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 북한의 핵 고도화, 한반도 정세 등을 반영해 한미연합훈련을 확대한다는 데 동의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31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두 장관이 마주한 회담은 지난 8개월 사이 네 번째이자,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첫 회담으로 성사됐다.
미 전략자산 전개 확대
한미 양국은 먼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특히 “F-22와 F-35 스텔스 전투기와 핵 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전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며 이는 핵, 재래식 무기, 미사일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미 군사능력이 포함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은 그냥 슬로건이 아니고 견고하고 철통 같다”면서 “이는 확장억제 공약의 핵심이다. 양국 정부가 확장억제를 강화할 여러 방안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나눈바 있고 앞으로 계속해서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오스틴 장관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미) 양자가, 그리고 한미일 3국이 긴밀히 공조했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이 모두의 안보를 증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의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룬 진전을 올해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논의할 기회였다”며 “다가올 70년 동안에도 한반도 안정과 안보 그리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공동비전을 위해서 양국이 함께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올해는 한미동맹이 70주년 되는 해로, 실제 미국은 최근 한국과의 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며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오스틴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의지는 확고하며, 오래도록 그런 입장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의 의미에 대해 “북한이 추가로 핵 개발, 핵 고도화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고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라며 “한미는 그러한 확고한 능력을 갖고 있고 미국은 능력뿐만 아니라 의지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추가적 핵 개발 또는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싫어하는 ‘연합훈련’ 확대
한미 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최근 무인기 침투 등 연이은 무력 행위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강력히 규탄하고, 향후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올해 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 및 강화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한미 두 장관은 올해 예정된 전반기 연합연습을 포함한 양국의 연합연습 및 훈련을 강화하면서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도를 포함한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이번 회담은?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의구심을 어떻게 제거하면서 실질적인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을 찾을 것인가 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고 평가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BBC에 “북한의 핵∙미사일 공세가 강화된 만큼 한미도 그에 상응해 억제력 및 방어 능력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한미 양측은 한국에 대한 확고한 방위공약 보장을 위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 나가기로 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한미의 대응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이후 단기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북한의 도발 비용이 현저하게 증가하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승주 국민대 석좌교수는 “이번 회담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례 안보협의회 때 제시된 ‘북한이 핵무기를 만지작거리며 체제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라는 한미 경고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회담을 통해 실제적인 메시지가 만들어지면서 북한이 위협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다.
백 전 차관은 다만, 이번 회담이 한미 입장에서는 대북 메시지이지만 중국이 더 예민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미국의 전략자산이 전개되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되는 것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동맹 70주년을 전후로 주한미군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히 한국만을 방어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박형중 연구위원은 “지난 70년 간 한미동맹이 북한만을 상정한 군사동맹이었고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북한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북한뿐 아니라 전 지구적 외교∙안보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더 확대된 의미의 동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본토 방어의 일부로서 한미가 협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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