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공습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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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16일 오후, 진응웨피요(9)는 학교에 가기 전 삼촌에게 새 샌들 한 켤레를 받고 기뻐했다.

삼촌에게 커피 한 잔을 드린 뒤 새 신발을 신고 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걸어서 10분 거리인 미얀마 중부 렛옛콘 마을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응웨피요의 삼촌은 마을 위를 맴도는 두 대의 헬리콥터를 발견했다. 그리고 헬리콥터에서 갑자기 총격이 쏟아졌다.

진응웨피요와 반 친구들이 학교에 막 도착해 선생님과 함께 자리에 앉을 때, 누군가 헬기가 다가온다고 소리쳤다.

로켓과 탄약이 학교를 강타했고, 다들 겁에 질려 도움을 청하며 숨을 곳을 찾아 달렸다.

공습이 시작됐을 때 교실에 있었던 한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며, “처음에는 헬리콥터 소리가 안 들렸고, 학교 운동장에 쏟아지는 총탄과 폭탄 소리만 들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본관 안에 있던 아이들이 공격당한 뒤 밖으로 뛰쳐나와 숨었다”고 말했다. 교사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큰 타마린드 나무 뒤에 숨었다.

한 목격자는 “(미얀마군이) 학교 벽이 뚫리도록 발사해 아이들을 맞췄다”며, “본관에서 날아온 파편에 맞아 옆 건물 아이들이 다쳤다. 1층에 큰 구멍이 생겼다”고 말했다.

공습 후 교실 바닥에 남은 소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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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후 교실 바닥에 남은 소지품

학교를 공격한 것은 러시아제 Mi-35 무장 헬리콥터 두 대였다. 불길하게 생긴 외관과 장갑 때문에 “비행 탱크”, “악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무장 헬리콥터는 강력한 속사포와 로켓 연사 포드 등 가공할 무기를 장비해 아주 튼튼한 건물 외에는 사람과 차량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파괴한다.

미얀마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참혹한 내전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공습이 치명적인 전술로 부상했다. 공습을 펼치는 공군은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러시아산·중국산 기체를 확보해 약 70대를 운용 중이다.

미얀마 대부분 지역은 현재 접근이 불가능해,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는지 추정이 힘들다. 이처럼 외부 세계에는 실제 피해 상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BBC는 목격자, 마을 주민, 가족과 통화해 학교 공습 과정을 파악하려 했다.

목격자들은 약 30분 동안 포격음이 이어졌고 벽과 지붕에서 큰 파편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근처에 있던 다른 헬리콥터 두 대에서 군인들이 내린 뒤 다가왔는데, 일부는 계속 총을 쐈고 생존자에게 나와서 땅에 쪼그려 앉도록 명령했다고 한다. 군인들은 고개를 들면 죽는다고 경고했고, 마을에 반군부 세력이 있는지 질문을 시작했다.

진응웨피요(9, 좌측), 수야티흘라잉(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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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응웨피요(9, 좌측), 수야티흘라잉(7)

학교 본관 안에는 어린이 세 명이 숨져 있었다. 숨진 아이 중에는 진응웨피요도 포함됐다. 다른 한 명은 7살 난 수야티흘라잉로, 언니와 함께 할머니 댁에서 살고 있었다. 자매의 부모는 다른 미얀마 사람들처럼 일자리를 찾아 태국으로 이주했다. 많은 이들이 심하게 다쳤고, 팔다리를 잃기도 했다. 폰테이자(7) 또한 고통 속에 울부짖었다.

군인들은 쓰레기봉투에 떨어진 신체 부위를 담았다. 아동과 교사 최소 12명이 부상당한 채로 군부가 지휘하는 트럭 두 대에 실려 예우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중 두 명은 결국 사망했다. 마을 끝 들판에서는 10대 소년 1명과 성인 6명이 군인의 총에 맞아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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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오랜 내전으로 혼돈에 빠진 미얀마의 모습이다. 버마(미얀마의 과거 국호)는 1948년 독립 이후 다양한 반란군과 싸웠다. 그러나 대부분은 구식 전투로, 주로 지상군이 국경 부근 영토를 두고 끝없이 난전을 벌이는 식이었다. 대체로 100년 전에 벌어지던 참호전과 비슷했다.

그러던 2012년, 공군이 처음으로 Mi-35 공격용 헬리콥터를 확보한 직후 미얀마 최북단 카친주에서 반군을 상대로 공중 무기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또한 미얀마의 민주화 과정 10년의 막간을 틈타 계속 불타오르던 다른 내부 분쟁에서 샨주·라카인주 등지에 공습이 펼쳐진 적도 있다.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군부 지상군은 인민방위군(PDF) 수백 명의 도로 매복 작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인민방위군은 군사정부가 쿠데타에 반대하는 평화 시위를 강제 진압한 후 창설된 자원 민병대다.

따라서 지상 공격에 적합한 전투기로 폭격하는 등 공중전을 펼쳐야 했다. 렛옛콘 마을 사례와 같은 공중 기동 작전에서는 군인이 도착하기 전에 무장 헬리콥터가 목표물을 폭파해 적군을 죽이거나 사로잡는다.

BBC는 분쟁 상황을 조사하는 다국적 단체 무력분쟁·사건 분석 프로젝트(Acled)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군부 공습이 최소 600차례 자행됐다.

이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는 추정이 어렵다. 미얀마에서 비밀리에 민주 세력을 이끄는 임시정부 국민통합정부(NUG)에 따르면,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군부의 공습으로 민간인 155명이 숨졌다.

반군 세력은 무장 상태가 허술해 공습에 맞서 싸울 능력이 없다. 군용 차량과 경비 초소에 작은 폭발물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공중 공격을 시도하고자 시판되는 드론을 개조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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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옛콘 마을이 군대의 표적이 된 이유는 불분명하다. 약 3000명이 모여 사는 가난한 마을로, 주민 대부분이 쌀이나 땅콩 농사를 짓는다. 몬순(우기)이 지나면 물이 부족한 미얀마 중부에서 흔히 눈에 띄는 거칠고 메마른 갈색 땅이다.

마을은 쿠데타에 거세게 저항했던 디파인 지역에 위치한다. 디파인 지역에서는 군부와 인민방위군(PDF) 간에 여러 차례 무장 충돌이 있었지만, 렛옛콘 마을에서는 충돌이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국민통합정부(NUG)가 기록한 공격 268건 가운데 최소 112건은 디파인 지역이 위치한 남부 사가잉에서 발생했다.

미얀마 군사정부 대변인은 인민방위군(PDF)과 카친독립군(KIA) 저항 세력을 확인하기 위해 군인들이 렛옛콘 마을에 갔고, 학교에서 총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BBC가 확인한 모든 목격자 증언과 모순된다. 군부는 학교에서 반란을 모의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마을 북쪽 끄트머리의 불교 사원에 학교가 세워진 것은 불과 3개월 전이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240명 정도였다. 주민들은 BBC와의 통화에서 디페인 지역의 학교가 100여 곳이며, 군사 통치에 반대하는 공동체에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불복종 운동의 초기 지지자들이 교육 및 의료 활동을 맡았다. 쿠데타에 저항하기 위해 처음으로 등장해 가장 널리 지지받은 사건은 국가 공무원들이 새로운 군사 정부에 대한 모든 협력을 철회하겠다고 맹세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많은 학교와 보건소를 정부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운영 중이다.

폰테이자의 모친은 아들을 학교에 보낸 지 약 30분 뒤에 총격과 폭발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진응웨피요의 삼촌처럼, 공격용 헬리콥터가 설마 학교를 표적으로 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포격 소리가 잦아든 뒤 학교로 향했다”며 “아이들과 어른들이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군인들이 고개를 드는 사람들을 발로 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을 찾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한 군인은 “너희들도 같은 편이 총에 맞을 때나 신경 쓰지, 우리가 총에 맞아봐야 아무렇지 않잖아”라고 말했다.

이후 아들 폰테이자가 엄마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군인들은 폐허가 된 교실로 아들을 보러 가도록 허락했다.

“아들이 피웅덩이 속에서 천천히 눈을 깜박이고 있었어요. 저는 괜찮을 거라고,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가슴이 무너질 듯 울면서 ‘어떻게 내 아들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냐’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사원 전체가 침묵에 휩싸였고, 내 목소리가 건물 전체에 메아리쳤어요. 한 군인이 그렇게 큰 소리를 지르지 말라고 소리치더군요. 교실에서 아이를 품에 안고 45분 정도 앉아 있었습니다. 아이들 세 명의 시신이 있었어요. 어느 집 아이들인지는 알 수 없었어요.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폰테이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군인들은 모친의 품 안에서 아들의 시신을 거둬갔다. 진응웨피요와 수야티흘라잉의 시신도 유족이 확인하기 전에 군부에서 가져갔고 이후 비밀리에 화장됐다.

수야티흘라잉의 부모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국 전자부품 공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던 중 군대가 마을을 공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수야티흘라잉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 태국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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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티흘라잉의 부모는 자식을 위해 태국에서 일했다

수야티흘라잉의 부친은 “아내와 함께 절망했다.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식을 들은 시각이) 오후 2시 30분 무렵이라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요. 무거운 마음으로 계속 일해야 했습니다. 동료들이 괜찮냐고 물었고, 아내는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은 평소에 하던 야근을 포기했어요. 팀장에게 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 수야티흘라잉의 할머니가 절망적인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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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옛콘 마을의 공격으로 국제 사회의 비난과 질책이 쏟아졌지만 공습은 계속됐다.

10월 23일 공군 제트기는 카친독립군(KIA) 반란 개시일을 기념해 카친주에서 열린 콘서트에 폭격을 가했다.

생존자들은 거대한 폭발이 행사에 모인 군중을 세 차례 직격했다고 전했다. 카친독립군(KIA) 지휘관과 현지 인기 가수를 비롯해 60명이 사망했다. 군부 군대가 계속 공격해 중상 환자들의 대피를 막았기 때문에 이후 사망자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방위군(PDF)과 자원민병대가 버마군에 큰 피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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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방위군(PDF)과 자원민병대가 버마군에 큰 피해를 입혔다

11월 15일, 공군이 태국 국경과 가까운 남부 카렌주에서 납 광산을 폭격해 광부 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당했다. 군부 대변인은 해당 채광이 불법이었으며 반란 세력인 카렌민족연합(KNU)이 지배하던 지역이므로 공격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지난달, 공군은 인도 국경 인근에서 반군 세력 친국민전선(CNF)의 주요 기지를 폭격했다. 또한 카렌주의 두 교회를 공습해 비전투원 5명이 사망했다.

다른 여러 국가가 미얀마 군사 정권을 배척하는 중이지만, 쿠데타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공중전 역량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조력국으로 나섰다. Mi-35은 물론, 재빠른 Yak-130 지상 공격기와 같은 러시아 장비가 반군을 상대하는 공중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미얀마에 현대식 FTC-2000 훈련기와 지상 공격에도 적합한 전투기를 공급했다.

Graphic showing some of the main aircraft supplied to Myanmar by Russia and China, including Su-30 fighter jets, modern FTC 2000 trainer jets and Mi-35 helicopter guns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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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에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공중전 역량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공격으로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전쟁범죄 조사관들의 이목을 끌었다. 미얀마 군대는 과거에도 전쟁범죄로 여러 차례 고발당했다. 특히 2017년에는 로힝야족을 상대로 미얀마 지상군의 탄압이 자행됐다. 이제는 공군이 활용되면서 이전에 없던 참상을 초래하고 있다.

렛옛콘 마을 생존자의 악몽은 9월 16일로 끝나지 않았다.

많은 어린이와 일부 어른들이 그날의 비극을 목격한 충격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군대는 렛옛콘 마을을 계속 표적으로 삼아 3차례에 걸친 추가 공격을 단행하고 많은 집을 불태웠다.

이들은 그전부터 빈곤 계층이었다. 다시 일어설 자원도 없고, 군인들이 언제 다시 불을 지르러 돌아올지 모른다.

한 지역 민병대 대장은 “자식은 부모의 전부”라고 말한다.

“군부는 우리 아이들을 죽여서 부모의 정신을 짓밟았습니다. 그들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군요. 혁명 투쟁을 계속 이어가려면 제게도 큰 동기가 필요할 겁니다.”

수야티흘라잉의 부모는 여전히 태국에 있다. 딸이 죽은 뒤에도 돌아올 수 없었다. 비행기 비용이 너무 비싸고, 어린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일했던 공장 일자리를 이대로 잃을 수도 없다.

수야티흘라잉의 모친은 “나는 정말 많은 상상을 했다”며 “언젠가 돌아가면 딸들과 행복하게 살며 원하는 음식은 무엇이든 요리해 주는 모습을 상상했다. 내겐 꿈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부모와는 달리 아이들만은 교육도 잘 받고 똑똑하게 살길 바랐어요. 아이들은 이제 막 삶의 여정을 시작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우리가 먼 곳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딸은 가까이에서 사랑받지도 못하고 정을 느끼지도 못했어요. 그런 딸이 이제는 영원히 먼 곳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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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전 세계에서 정치적 폭력·시위 사건 정보를 수집하는 무력분쟁·사건 분석 프로젝트(Acled)의 공격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공중 공격의 정의는 무장 충돌 또는 개별 공격 가운데 특정 위치에서 항공기가 수반된 충돌 사건입니다. 해당 자료는 2021년 2월 1일부터 2023년 1월 20일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합니다.

추가 보도: BBC 버마어 방송

데이터 분석: 베키 데일

제작: 룰루 루오, 도미닉 베일리

디자인: 릴리 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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