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고 있는 2022 미스 유니버스 한국 대표

김해나
‘미스 유니버스 2022’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해나씨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스크 착용, 미착용” 얼굴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규제 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이번 주부터 마침내 실내 대부분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턴 대중교통 및 의료 시설 등 일부 예외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이미 지난해 5월 해제됐다.

하지만 한국엔 실내외에서 계속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는 청년들이 많다. 그 놀랄만한 이유를 살펴본다.

‘마기꾼’

마스크를 썼다 벗는 여성의 모습

박수연
틱토커 박수연씨는 마스크 착용의 장단점을 담은 영상을 제작했다

전 세계 여러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KF94 방역 마스크는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착용 시 숨쉬기 불편하긴 하지만, 유치원생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팬데믹 기간 시민들이 마스크를 애용한 이유는 명백했다. 바이러스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한국에선 감염자가 거의 3000만 명에 달했으며, 사망자는 3만3000여 명 수준이다.

한편 이번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발표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3년 만이다.

하지만 한국 청년들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덴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10대 청소년과 청년들에겐 외모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한국 SNS에선 ‘마기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해 화제가 됐다.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상상한 얼굴과 다르다는 뜻이다.

즉 마스크를 쓴 모습이 더 매력적인 ‘마기꾼’들의 ‘마스크 룩’은 사기라는 것이다.

전 세계 SNS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기꾼’과 같은 의미의 신조어로는 ‘마스크피싱’이 있다.

글로벌 SNS 플랫폼 ‘틱톡’에선 ‘#마스크피싱’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이 수천 개가 넘는다. 대부분 10대 청소년 및 청년들이 “나 마기꾼이야?”라는 제목을 달고 촬영해 올린 영상이다.

한편 ‘미스 유니버스 2022’ 한국 대표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김해나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를 쓴 남성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았을 때를 설명하며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이 문제의 남성이 마스크를 벗은 모습에 실망해 결국 “미안하지만 (우리 사이는) 잘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 또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썼을 때와 벗었을 때 내 얼굴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을지 걱정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분명 마스크를 쓰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 감염 우려”라면서도 “(마스크를 쓰면) 화장하지 않아도 되거나 피부 상태를 숨길 수 있어 편하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인정했다.

낮은 자존감

마스크를 쓴 여성 2명의 모습

Giggle
김해나씨(오른쪽)가 유튜브 채널 ‘giggle’에서 마스크 착용의 장점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 해당 영상은 한 달 만에 조회수 50만 회를 돌파했다

한편 배우이자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하는 박수연씨 또한 김씨의 의견에 동의하며 한국의 ‘마기꾼’ 현상은 전 세계의 ‘마스크피싱’보다 훨씬 더 크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나이든 어른들은 질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많이 쓰지만, 청년들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외모”라고 언급했다.

한 유튜브 영상 속 10대 청소년들의 설명에 따르면 마스크를 벗기 싫어서 심지어 점심 식사를 거르거나 마스크를 쓴 채 살짝 들어 올리는 식으로 식사하는 고등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뒷받침하듯, 최근 한국 청소년 4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19 감염 예방뿐 아니라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라는 결론이 나왔다.

해당 연구에선 마스크로 얼굴을 더 많이 가릴수록 사회적 자존감이 낮다는 연관성도 지적했다.

박씨가 마스크 착용의 장점에 대해 재미있게 표현한 틱톡 영상은 청년층에서 인기가 높다.

“어릴 적부터 지금껏 오랫동안 마스크를 써왔기에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데 불편해하는 아이들도 있다. 타인으로부터 ‘마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마스크를 벗고 싶지 않은 것”이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외모가 크게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트 앱에선 ‘마스크 사진’ 금지

데이트 앱에 올라온 마스크를 쓰고 있는 남성의 사진

Getty Images
2021년 6월 11일 기준 영국 런던에 사는 사진작가의 데이트 앱 ‘틴더’ 프로필엔 코로나19 백신 접종 스티커가 표시돼 있다

한편 이러한 ‘마기꾼’ 현상을 활용하고자 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많은 모습이다.

“마스크를 쓴 얼굴”을 분석해 실제 얼굴을 예측해주는 AI 기술을 통해 자신의 “마기꾼 지수”를 테스트해보라는 각종 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보니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생각과 달랐다는 불평이 수없이 이어지자 한국의 주요 데이트 앱에선 사용자들에게 마스크를 벗고 찍은 사진도 함께 등록하도록 조치했다.

사회적 압력

틱톡의 많은 한국 청년들은 외모가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한편 한국인들이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사회적 압력을 들 수 있다.

비록 지난해 5월부터 개방된 실외 공간에선 자유롭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발표 직전 ‘대한상공회의소(KCC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4분의 3이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중 40%는 “호흡권을 되찾고 싶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신체적이 아닌) 사회적으론 마스크 착용이 더 편안하다고 느끼는 상황을 담은 SNS 영상의 조회수는 수백만 회를 기록 중이다.

이는 주변 모든 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사회적 압력”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씨 또한 틱톡 영상을 통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자 드디어 마스크를 던져버렸지만, 이내 실제론 아무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뒤 다시 착용하는 자기 모습을 담았다.

박씨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당분간 마스크를 벗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벗어서, 비로소 마스크 착용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그때 마스크를 벗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사소통이 실제 발화 단어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맥락과 미묘한 눈치와도 함께 이뤄지는 한국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한편 마스크 착용이 때론 범죄 혹은 다른 부정적인 의미와 연결되기도 하는 서구권 문화와 달리, 아시아권에선 마스크 착용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진 않더라도 중립적인 의미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마스크는 바이러스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는 방법이며, 이에 따라 마스크 착용자는 “모범적인 시민”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한편 한국에선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다른 명백한 이유도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기 이전에도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탓에 KF94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이젠 뼛속까지 오싹한 강추위가 찾아왔다. 최근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날씨 속 정부는 한파 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어느 서울 시민은 “요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모두 마스크를 쓴다. 찬 공기에 가능한 한 노출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또 다른 신조어가 있다. 바로 ‘마해자’다.

‘마스크’와 ‘피해자’의 합성어로, ‘마기꾼’과 반대로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더 매력적이지만,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 않는 이들을 뜻한다.

따라서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고 ‘마해자’라는 용어가 더욱 유행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싶어질 것이다.

박씨 또한 이에 동의하면서 상황이 점차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지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다”는 박씨는 “마스크 없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편집: 로나 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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