새로운 전략이다.

발표된 참석자 수는 300명에 불과했으며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던 전형적인 경기장 연설에 비해 확실히 절제된 모습이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로고의 모자나 바이든 대통령을 비하하는 ‘렛츠고 브랜든’이 적힌 티셔츠가 아니라, 스포티한 복장을 선호했다.

그러나 세 번째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 지명되려면, 뉴햄프셔나 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주의 일반 당원은 물론 연설에 따라다닐 충성층의 지지가 필요하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국 여론조사에서는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사에서는 공화당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다른 후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다른 후보”가 누구인지는 기본 조사 용지에 표시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투표 시작까지 1년 남짓한 현재 출마를 공식 발표한 유일한 후보로, 승리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시험 중이다.

트럼프는 뉴햄프셔에서 “(민주당이) 내가 선거운동을 안 하고 있고,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며 “그러나 나는 지금 더 화가 난 상태이고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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