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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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사는 반스는 음성 어시스턴트가 점점 더 짜증 난다고 느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애비게일 반스(43)는 처음엔 음성 어시스턴트(AI 스피커)를 무척 좋아했다. 그러나 이젠 서랍 속에 넣어두고 꺼내지 않는다.

반스는 “아마존사의 ‘알렉사’ 스피커로 형광등도 켜고 기상 알람도 맞췄으며, 스피커 기능으로 책이나 팟캐스트도 들었다”고 말했다.

“스피커는 제게 무더위 땐 선풍기도 켜주고 겨울엔 크리스마스 음악도 재생해줬죠.”

뿐만 아니라 AI 스피커에 요청하면 알람을 맞추거나 시간을 알거나 일기 예보를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산 알렉사는 부엌에 뒀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한 대 더 구입해 침실에도 뒀습니다.”

그러나 자꾸 배달 알림을 띄우며 구매 검토 요청을 한다든지, 물품의 재고가 떨어져 가니 재주문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AI 스피커를 향한 애정이 식어가는 걸 느꼈다.

반스는 “알렉사가 요청하지도 않은 알람을 보내거나, 지난달에 산 제품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면서 “정말 짜증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반스는 자신과 알렉사 간 대화 데이터가 “클라우드 어딘가에 저장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또한 음성 인식이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느끼게 됐다.

“더 이상 잠자리에 들기 전 알렉사에 불을 꺼달라고 요구하지 않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번 말해도 (알렉사가 결국 알아듣지 못해) 제가 직접 불을 꺼야 했거든요.”

즉,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들인 음성 AI인데 오히려 이 때문에 더 시간을 들여야 했던 것이다.

음성 어시스턴트 스피커 판매가 저조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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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어시스턴트 스피커 판매가 저조해지고 있다

각종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은 우리 일상에 점점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형광등, 오븐, 세탁기에서부터 스피커, 생체리듬 추적기, 칫솔, 아기 기저귀 교환 매트에 이르기까지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현재 판매 중이다.

그리고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의 ‘시리’와 같은 음성 어시스턴트를 통해 사용자는 음성으로 이러한 IoT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전 세계에 판매된 음성 어시스턴트는 약 80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인구와 맞먹는 수치다.

음성 어시스턴트 시장은 지난 몇 년간 호황기였다. 그러나 현재 빅테크 기업들은 음성 어시스턴트 판매에 특히 부진을 겪으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알렉사 사업부 관련 손실이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이를 정도로 특히 심각하다는 보도와 함께 지난해 말 아마존사는 수천 명을 해고한 바 있다. 구글 또한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규모 축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점점 늘어나는 손실과 인원 감축까지, 음성 어시스턴트 시장은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

처음 알렉사를 출시하며 아마존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했다. 아마존사는 물리적인 기기 판매로 돈을 번다는 개념을 넘어 음성 어시스턴트로 물건을 구매를 할 수 있게 유도하고자 했다.

그렇게 출시 몇 년 후 사용자와 알렉사 간 상호작용 건수는 일주일에 10억 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마존이 바라던 수입 창출의 형태는 아니었다. 사용자들은 물건을 구입하는 대신 대부분 그날 날씨를 확인하거나 전화를 거는 등의 간단한 작업만을 수행했다.

그리고 지난 3년 동안 음성 어시스턴트 사용률은 감소하고 있으며, 판매 증가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잠부나탄은 음성 어시스턴트의 매력이 떨어진 이유로 개인 정보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Canvas8
잠부나탄은 음성 어시스턴트의 매력이 떨어진 이유로 개인 정보 침해 우려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런던의 시장조사업체 ‘캔버스8’의 헬렌 잠부나탄은 “음성 어시스턴트는 처음 약속한 것만큼 사회적 유대감을 쌓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정보 침해 우려 등 여러 요소가 이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2020년 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휴대전화의 마이크, 노트북 웹캠, 음성 어시스턴트를 통해 자신의 정보가 모니터링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마존 알렉사가 엉뚱한 사람에게 음성녹음을 보내고 직원들이 사적인 대화를 듣고 있다는 보도 또한 이런 시민들의 우려를 가중시킬 뿐이다.

잠부나탄은 “음성 어시스턴트는 사생활 침해 등의 이미지를 결코 벗지 못했다”면서 “게다가 음성 어시스턴트가 소름 끼치거나 인종차별적이며 위험한 조언을 했다는 몇 가지 사례가 널리 퍼지면서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 고물가 위기까지 겹치면서 음성 어시스턴트는 “다른 사치품이나 기술 제품과 경쟁하기 힘든” 사치품이 됐다는 게 잠부나탄의 설명이다.

한편 이렇듯 일상생활에선 음성 어시스턴트가 매력을 잃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에릭 사르니오 부문장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겐 알렉사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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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에릭 사르니오 부문장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겐 알렉사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알렉사 사업부의 글로벌 판매를 이끄는 에릭 사르니오는 치매,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시력 문제, 이동성 장애를 지닌 환자들에게는 알렉사가 “게임 체인저”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어시스턴트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는 사르니오는 “우리는 지난 8년간 먼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제스티케어’는 환자들에게 주거, 간호, 치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 시설로, 영국에서 최초로 노인 거주자를 위한 알렉사 기기를 도입한 기관 중 하나다.

마제스티케어의 안젤라 박스올 최고경영자(CEO)는 “요양 시설 거주자들이 각자 방에서 자신이 선택한 음악을 듣거나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한다. 이는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AI 스피커를 통해 외부의 가족이나 친구와도 연락할 수 있으며, 말 몇 마디로 시설 관계자들에게 음료를 요청하거나, 오늘 식단이 무엇인지 알아내거나, 그날의 활동 프로그램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영상 통화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박스올 CEO는 “요양 시설의 거주자들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화면에 등장할 때면 기쁘게 미소 짓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음성 어시스턴트가 의료 분야라는 틈새시장을 발견했을 수도 있지만, 보다 넓은 일반적인 시장에서 이들의 매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반스의 알렉사가 곧 서랍 밖에서 나와 햇빛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알렉사가 그립다”는 반스는 “다시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다시 사용한다면 알림 설정을 어떻게 하는지, 약관은 어떻게 돼 있는지 읽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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