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켄데룬은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한 터키 남부 지역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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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켄데룬은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한 터키 남부 지역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너무 늦었어, 너무 늦었다고!”

아르주 데데올루가 튀르키예(터키) 남부 이스켄데룬 항구에 막 도착한 구조 대원에게 소리쳤다.

이스켄데룬은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한 터키 남부 지역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데데올루의 두 조카는 여전히 잔해 아래에 갇혔다. 데데올루의 외침이 누무네 지역의 스산한 침묵을 깨뜨렸다.

구조 대원들이 잠시 멈칫하자, 다른 가족들이 멈추지 말라고 애원했다.

모친은 “제발 떠나지 말아 달라. 아이들이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며 간청했다.

주변에서 강렬한 분노가 느껴졌다.

이스켄데룬의 수색 및 구조 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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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데올루는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청(AFAD)의 늑장 대응에 대해 불만을 쏟아놓았다. 잔해를 옮기기 위해 사비를 들여 굴착기를 가져왔지만 당국에서 사용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녁 늦게까지 기다렸는데 아무도 안 왔어요. 사비를 들여 굴착기를 가져왔는데, 사용하지 못하게 막더군요. 잔해 밑에는 동생의 두 딸 아이셰굴과 일라이다가 있지만 이제는 떠나 버렸어요. 떠나 버렸다고요.”

“정오가 되기 전에 왔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발전기도 직접 수배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진 때문에 아파트에서 대피해야 했죠. 그때까지도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희망이 있었단 말입니다. 장비나 인력이 다 있었다면, 왜 그렇게 늦게 온 거죠?”

‘왜 어제 오지 않았나’

아래로 길을 따라 내려가니 무너진 굴레류즈 아파트 건물 옆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24시간이 지났는데도 AFAD가 아무런 구조 인력을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곳에는 사람들을 돕는 다른 구조대가 있었다. 한 여성이 구조 대원에게 외쳤다. “왜 어제 오지 않았어? 어제는 잔해 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고!”

이스켄데룬의 지진 피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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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지진 발생 당일에 구조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24시간이 지난 뒤에는 잔해 밑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희미해졌고, 이윽고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여성은 “어제 왔으면 살릴 수 있었다”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를 내버려 둔 자들은 표를 얻을 생각도 버려야 할 것’

건물 위로 연기가 치솟는다. 생존자들은 사랑하는 이들이 구조되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어제 이후로 소방팀이 전혀 오지 않았어요. 지진에서 살아남았더라도 지금쯤 연기 때문에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

알리 온데르는 카메라를 보고 가까이 왔다. “저 건물 밑에 8명의 생명이 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AFAD도 아직이죠. 우리를 내버려 둔 자들은 표를 얻을 생각도 버려야 할 겁니다. 절대로 안 되죠.”

튀르키예는 5월 14일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시험대가 될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광경은 모닥불 주위에서 몸을 데우는 이들뿐이다.

BBC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광경은 모닥불 주위에서 몸을 데우는 이들뿐이다.

지진이 발생한 6일에는 온데르 본인도 무너진 건물 밑에 2시간 30분 동안 갇혀 있다가 자력으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목숨을 구한 대가로 팔이 부러졌다.

“이 무너진 건물에는 15세대가 살았어요. 다른 생존자와 함께 10명이 잔해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왔습니다.”

“여기는 지금 나라에서 보낸 사람이 없어요. 다들 자력으로 가족과 친족을 구출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잔해를 파헤쳤습니다.”

“해안경비대가 여기 와서 우리에게 금속 절단기나 드릴이 있는지 묻더군요. 우리에게 장비 공급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면 여긴 왜 있는 겁니까? 왜 장비를 요구해요? 위로는커녕 상처에 소금이나 뿌렸어요.”

마을은 폐허가 됐다. 삶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광경은 모닥불 주위에서 몸을 데우는 이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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